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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난 여우 누이와 산다 (제2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장편동화 수상작)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58365929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5-12-12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58365929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5-12-12
책 소개
제2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장편 동화 부문 수상작. 인간과 여우 누이는 그 모습 그대로 계속 함께할 수 있을까. 새로운 가족 형태를 제시하고, 어린이와 어른의 상호 돌봄을 건강한 철학으로 풀어낸 고학년 동화.
★ 제2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수상작 ★
편견을 이기는 ‘믿음’과 차이를 넘는 ‘공존’의 이야기
차가운 시대에 건네는 새로운 시대의 ‘여우 누이’
〈여우 누이〉를 아시나요? 사람으로 둔갑한 여우가 아들만 있는 집에 막내딸로 들어가 가축은 물론 사람까지 해치다 결국 천벌을 받는다는 옛이야기이지요. 뾰족한 귀에 눈도 쭉, 입도 쭉 찢어진 여우 누이가 “오라비 한 끼, 말 한 끼.”를 외치며 오빠를 쫓아가는 모습은 우리 옛이야기 가운데 손꼽을 만큼 무시무시한 장면일 겁니다. 그런데…… 이것은 ‘인간’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여우 누이〉 이야기이고, 정말로 그랬는지 여우 누이가 하는 말도 한번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주변에 여우 누이가 있다면 말이에요.
제2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수상작인 《난 여우 누이와 산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고 보고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주나무 작가가 쓴 장편 동화입니다. 여우 누이 고미숙 씨와 9년째 함께 살고 있는 열한 살 인간 오다인이 여우 누이와 저를 둘러싼 인간들에 관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적어 놓은 일기 같은 이야기이지요. 화려한 겉치레 없이 투명하고도 단단한 주나무 작가의 문장과 고요하고 무심한 듯하면서도 따뜻하고 신비로운 양양 작가의 그림은 현실과 환상이 경계 없이 이어지는 세계를 독자가 자연스럽게, 기꺼이 유영하게 합니다.
틈만 나면 인간은 믿을 수 없는 존재라며 열변을 토하는 미숙 씨가 어쩌다 인간 어린이의 유일한 보호자가 되었는지, 엄마에게서 당차고 씩씩한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은 열한 살 다인이는 또 얼마나 야무지게 집사 역할을 해내는지, 인간과 여우 누이라는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공포와 징악의 상징에서 구원과 공존의 서사로,
‘믿음’ 위에 다시 쓰는 〈여우 누이〉
《난 여우 누이와 산다》는 제목이자 오다인이 써내려 가는 이야기의 첫 문장이기도 합니다. 놀라운 사실을 고백하는 것치고 별일 아니라는 듯 참으로 담담한 말투입니다. 다인이는 첫머리에서 “좀 무섭게 생기긴 했어도 미숙 씨는 날 먹지 않고 구 년째 키우고 있다.”라며 혹시 집사가 될지도 모를 독자들에게 여우 누이와 살 때 주의할 점들을 짚어 줍니다. 야행성이라 햇빛을 싫어하고, 인간이 되기로 한 뒤로 고기는 입에도 대지 않고, 복잡한 셈 앞에서 당황할 때 슬쩍 답을 이야기해 주면 은근히 좋아한다는 꿀팁(?)까지 전수하지요.
여우 누이에 대한 오해를 떨어내는 다인이의 설명에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믿음’의 문제로 옮겨 갑니다. 미숙 씨가 다인이에게 “믿음, 소망, 사랑 중에 뭐가 가장 어려운” 줄 아느냐고 묻자, 다인이는 사랑이 맨 끝에 오니까 사랑이라고 대답하지요. 이에 미숙 씨는 가장 어려운 건 ‘믿음’이라고, 그래서 자기가 아직도 인간이 아니라 여우 누이인 거라고 말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사랑하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여우 누이의 애틋한 서사가 피어나는 순간입니다. 옛이야기 속 무시무시한 요괴는 사실 여우 고개에서 오랫동안 혼자 살며 고개를 지나다니는 인간들 틈에 어울려 살고 싶었던 외로운 여우였고, 겨우 반쪽짜리 인간이 된 뒤로는 그 어떤 인간보다 인간 사회에 적응하려 애썼는지도 모릅니다. 인간들이 지레 겁먹고 멀리하거나 여우 구슬을 훔치려고 거짓 소문을 퍼뜨리며 수백 년 동안 자신을 배반하고 고립시켰다면, 여우 누이가 인간을 믿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인간에 대한 불신만 남은 여우 누이 미숙 씨 앞에 어느 날 느닷없이 어린 다인이를 안은 수정 씨가 나타납니다.
