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7786756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24-12-06
책 소개
목차
선원 아내의 수기 1987년_행복한 바보의 10년 사랑
제1부 아내의 일기_총 13편
제2부 남편의 편지_총 24편
제3부 아내의 편지_총 5편
제4부 아내의 시_총 73편
제5부 아내의 글_총 9편
책속에서
보고 싶은 얼굴이 내게로 다가선다. 잠든 아이들의 얼굴과 어머님의 늙으신 얼굴, 아버님의 거친 호흡, 어머님의 기침 소리를 피해 아랫방으로 내려오지만, 가슴이 아프다. 친정어머니라면 곁에서 잘 수 있을까 낮에 시장을 다녀오니 아버님께서 빨래하고 계셨다.
어머니께서 옷에다 실례하셔서 이불에까지 다 묻었다. 아버님께서 손수, 어머님 속옷을 빨고 계신 것이 측은하기만 하다. 딸이라면 손수 빨려고 하시지 않았을 텐데 서운했다. 아버님 앞에서 화를 낼 수 없고 빨래를 하면서 딸과 며느리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몸도 마음도 피곤한 요즘이고 보니 그이가 더 보고 싶다.
그이를 낳아준 어머님인데 사랑받고 사랑하자.
봄이 되어서 우리는 조금 넓은 방을 구해 이사했다.
부모님께서는 시골로 가시고, 나는 청소부 옷도, 손익은 과도도 던져버린 지금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10년 가까운 그이와의 결혼 생활을 얼마나 함께했을까. 그이를 위해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이 소영이는 2학년이 되었고, 유리는 7살 유치원생이다.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시간들 속에 얼마 전 부산에 입항한 그이의 야윈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이도 얼마나 오고 싶을까. 장릉 서랍을 열고 그이가 입던 속옷을 꺼내 코에다 댄다. 그의 냄새가 눈물과 함께 얼굴을 묻게 하고, 아이들이 어리고 찢어지게 가난할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그리움이 꾸역꾸역 그이의 옷들을 빨래통에 담그게 한다.
- 세 번째 일기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