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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6626268
· 쪽수 : 156쪽
· 출판일 : 2023-04-1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규칙/옥상/지혜/평지인간과 높이의 인간/세모 개척기/저울/나무에서 떨어진 후/길 고치는 사람들/노동복/저녁이라는 뒷심/소리를 자르는 일/일렬/몰락/시그널/막막한 숨/옆집의 헤르츠(Hertz)/방 탈출 게임
2부
사슴/연못이 날아간다/잉크/개선책/불타는 집/고려장/가위의 쓸모/반가운 연탄/제왕나비 편도기/매듭을 삼키다/빨래의 거리/격리/염증 수치/직전/장발/지루한 의자/교차/70kg/죽음은 사각/분서갱유/고무찰흙에 관한 고찰/우는 서랍/발골/조금씩 사라지는 아버지/운석이 비껴간 날/역도
3부
양피지/양에게 물어보세요/웅덩이가 지구의 각도로 돌고 있다/회피/주사위 놀이/종이의 차원/십자와 일자의 세트/벌판의 걸음/대답들/큰 걸음들은 다 멸종되었다/물 빠진 구멍들이 떠다닌다/말의 칼로리/제례악(祭禮樂)/파랑은 다 땅속의 소란이죠/넝쿨의 시절과 철조망의 시절
해설: 세계 그늘에 가닿을 소리를 오려_성현아(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가 수습딱지를 지나 대리를 달고
다시 과장 대우가 되는 동안 내가 아는 그는
가장 높은 인간이었다
심지어 그는 몇 년 동안 한 번도
그 높은 곳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다
그랬던 그가 드디어 그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임하듯 내려왔다
무중력으로 가득한 평지,
내려오는 과정에 받은 환영이라면 수건 한 장이 전부였다
처음 평지인간이 된 것처럼 며칠간은 어지러웠다는 그
이 땅의 땅은 세상 어느 곳보다 높고 비싸서
누구든 휘청거리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알고 보면 그는 아주 높은 사람으로 몇 년을 사는 동안
사실은 가장 낮은 인간이었다
그 낮은 곳에서 폭염과 호우가 도르래를 타고 지나가는
기상일보를 바라보았다고 했다
― 「평지인간과 높이의 인간」 부분
일정한 때가 되면 연못들이 날아오른다
한여름 치솟은 끝들을 위해
잠자리를 날려 보내고
온갖 곤충들로 여름의 채도는
한층 어둑해진 저녁을 불러온다
반딧불 움직이는 지시등을 따라
프로펠러가 수면 위에 파동을 만들고
수심에서 쏘아올린 구름을 움직인다
사실 연못처럼 단단한 곳도 드물다
― 「연못이 날아간다」 부분
할머니는 이제 걸어야 하는 걸음을 다 쓰셨고요
눈이 침침해서 그려
이가 없어서 그려
손이 떨려서 그런겨
핑계는 언제나 할머니 몫이지만
그래요, 다 할머니 탓이에요
아버지를 보며 한숨 쉬는 할머니
할아버진 누가 버렸나요
할아버진 언제 벼려지셨죠
그래요, 할머니를 버릴 곳은 이미 정해져 있고요
다음번 지팡이는
아버지가 들고 다닐 거예요
마지막으로 이 산을 오르는 걸음은 쓰지 않아도 되니까요
― 「고려장」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