“덜컥 여자 인간이 나타나서는 뭐든 다 해결해 줄 것처럼 굴더니…… 가장 어려운 문제만 남겨 놓고 혼자 가 버렸잖아. 이번에도 믿지 말아야 했는데 말이야.”
다인이의 엄마 오수정 씨는 미숙 씨 집에 얹혀사는 대가로 밀린 공과금부터 생활 전반에 걸친 문제들을 해결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끝내 해결하지 못했지요. 바로 미숙 씨를 ‘진정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일 말입니다. 아마도 미숙 씨는 수정 씨가 죽으면서 ‘믿음’의 불씨도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했겠지만, 결국에는 그 불씨가 수정 씨를 꼭 닮은 다인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미숙 씨가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한 것은, 아마도 인간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더는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유일한 보호자로서 다인이를 지켜야 한다는 이타적인 고민과 맞닿게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질적인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 위에 쓰였던 권선징악의 서사는 이렇듯 ‘진정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구원과 공존의 서사로 변모합니다. 진정한 믿음이란 실제 인간이 가진 특성이라기보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믿으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인간의 도덕률, 지향점에 가깝겠지요. 엄마처럼 자기를 지켜 줄 거냐는 물음에 넌 인간이고 난 여우 누이라며 미숙 씨가 선을 긋자, 다인이는 “그러니까 여우 누이하고 사람하고 서로 지켜 주면 되는 거잖아요.” 하고 당돌하게 말하지요. 이런 모습이 ‘편견을 이기는 믿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여우 구슬이 탐나서 여우 누이를 속이고 다른 이들과 이간질하며 요괴보다 더 요괴 같은 존재가 된 오라비와 인간인 다인이와 계속 함께하기 위해 ‘인간’으로 변신하는 대신 변화와 성장을 택하는 미숙 씨, 그리고 집사를 자처하며 미숙 씨 곁을 지키고 끝없는 질문으로 미숙 씨를 깨우치는 어린이 오다인. 심사 위원들의 말처럼 《난 여우 누이와 산다》는 인간이란 무엇인지, 진정한 어른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어린이는 종종 어른의 생각을 거울처럼 비추는지라 편견 또한 숨기지 않고 드러내지만, 어른보다는 훨씬 유연하고 용감하며 적응력도 뛰어나지요. 본모습을 감추는 데만 익숙하여 겉으로 티를 내지 않을 뿐, 다르고 낯선 것을 꺼리는 마음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어른일 겁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 책은 어른의 마음에 마디마디 맺혀 울림을 주는, 어른에게 필요한 동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과 여우 누이, 우리는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난 여우 누이와 산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혹은 사람들이 똑바로 마주하지 않는 존재)가 하나 더 나옵니다. 산호시 별내로 37길 1230번째 무덤에 누워 있는 오수정 씨입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다인이를 혼자 낳아 키웠을 수정 씨는 살아 있는 동안은 “몸에 진흙이 잔뜩 묻은 것처럼” 보는 사람들의 냉대를 견뎌야 했고, 지금은 다인이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정말로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지요. 하지만 다인이에게 엄마는 언제까지나 ‘챔피언’ 같은 사람입니다. 9년 전 그날 밤 용기를 쥐어짜 미숙 씨 집 대문에 발을 끼워 넣은 것처럼 엄마는 언제든 누구 앞에서든 비굴하지 않고 당당했습니다. 그런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오롯이 다인이 마음에 남아 미숙 씨에 대한 생각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끊임없이 영향을 줍니다. 인간들에게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면 인생이 정말 시시하고 재미없어진다는 것도, 그리고 인간들에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는 것도 모두 엄마가 가르쳐 준 것들이지요.
