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6410966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7-09-28
책 소개
목차
1. 14
2. 56
3. 96
4. 138
5. 182
6. 232
7. 280
8. 324
9. 355
저자소개
책속에서
교영은 붉은 장미 한 송이를 작은 꽃병에 꽂아 강현의 책상에 두었다. 무채색의 삭막한 사무실에 고작 꽃 한 송이 놓았다고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그의 인생에 그녀도 이런 꽃 한 송이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 마른걸레로 책상을 닦고 허리를 펴자, 이제야 태양이 비죽 창문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탁.
작은 소리에도 전신에 긴장이 흘렀다. 문이 열리고 그의 구둣발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교영의 심장도 걸음걸이에 맞춰 하릴 없이 널을 뛰었다. 고백과 어울리지 않는 그와 그녀의 1일은 이미 지났다. 고로 지금 사무실에 들어온 강현은 상사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남자이기도 했다.
“오셨어요?”
조금은 어색하게 흘러나온 높은 옥타브의 인사. 강현은 풋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겨울과 어울리는 은색의 넥타이, 그리고 짙은 색의 슈트.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강현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떨렸다.
아니 숨이 차올랐다.
그의 짙은 눈동자에 사로잡혀 꼼짝할 수 없었다.
“민교영.”
“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예쁘다.”
낯간지러운 칭찬.
어제보다 나을 것 없는 오늘인데 그는 과한 웃음으로 그녀를 홀린다. 사내에게도 색기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이 남자로 인해 알게 되었다. 훔치고 싶고, 온전히 저만 가지고 싶은 소유욕이 들게 하는 남자. 저처럼 나이만 먹은 숙맥이 아니라 수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을 성인 남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 대답도 못 하고 마른침만 삼키는 그녀를 보고 그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그가 손을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쿵쾅. 심장이 크게 꿈틀거렸다. 점점 다가오는 커다랗고 긴 손가락이 그녀의 뺨에 안착했다. 심장은 새파랗게 질린 듯 질주를 시작했다.
“오늘 같이 퇴근하자. 그러기 위해서……, 일단은 열심히 일부터 하고.”
“……네.”
얼굴을 가까이 하고 귓가에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말. 목덜미의 가는 솜털이 그의 음성에 반응하며 곤두섰다.
“그 전에 맛만 좀.”
쪼옥.
뺨도 아니고, 입술도 아닌 귀와 목덜미의 경계에 그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독이 강한 버섯일수록 화려하고 예쁘다고 들었다. 권강현은 그녀에게 독이 될 것 같다는 무서운 예감이 스쳤다. 고작 입술이 닿았을 뿐인데 교영은 제 거친 숨소리가 그에게 들릴까 두려웠다.
“나가…… 보겠습니다.”
“그 전에.”
“네?”
“꽃, 예쁘네.”
“아……, 그래도 제가 더 예쁠걸요?”
그가 꽃을 보았다. 아버지의 행복을 기원하며 배웅하고 나오던 길에 산 꽃. 그 꽃을 부드럽게 쳐다보는 그를 보자, 괜히 샘이 났다. 충동적으로 말을 한 후유증인지 심장은 이미 살갗을 뚫고 나올 것처럼 빠르게 뛰었다.
“지금 날 유혹하는 겁니까?”
유혹은 그가 하고 있다. 곱게 눈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는 눈길은 이성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었다. 비서실 근무를 하고 하진과 막 친해졌을 때, 진중한 충고를 들었다.
-관상용이야, 관상용. 그러니까 가만히 보기만 하고 손대지는 마. 욕심을 내는 순간 뾰족한 가시를 숨긴 장미보다 더 널 아프게 찌를 사람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