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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한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57403530
· 쪽수 : 380쪽
· 출판일 : 2023-01-27
책 소개
목차
심은옥 / 박태상 / 오신자 / 이성란 / 이옥순 / 이순영 / 최준기 / 김진아 / 나한철/ 김상호 / 홍미숙 / 박현석 / 심은옥 / 김진섭 / 이성란 / 최준기 / 박태상 / 심은옥 / 이성란 / 백영식 / 나한철 / 이성란 / 김진아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조금 더 칼끝을 올려보세요. 아뇨, 팔을 조금 치켜들어서. 네, 네. 맞습니다.”
칼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농밀한 어둠 속에서 나는 검게 그은 커다란 짐승의 털을 슥슥 벗겨냈다. 그러자 발그스름한 살이 드러났고 누릿한 피비린내가 코끝에 닿았다, 이내 사라졌다. 칼날이 고기를 자르고 밀어내고 또다시 새로운 고기 틈으로 파고들었다. 박자와 장단을 넣어 칼날을 휘두르다 보니 제법 신이 났다. 늘 혼자 해온 일에 감탄할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이 있다고 생각하자 묘한 쾌감이 들었다.
“됐습니다. 그만 앉으셔도 좋습니다.”
박태상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다시 낯선 사무실이었다. 나는 땀이 촉촉이 밴 칼을 쇼핑백에 담았다. 그제야 조금 전 오방난장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죽이지?”
한쪽 안구가 쏟아져 나올 듯한 사내아이에게 물었다.
“이모가 가르쳐줬잖아. 젓가락으로 놈의 눈을 찔러. 어설프게 찔렀다간 죽도 밥도 안 되는 거야. 더 들어갈 수 없을 때까지 힘을 주어 깊이 후벼 파. 알았니? 이 혹 덩어리야.”
이모의 목소리를 흉내 내던 두 아이가 동시에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의 충고가 옳았다. 그를 부르려면 무엇이든 죽여야 했다.
“나는 심여사를 믿지 않아.”
뜻밖의 말이었다. 매출의 일등 공신인 심여사를 믿지 않는다니. 내가 모르는 새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갈등이 생긴 걸까.
“지난 내 생일날 기억하지?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쳤던 때.”
“기억하죠. 그 일 때문에 우리 모두 몇 번이나 경찰서를 들락거렸는데요. 참 별일이죠?”
박태상의 눈꺼풀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그날, 경찰이 아니었다면 나는 죽었을지 몰라. 심여사의 손에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