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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56059745
· 쪽수 : 341쪽
· 출판일 : 2021-11-03
책 소개
목차
제 1 부. 사효(師孝)……13
1. 스승 야은(埜隱) 만가(輓歌)
2. 둔촌(遁村)이 점지한 사위
3. 버림받은 땅 부곡(部曲)과 정도전(鄭道傳)
제 2 부. 위화도 회군(威化島 回軍)……97
1. 요동북벌전(遼東北伐戰)
2. 영광의 출정식(出征式)
3. 전쟁 사불가론(四不可論)
4. 위화도 회군(威化島 回軍)
제 3 부. 스승 목은(牧隱 李穡)의 감동……162
1. 귀양지의 한 잔 술, 스승 목은(牧隱)과 털보 유창
2. 청주감옥(淸州監獄)과 신통한 유창의 예언
3. 권지국사(權知國事) 이성계
제 4 부.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223
1. 개국(開國)의 아침
2. 태조가 내린 유창의 아호 ‘仙菴(선암)’
3. 이성계의 가슴에 박힌 대못, 골육상쟁(骨肉相爭)
4. 태종(太宗)의 친어필(親 御筆) ‘公心一視(공심일시)’
제 5 부. 영원한 국사(國師) 문희공 유창(文僖公 劉敞)……299
1. 폐세자(廢世子) 양녕대군(讓寧大君)
2. 세종(世宗)의 존경, 궤장(几杖) 하사
3. 숭조지심(崇祖之心)을 길러라
4. 영원한 스승 문희공(文僖公) 유창(劉敞) 잠들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일단 하옥시켜라. 그리고 모든 자제위 위사들도 체포하여 하옥 시키도록!”
대궐 안은 당장 피바람이 불었다. 자제위뿐만 아니고 홍윤의 자식을 가졌다고 소문이 난 공민왕의 계비인 익비도 투옥되었다. 국문이 시작되고 홍윤과 환관인 최만생은 참수를 당하고 그 외 홍윤의 밀모에 가담했다며 권진(權軫) 홍관(洪寬)) 한안(韓安) 등 여섯 명의 자제위 위사들과 환관 네 명도 홍윤의 국왕시해 반역음모에 관여되었다 하여 유배형(流配刑)을 받거나 노비형(奴婢刑)을 받았다.
조정안이 계속 시끄러웠던 것은 공민왕 사후(死後) 누구를 신왕으로 즉위시켜야 할 것이냐 하는 문제 때문이었다. 세자인 강녕대군(康寧大君) 우(禑)가 당연히 보위를 물려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반대파에서는 출신성분이 불분명하다는 것 때문에 반대하고 있었다. 정비였던 노국대장공주가 출산 중에 난산으로 죽었기 때문에 공민왕에게는 후사(後嗣)가 없었다.
그러다가 측실이었던 반야(般若)의 몸에서 왕자를 얻었는데 그게 우(禑)였다. 이제 열 살의 소년이었다. 그런데 출신을 문제 삼는 측은 반야라는 여인이 원래 신돈의 애첩이란 소문 때문에 우도 금상의 왕자가 아니라 신돈의 자식이란 것이었다.
“더 알아보지 않으셔도 된단 말입니다. 난 정했습니다.”
“예? 누구로요?”
“유창 청년이면 됐습니다.”
“말썽을 일으켜 여러 사람 난처하게 만든 장본인 아니냐? 그래서 안 된다는 걸로 느꼈는데 그게 아니라니 놀랍습니다.”
“스승은 부모와 같다 했습니다. 사효(師孝)를 다하기 위해 수백리길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가 제 손으로 스승의 시신을 묻어드리고 돌아오다니 그 청년은 된 청년입니다. 그 한 가지 일만 봐도 열일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둔촌 이집은 사윗감으로 유창을 망설임 없이 점지했다.
‘그래 둔촌은 그럴 법도 하다. 그 역시 유창과 비슷한 과거지사가 있지 아니한가?’
목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둔촌 이집은 충숙왕 시절 스무 살의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을 얻고 승승장구하여 뜻을 같이 하던 젊은 유학자 출신들과 손을 잡고 원의 기반에서 벗어나 독립국의 국체를 찾겠다는 공민왕을 존경하여 개혁정책 수립에 앞장섰다.
그러나 목숨처럼 사랑하던 왕비, 노국대장공주를 잃고 난 공민왕이 폐인처럼 되면서 모든 국가대사를 요승 신돈에게 위임하자 신돈의 천하가 되어 부정을 일삼고 임금을 환락에 빠뜨리며 나라를 어지럽히자 신돈 암살모의가 고개를 들었다. 둔촌 이집도 중요한 직책을 맡아 은밀히 추진하다가 기밀이 새어나가 검거선풍이 밀어 닥쳤다.
그는 의랑 유창을 불러 실무진을 만들라고 했다. 이틀 동안 머리를 써서 실무진을 구성했다.
“내려 온 과업이 실행하기 불가한 것들입니다. 우선 먼저 경향 각처의 관리들 봉급을 원래 받는 본봉(本俸)에서 1할 삭감하라니요. 안 그래도 지난 10년 째 단 한 푼도 올려주지 않아 노루꼬리 보다 적은 봉급이라고들 불평들인데 1할을 올려주는 것도 아니고 1할을 삭감해서 국고에 집어넣어 저축해 놓으라구요? 그건 그렇다 치고 전국의 사전은 조세 이외에 절반(半租)를 더 거두어 군량미로 비축하라 하고 있습니다. 지금 백성들 사는 게 사는게 아닙니다. 벌써 3년 동안 한재(旱災)가 들어 흉년에 모두 고생하는데 반조를 더 거두라하면 거둘 양식이 있을까요?”
유창의 비감한 말이 끝나자 참지정사 박정훈이 화를 냈다.
“나라의 녹을 먹고 일하는 관리가 지금 그게 할 소린가? 이건 사사로운 관청의 지시가 아니고 상감께서 내린 어명이란 걸 명심하게. 관리들의 녹봉을 깎고 사전의 조세를 지금보다 절반을 더 올려 받아들이라는 것은 전쟁에 준하는 비상시국이 되었단 말 아닌가? 거기에 옳고 그름이 어딨는가? 당장 실시하게.”
박정훈은 엄중하게 다 잡았다. 유창은 하루 일을 끝내고 퇴청하면서 권근을 만나러 갔다.
“어서 오시오.”
“급히 상론할 일이 있어 왔네.”
“뭘?”
“우리 호조에 긴급 명령이 내려왔는데 왜 그런 명령이 내려 온 것인지 알 수 없어. 자넨 혹시 아는 게 없나 해서 왔지.”
유창은 전 관리들의 녹봉을 1할씩 깎고 사전의 조세를 절반 더 올려 받아 군량미를 비축하도록 하라는 명령 내용을 설명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