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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6346395
· 쪽수 : 158쪽
· 출판일 : 2025-07-3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삶의 폭풍 속 무지개처럼 04
제주 엄지척 이야기 식당 10
혼인지 마을이 있었다고? 29
별로야! 43
꽃 자수 전시회 54
최고야! 62
전통 꽃수가 미국까지 69
할망의 생일상 77
왕재수 수연이 82
도둑이라고? 내가? 89
가을 학예발표회와 깜냥이 118
할망이 몹시 앓아누운 날 132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아 141
마치며 - 제주 서귀포 여성의 강인한 삶을 읽어 보아요 155
제주 혼인지 전설 좀 더 알아보기 158
저자소개
책속에서
혼인지 마음이 있었다고?
“어머니!”
하늘은 파랬지만 곧 비가 올 것 같은 날이었어요. 그렇게 비가 곧 쏟아질 것 같은 날 할망의 둘째 아들이 꽃님 할망을 다급히 불렀어요.
“저 건넛마을 소식 들으셨나요?”
“아니? 그 마을에 무슨 일이라도 났남?”
“혼인지 마을에서 어르신들을 모셔 놓고 젊은 부부가 전통혼례식을 연다네요!”
“전통혼례식을?”
“네” 어느새 전생 카메라가 발바닥에 불이 나듯 아주 빠르게 전통 혼례식장으로 달려갔어요.
“옛날에는 족두리 4 와 사모관대 5 를 쓰고 결혼식을 올렸 지. 결혼식 날 신랑과 신부는 서로 맞절하며 청주를 나눠 마셨어. 폐백이란 절차도 있었지. 한과, 대추, 밤 등 전통 음식을 차려놓고 가족끼리 결속을 다지곤 했단다. 혼인때 쓰인 대추, 밤 이야기가 나오자 할망이 말을 이었어요.
“그 말을 들으니. 남편을 처음 만났던 날이 기억나는구나.”
할망이 눈을 깜박이며 말을 이었어요.
“겨울 내음이 뒤섞인 차가운 가을바람이 부는 계절이 었어. 그다음 해 더운 여름에 첫째 아들을 낳았지. 그 후초승달이 활짝 웃는 이듬해 겨울에 둘째 아들도 낳았지.
육지에서 사는 첫째 아들과 달리 둘째는 아픈 날 위해 제주에 내려와 첨엔 바닷가 근처 이 혼인지 마을 근처에 집터를 잡았지.”
“아~ 돌할망! 가지 냥이가 시집가는 날인데 식은 언제 올리나요(먹냥이가 배가 고픈지 이야기를 듣다 말고).”
“기다려봐. 나도 다 생각이 있어. 내 옛이야기 보따리를좀 더 꺼내마.”
돌할망은 이야기 솜씨가 빼어나 냥이들을 이끄는 힘과 재주가 있었어요.
“둘째 아들에겐 꾹이와 쑥이란 손녀가 있었어. 근데 어려서인지 쑥이가 가끔 말썽을 피웠어. 반대로 꾹이는 너무 착했어. 꾹이는 별로 할 이야기가 없어. 왜냐면 그 아인 무슨 일이나 잘 참는 아이였어. 하지만 둘째는 달라도 너무 달랐어.”
돌할망의 이야기는 매번 이리 폴짝 저리 폴짝 잘도 뛰어다녔어요.
“둘째 아들이 내려온 건 순전히 효심이 깊어서였지. 물론 우리 마을 학교가 폐교 위기에 있기도 했고. 난데없는 제주살이를 결심한 아빠와 달리 손녀들은 불평이 많았어.”
“아! 아빠는 정말 대책이 없는 사람이야. 할망의 집에 엄청난 보물이 있다면 모를까.”
아들이 온다는 소문은 곧 제주의 바닷가 마을에 금방 퍼졌어요. 이날 할망은 너무 기뻤어요. 예쁜 손녀 쑥이를볼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꽃님 할망을 웃게 할 손녀가 온다지?”
마을 사람들도 할망의 손녀와 아들을 보고 싶어 했지요.
“손녀?”
“이름은요?”
“기억이 잘 안 나는구나.”
“진짜 손녀랑 아들이 있긴 있었나요?”
“얘끼 이놈아. 너도 나처럼 몇 년을 이렇게 서 있어봐.”
늑대 냥이 옆에서 하객 냥이들의 음식을 준비하던 솜씨 냥이 능청스럽게 물었어요.
하객들이 이름을 대신 지어 주었어요.
“맛있군?! 이거 어때요(아롱다롱 냥이가)?”
“사람 이름이 뭐 먹는 음식인가(도둑 냥이가)?”
“고양이 다운 발상이군(먹보 냥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