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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6625698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1-11-15
책 소개
목차
종이집
검은 비닐봉지
추락
캠핑 페스티벌
다녀올게요
가청범위
애도의 방식
해설: 젖어가는 종이집에서 혼자_이지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컨테이너가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쿵 소리를 내며 옆으로 쓰러졌다. 수인도 나자빠졌다. 바닥에 쌓여 있던 종이집이 무너져 내렸다. 쪽방 문이 위에서 수인을 내려다보았다. 바닥에 깔린 쪽창으로 물이 새 들었다. 무너진 종이집이 바닥부터 젖어 주저앉았다. 벽과 천장에 걸어놨던 종이집도 찢기고 떨어졌다. 수인은 움츠린 자세 그대로 한참을 꼼짝도 못 했다.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집을 가슴에 안았다. 고개를 앞으로 접듯이 숙였다. 허리를 구부려 무릎에 닿도록 접고, 다리를 가슴에 바싹댔다. 천천히 종이집 안으로 들어갔다.
- 「종이집」 중에서
덤불 너머는 숨 막히게 복잡했다. 무엇이 있을지, 길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지, 도중에 얼마나 많은 장애물이 있을지는 종잡을 수 없었다. 플래시 빛을 따라 날벌레가 달려들었다. 먼 곳에서 개가 짖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들이 울었다. 그러나 어둠에 잠긴 숲의 표정은 볼 수 없었다. 나는 산책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 「검은 비닐봉지」 중에서
새대가리야? 작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마 사장이 버럭 화를 냈다. 귀도 밝으시네. 별것도 아닌데 화를 내는 게 아무래도 수상쩍었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진동이 빨리 끊기기를 바랐다. 보나 마나 안부처럼 독촉 문자를 보내는 마고일 것이다. 확인도 하기 전에 이미 기분은 언짢았다. 꼬박꼬박 이자를 내는데도 그는 계속 쪼아댔다. 원금을 갚지 못하면 각오하라는 엄포까지 놓았다.
나는 유리벽에 비친 하늘을 보았다. 비행운이 하늘을 쪼개며 지나갔고, 내 눈은 비행운을 따라갔다. 비행운을 경계로 하늘의 이쪽과 저쪽이 묘하게 달라 보였다. 비행기는 보이지도 않았으나 조종석에 앉은 희진을 보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흩어지는 비행운을 향해 안전 비행, 이라고 외쳤다.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 「추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