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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7063468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지구,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부정: 겨우 이런 것 때문에 멸망이?
텀블러 - 남들보다 조금 일찍 포기하는 마음
휴대폰 - 모든 낡은 것은 슬프다
칫솔 - 인간은 편리함을 위해 스스로를 파괴한다
안경 - 갖고 싶을 줄 알았던 물건의 덫
약 - 보이지 않는, 영원한 것들
옷 - 옷은 옷을 만나 옷을 낳고, 옷장은 그렇게도 뜨겁게 부푼다
물건의 최후 - 잘 가라고 해놓고선, 잘 간다고 해놓고선
분노: 이게 다 너희들 때문이구나!
온라인 쇼핑몰 - 대기업의 달콤한 낚시질
택배 박스 - (광고) 돈 안 쓰는 방법!
자전거 - 누구나 계획이 있다, 구매 버튼을 누를 때까지는
우산 - 비가 내리고 우산은 늘어나고
쓰레기통 - 작고 허름한 쓰레기들의 여관
REC 마지막 기록 - 하나 둘 셋, 마이크 테스트. 이건… 마지막 기록이다
타협: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화분 - 사라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
신발 - 밑창이 닳아버린 오래된 녀석
모자 - 물건에 대한 집요함? 아니 애틋함
책 - 좀처럼 버려지지 않는 끈질긴 녀석
게임기 - 물건이 주는 즐거움
중고마켓 - 뜻밖의 지구 지킴이
나 - 하루하루 늙어가고 사라져가는
우울: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돈 - 살면서 가장 갖고 싶은 것
명품 - 유행의 선도를 부탁해
건물 - 애타게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너
자동차 - 이왕이면 더 좋은 것으로
가로등 - 보고 싶은 노랑이에게
유리병 - 1만 년 후의 미래에서 만난 유리병 씨
수용: 어차피 멸망
장난감 - 내 인생 첫 소유욕
색연필 - 책상을 가득 채운 색색의 욕망
6mm테이프 -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필요로 하는 인간인가
스노우 글로브 - 찬란한 기억도 낡아가고
사진첩 - 아마도 죽을 때까지 버릴 수 없을
메타버스 - 망가진 지구에서 벗어날 새로운 방법
에필로그: 아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지구를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구를 망가트리는 인간의 무자비한 속도에는 여유가 없다. 심지어 누구도 그 질주를 멈출 수 없다. 인간이 섬기는 신들은 하나같이 자비로워 신실한 기도와 풍족한 성금, 뉘우치는 ‘것처럼 보이는’ 마음 정도면 다 용서해준다. 덕분에 인간은 자유롭고 거침없이 자연을 파괴하는 중이고, 빠르게 멸망하고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가끔 옷장을 보고 있으면 옷들이 스스로 증식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옷이 대체 언제 들어찬 것인가. 일본의 한 작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오다 마사쿠니의 소설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에는 책에 암수가 있는 것은 물론 서로 교미를 해 ‘새끼 책’을 낳는다는 기발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렇게 태어난 새로운 책에는 특별한 비밀이 적혀 있다. 그게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책을 찾아보길 권하지만 뭔가 인류의 비밀 비슷한 것을 알고자 한다면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 〈옷〉 중에서
모든 생물을 파괴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삶의 터전까지 망가트리고 있는 지금의 인간들을 신이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어쩌면 벌을 줄 필요조차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자멸할 것을 잘 알기에 귀찮게 직접 나설 필요가 없는 거다. 그런 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굴뚝에선 하얀 연기가 폴폴 나오고 있다. ― 〈물건의 최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