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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7782161
· 쪽수 : 432쪽
책 소개
목차
이야기를 시작하며…
Ⅰ. 애정이 꽃피던 시절
Ⅱ. 깃털 같은 단상들
Ⅲ. 삶이 전하는 메시지
Ⅳ. 바람처럼 구름처럼
Ⅴ. 추억 속의 그림자
Ⅵ. 시간 여행자의 독백
Ⅶ. 묵향을 맡으며
Ⅷ. 감동의 바다에서(음악, 미술, 스포츠, 영화)
이야기를 맺으며…
저자소개
책속에서
인도 여행 중 길거리를 다니면서 주인 없는 소가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태평하게 누워있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개·돼지가 소리 지르며 날뛰고, 지붕 위에서는 원숭이 떼가 지상에서 벌어지는 아수라장을 감시하면서 무언가를 노렸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며 서로 간에 자유를 누리고 터치하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가 인도에서 영감 받은 이유가 이런 모습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생명이 소중하다’는 진리를 가슴에 새겼다. 뜨거운 냄비 속으로 들어가며 몸부림치는 낙지를 보고 ‘싱싱한 해물이다’ 하는 생각 이전에 ‘고통 받는 낙지의 아픔’이 전달되었다. 숲속의 떡갈나무가 ‘벌목꾼이 지나갈 때는 오금이 저려 하지만, 모차르트를 틀어주면 춤을 춘다’는 사실도 알았다.
밤새 모기가 앵앵거린다. 뺨따귀를 때리며 쫓아내지만, 여지없이 사이렌 소리를 내며 얼굴로 접근한다.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불을 켜니 모기 한 마리가 천정에 붙어 있다. 파리채를 잡고 노려보다가 차마 죽이지 못하고 문밖으로 쫓아냈다. 내가 지금 뭔 짓거리 하는 거야???
우리는 가끔 전화통화를 하지만 1년에 한두 번 만났다. 약속장소를 정하면 ‘어떻게 변했나!’ 궁금증으로 가득하다. 그녀를 만나면 새로운 책을 소개받으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였다. 헤어지고 집에 돌아올 때는 기분이 좋다. 항상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남녀 간에 그렇게 오랫동안 친구사이를 유지할 수 있느냐?”며 의아해 한다. 그녀를 만나면 엉큼한 생각을 전혀 가질 수 없다. 그녀가 그런 분위기를 만들지 않는다. 그냥 이야기만 해도 재미있다.
그녀하고의 관계를 아내가 안다. 여자 친구 만나러 간다고 아내에게 광고하지는 않지만, 여자 친구 만나고 집에 오자마자 무슨 이야기 했다고 곧바로 아내에게 전달하지도 않지만, 식사하다가 가끔 “얼마 전 ○○를 만났는데 요즘 남자들은 문제가 많다고 하더라!”며 여자 친구하고 지금도 만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아내의 반응이 좋을 리 없겠으나 특별히 나쁜 기색은 없다.
그녀는 청소년시절에 많은 추억을 남겨주었으며, 총각시절에는 언제나 부담 없이 만나 젊음을 공유하였고, 결혼 후에도 지속적인 만남을 통하여 남성과 여성의 생각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마초이즘(남성 우월주의)을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었다. 그녀는 내 인생에 있어 정말 유익한 친구다. 이제 그녀를
안 지도 어언 40여 년이 넘었다. 한때는 그녀에 대하여 결혼상대로 사귀고 싶은 욕망이 있었으나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마음속에 품은 연정이 사라졌다. 그러한 심경의 변화를 겪었음에도 커다란 상처 없이 둘 사이의 우정이 계속 이어졌다는 사실에 대하여 그녀에게 고맙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