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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3506198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0-07-15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 참 좋은 이유. 작가일동 04
추천사 - 유기농 작가들의 무공해 글. 정숙희 06
의미 더하기 - 재미작가 5인 작품, 사심없이 말하다. 이승훈 298
정해정의 시와 동화
시
1. 물의 노래 15
2. 바람개비 16
3. 수채화 18
4. 인디언 묘지 19
5. 달빛 소리 20
6. 기다림 22
7. 거울 24
8. 가을 기차 25
9. 한 줄기 빛 26
10. 고해성사 28
11. 금테 안경 29
12. 구부러진 못 30
13. 자존심 31
14. 반달곰 32
15. San Juan Capistrano 33
16. 엘 카피탄의 케년의 밤 34
17. 조그만 별 하나 36
18. 하부지 어디 갔어? 40
19. 여름방학 41
20. 우리는 돌이에요 42
동화
1. 앵순이 44
2. 꼬마 마술사 비두리 57
이정아의 수필
1. 소걸음 우보(牛步), 또 걸음 우보(又步) 72
2. 아름다운 문인 75
3. 쓴소리 싫은 소리 77
4. 오늘의 운세 80
5. 세상에 이런 일이 83
6. 행복한 사람 86
7. 삭발하는 마음 89
8. 미세스 구로가와처럼 92
9. 부드러운 손 95
10. 노부부 98
11. 망신살 101
12. 넋두리 104
13. 연꽃처럼 사라지다 107
14. 불쌍하다 110
15. 이른 송년회 113
16. Love me, love my dog 116
17. 시니어 디스카운트 119
18. 울고 싶어라 122
박유니스의 수필
1. 칭찬 128
2. 미안해 페기야 131
3. 닉후옹 강의 노을 134
4. Out of sight, out of Mouth 137
5. 파리 단상 140
6. LA는 퇴고 중 145
7. 황매산 기슭에 147
8. 프리마돈나 150
9. 내 어깨에 앉았던 작은 새 154
10. 흔적 158
11. 할머니의 첫사랑 161
12. 산세베리아 164
김영강의 소설
1. 아버지의 결혼 171
2. 건너지 못하는 강 194
윤금숙의 소설
1. 상처 224
2. 잿빛 노을 248
3. 그 숲 속의 둥지 274
저자소개
책속에서
씬디가 들어온 지 수 개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어요. 나는 딸아이의 책상을 정리해 주다가 낙서 같은 편지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앵순아. 잘 있니?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밖으로 내 쫓았지? 이곳 미국이라는 나라는 참 근사한 것도 많다. 강아지의 침대는 물론 별별 사치품에서부터 갖가지 드레스, 장난감, 다이어트 식품, 영양제가 든 밥, 비스킷, 설사 안 하는 과자, 생리대, 등등 별 거 별 거 다 있어. 근데 앵순아. 우리 집에는 씬디라는 새 식구가 들어왔단다. 그런데 그 아이는 부자나라의 장난감일 뿐, 우리 식구들의 액세서리일 뿐. 내 동생은 바로 앵순이 너뿐이란다. 앵순아. 밥 먹을 때 첩, 첩, 첩…. 물 먹을 때 철떡, 철떡. 철떡…. 가끔 실수를 하면 궁둥이 찰싹! 아. 보고 싶구나. 앵순아. 앵순아!”
그날 밤 나는 딸아이와 나란히 침대에 누워 얘기를 나누었지요.
“엄마. 이렇게 예쁜 씬디도, 씬디의 화려한 살림살이도 모두가 다 우리 것이 아닌 것만 같아. 누구한테 잠깐 빌려 온 것 같아 정이 안 들어 도무지.”
나는 딸아이가 눈물을 흘릴까 봐 화제를 얼른 다른 데로 돌렸어요.
“얘. 우리가 죽어서 나란히 염라대왕한테 간 거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바위 앞에서 황금색 의자에 버티고 앉은 하얀 수염이 길 다란 염라대왕 앞에 우린 엎드려 있지…. 염라대왕은 쩡쩡 울리는 소리로 말하는 거야. ‘너희는 이승에서 말 못하는 짐승들에게 진정으로 애정을 주었느뇨?’ 하면 너는 저승이 떠나가라고 자신 있는 소리로 ‘네’ 할 것이고, 나는 작은 소리로 ‘쬐끔이요.’ 하겠지?”
우리 모녀는 웃었어요. 그리고 딸아이가 바로 말했어요.
“엄마. 근데 염라대왕이 ‘너희는 말 못하는 식물들에게 학대를 하지 않았느뇨?’ 한다면 엄마는 떳떳하게 ‘이름 없는 풀꽃까지 사랑했어요.’할 것이고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아. 아니요.’ 했을 걸!”
우리 모녀는 또 웃었어요. 이때 어디서 사고가 났는지, 앵앵거리는 사이렌 소리와 ‘둘둘둘’ 하는 헬리콥터 소리가 우리 모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어요.
앵순이의 소식을 들은 것은 우리가 그를 버리고 떠나와 두 해를 넘기고 또 몇 달이 지나고 친정 언니의 편지에서였어요.
우리가 이민 보따리를 싣고 떠나던 날, 앵순이는 딸아이가 흘리고 간 손지갑을 물고 버스 정류장으로 쏜살같이 달려가다 안개 속에서 달려오던 택시에 부딪혀 그 자리에서 죽었다는 것이었어요. 죽은 앵순이의 입에는 피 묻은 조그만 색동지갑이 꽉 물려 있었는데, 그 색동지갑을 도저히 빼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 동화 '앵순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