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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57954315
· 쪽수 : 608쪽
책 소개
목차
1부·팡틴
주교 미리엘 | 손님 | 운명 | 몰락 | 자베르 경감 | 진짜 장 발장의 선택
2부·코제트
밤의 싸움 | 약속 | 추적 그리고 은신
3부·마리우스
꼬마 가브로슈 | 할아버지와 손자 | 두 별의 만남 | 가난의 얼굴 | 또다시
4부·서정시와 서사시
플뤼메의 이층집 | 소년 가브로슈 | 환희와 비애 | 가브로슈의 행진
5부·장 발장
시가전 | 구출 | 고백의 결정체 | 마지막 아침
에필로그
서정시와 서사시
책속에서
정오에는 점심을 먹었다. 그의 점심도 조반과 같이 간소한 것이었다. 날씨가 좋으면 2시쯤에 외출하여 들이나 시내를 돌아다녔고 자주 오막살이집에 들렀다. 혼자 걸을 때면 흔히 눈을 내리뜨고 사색에 잠겼다. 긴 지팡이를 짚고 솜을 넣은 자줏빛 외투를 입었으며, 보랏빛 양말에 큼직한 신을 신고 있었다. 머리에는 세 귀퉁이에 금빛 술을 단 납작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디뉴 지방에서는 환자나 죽어 가는 사람이 생겨도 미리엘 주교를 부르러 갈 필요가 없었다. 언제나 주교 쪽에서 먼저 알고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미리엘 주교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편이나 자식을 잃은 어머니 곁에 가면 몇 시간이고 잠자코 앉아 있었다. 침묵을 지켜야 할 때와 말을 해야 할 때를 잘 가릴 줄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 주교 미리엘
장 발장은 금세 졸도할 사람 같았다. 주교는 그에게 가서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잊지 말아요.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은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 이 은식기를 사용하겠다고 내게 약속했어요.”
아무 약속도 한 기억이 없는 장 발장은 어리둥절했다. 주교는 힘주어 그 말을 했다. 그는 정중한 어조로 거듭 말했다.
“장 발장, 나의 형제여. 당신은 이미 악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오. 선한 사람입니다. 당신의 영혼에 대해 내가 값을 치렀어요. 나는 당신의 영혼을 어두운 생각과 절망에서 구출하여 하느님께 바치려 합니다.”
-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