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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6346357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5-06-13
책 소개
목차
펴내는 글 소리 없는 말들과 눈을 맞추며 4
1부 미래를 지향하는 청년
젊은 추진력, 새시대의 희망 14
젊음을 향해 저어라 19
서리꽃 아래서 피어난 우정 23
은빛 눈길 위에 나를 만나다 26
영남 알프스 9봉 완등 30
2부 자연에서 시작하는 생물 다양성
섬과 바람 그리고 유학생들 38
자연보호와 생활 속 나무 심기 45
2050 탄소 중립 생활 속 ESG 운동 50
왜 식목일을 변경해야 하는가 56
식목일 날짜 변경의 필요성에 대한 고찰 61
전통마을 숲 67
생태계 서비스 가치평가 74
소나무의 아픔과 생명의 다양성 81
산불 피해와 숲, 생태 복원에 대한 성찰 85
3부 기억의 숲, 삶의 향기
아카시아꽃 91
몽당연필 100
수각(水閣)의 물을 마시며 104
이끼 108
삶을 품은 숲 113
다랑논 117
노송처럼, A 님처럼 121
미로의 철관(鐵棺) 126
공든 굴뚝 131
비슬산의 봄, 참꽃에 물들다 136
마음의 등불 141
은빛 파도를 품은 섬 146
사랑의 굴레 151
바위에 묻은 달빛 155
잿빛 마음, 붉은 심장을 안고 160
4부 그 손의 냄새, 길 위의 숨결들
어머니의 손과 송진 169
장터매기 174
막걸리 익는 새벽 181
고인물 185
거미줄의 희망 190
우시장 가는 길 196
연자방아 202
항아리 속에 담긴 시간 207
비학산 무제등 211
작은 나무 의자에 앉은 마음 216
설악산 봉정암에서 220
순례자의 경건함이 배어나는 마음 길에 대한 진솔한 고백에 귀 기울이며 225
5부 삶의 고갯길에서 피어난 눈빛
지리산에서 길을 묻다 233
해거리 237
케렌시아(Querencia) 243
베이스캠프 249
두 노거수 은행나무 254
차가운 바람이 가슴에 지나갈 때 260
풀잎의 말 264
태항산맥에 묻다 268
연흔(漣痕) 275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연을 벗 삼아 걷기에 몰입했다. 그렇게 빠져들어 시간이 지나면서 생활의 패턴과 살아가는 방식이 주변 환경에 동화되면서 서서히 변했다. 언제부터인지 즐기던 구기 운동도 내팽개치고 산행에 푹 빠지게 되었다.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지리산이나 웅장하고 당당한 설악산의 품에 안겨 자연의 신비에 깊이 심취하게 된다. 산수화 형상이 황홀하게 눈앞에 펼쳐진 경관에 대취(大醉)하니 내가 마치 우아한 모델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도 있다. 산 정상에 올라서면 흰 수건을 날리며 훨훨 나는 천사가 되는 황홀한 꿈을 꾸기도 한다.
산속에는 생명력이 분주하게 살아 움직인다. 다양한 생태와 형상이 공존하는 그곳에 투박하지만 신선한 수각이 자리 잡고 있다. 자연스러운 형태 속에도 감성이 묻어나고 생명력의 존재 가치만큼 수각은 제 자태를 드러낸다. 떡갈나무 잎 크기로 그 넓이를 가늠하듯 크고 작은 잎들이 수각 위를 지키고 있다. 차고 넘치는 물도 무질서하게 흐르지 않는다. 동식물이 먹을 수 있는 방향으로 생명을 이롭게 하는 흐름을 따라간다. 수각의 물은 자신의 위치에 따라 자연에 동화되어 흘러간다. 만약 인위적으로 그 흐름을 돌린다면 자연 생태계는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수각은 자연을 품으며 스스로 역할을 묵묵히 다하고 있다.
수각의 물은 마중물과 같다. 아픔을 느껴본 사람만이 고통을 깊이를 알 수 있고 시련을 이겨내면서 가치를 추구해 본 사람만이 세월의 가치를 알 수 있다. 아무도 돌봐주지도 않는 산골짜기에서 볼품없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있어 행복하다. 세찬 날씨에 얼음장 밑으로 물이 흐를 때면 오래전 기억이 떠오른다.
산속의 사찰 부근에서 깡마르고 몸이 허약해 보이는 이가 흐느적거리며 걷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몸도 제대로 지탱하기 어려운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차디찬 계곡에서 돌덩이 하나로 얼음장을 한 조각씩 찍어내고 있었다. 그는 “계곡의 돌웅덩이로 흐르는 물을 마시기도 하고 마음도 씻어야 하기에 물이 얼어버리면 자주 얼음을 쪼개야 한다.”라고 했다. 마음의 상처를 땀으로 씻어내고 몸에 달라붙은 육신의 고통은 뼈마디로 이겨내고 있었다.
수각의 물은 생명체의 안식처가 된다. 허약한 사람도 수각의 물을 마시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건강하게 살아간다. 그물은 밤하늘의 별빛과 달빛을 머금어 생명체의 어둠을 밝혀 주기도 한다. 수각은 언제 어디에 머물든 자존감을 잃지 않는다.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존재 가치를 알고 있다. 자기를 과신하여 본연의 존재를 잊는다면 생명력은 위태로워진다.
_본문 ‘수각(水閣)의 물을 마시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