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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6341727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7-01-12
책 소개
목차
펴내는 글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 받았으면 하는 소망 04
먼 데서 온 편지 09
이별 연습 75
상처 99
그 숲 속의 둥지 129
잿빛 노을 159
종이별 191
머사니 221
빛바랜 웨딩드레스 247
저자소개
책속에서
얼마나 기다렸던 아버지의 생신이었던가.
여자들은 양반집 특유의 격식을 갖춘 음식들을 교자상 위에 정갈스럽게 차렸다. 시끌벅적 웃음꽃이 피어올라 사람 사는 냄새가 맛있고 고소하게 온 집 안 구석구석에 가득 퍼졌다.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롭고 행복이 넘쳐나는 이 아침.
“모두들 모여 떠들썩하니 참 좋구나. 이런 게 사람 사는 맛이지!”
엄마가 넉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행주치마를 걷어 올리며 한 마디 더하셨다.
“둘째 놈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원….”
“전쟁, 전쟁이 터졌습니다. 북쪽에서 밀고 내려오고 있답니다. 빨리 본서로 가셔야 합니다. 빨리!”
느닷없이 대문을 박차고 안으로 뛰어들어온 경찰이 큰형에게 경례를 붙이더니 급하게 보고했다.
“뭐, 전쟁? 북쪽에서 쳐들어온다고?”
큰형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더니 평복을 벗어 던지고 허둥지둥 뭔가를 찾았다. 엄마는 일손을 놓고 부엌에서 큰형 앞으로 급히 뛰어갔다. 큰형은 엄마한테 베적삼과 바지를 빨리 달라며 재촉했다. 엄마가 챙겨온 옷을 입더니, 그 위에 경찰복을 덧입었다. 경감 배지가 아침 햇살에 단단하고 자랑스럽게 빛났다. 큰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찬바람을 일으키며 총알처럼 쌩하고 나가버렸다.
“전쟁! 전쟁?”
모두의 입에서 ‘전쟁’이라는 말이 쉴 새 없이 튀어나왔다. 그 평화롭고 흥겨운 잔치 분위기가 전쟁이라는 말 한마디에 찬물을 끼얹은 듯, 한순간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