‘함께 살기로 계약한 여우 누이와 여자 인간과 인간 아이’라는 조합은 이미 가부장적인 가족 구조를 깨뜨리는 파격적인 공동체입니다. 그리고 다인이의 유일한 혈연인 엄마가 세상을 떠나면서, 혈연과 종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완성되지요. 엄마의 죽음은 다인이에게 ‘결핍’이 아닙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미숙 씨와 다인이가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지요. 다인이도, 미숙 씨도 계속해서 “엄마가 아니라 미숙 씨”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대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미숙 씨는 미숙 씨인 채로, 다인이는 다인이인 채로 함께 지내는 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독자에게 도리어 반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은 미숙 씨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수정 씨가 다인이를 안고 들이닥쳤지요. 그리고 꺼져 가는 믿음의 불씨를 되살려 놓습니다. 그런데 여우든 인간이든 어른보다 조금 나은 어린이는 스스로 용감한 친구를 찾아냅니다. 다인이가 효미에게 먼저 다가가 친구가 되기로 한 것입니다. 미숙 씨와 수정 씨가 믿음과 책임을 바탕으로 계약을 맺고 다인이를 함께 키운 것처럼 두 사람은 남자아이들에게 괴롭힘당하던 고양이 사탕이를 구해 내고 함께 돌봐 줍니다. 수정 씨처럼 심장이 약하지만 수정 씨처럼 용기 있고 반듯한 효미는 다인이를 세상과 이어 주며 다인이를 믿고 지지하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어쩌면 두 어른이 계약이라는 이름 아래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 우정을 다인이와 효미가 어린이답게, 조금 더 솔직하고 용감하게 보여 주며 어른들에게도 용기를 내라고 말하는 것 아닐까요?
책을 읽고 나면, 진취적인 표지 그림처럼 ‘무섭고 해로운 요괴’였던 옛이야기 속 여우 누이가 인간 아이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도록 틀을 깨고 꺼내어 준 작가들에게 엄지를 들어 올리게 될 것입니다.
편견을 이기는 ‘믿음’과 차이를 넘는 ‘공존’의 이야기
차가운 시대에 건네는 새로운 시대의 ‘여우 누이’
〈여우 누이〉를 아시나요? 사람으로 둔갑한 여우가 아들만 있는 집에 막내딸로 들어가 가축은 물론 사람까지 해치다 결국 천벌을 받는다는 옛이야기이지요. 뾰족한 귀에 눈도 쭉, 입도 쭉 찢어진 여우 누이가 “오라비 한 끼, 말 한 끼.”를 외치며 오빠를 쫓아가는 모습은 우리 옛이야기 가운데 손꼽을 만큼 무시무시한 장면일 겁니다. 그런데…… 이것은 ‘인간’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여우 누이〉 이야기이고, 정말로 그랬는지 여우 누이가 하는 말도 한번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주변에 여우 누이가 있다면 말이에요.
제2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수상작인 《난 여우 누이와 산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고 보고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주나무 작가가 쓴 장편 동화입니다. 여우 누이 고미숙 씨와 9년째 함께 살고 있는 열한 살 인간 오다인이 여우 누이와 저를 둘러싼 인간들에 관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적어 놓은 일기 같은 이야기이지요. 화려한 겉치레 없이 투명하고도 단단한 주나무 작가의 문장과 고요하고 무심한 듯하면서도 따뜻하고 신비로운 양양 작가의 그림은 현실과 환상이 경계 없이 이어지는 세계를 독자가 자연스럽게, 기꺼이 유영하게 합니다.
틈만 나면 인간은 믿을 수 없는 존재라며 열변을 토하는 미숙 씨가 어쩌다 인간 어린이의 유일한 보호자가 되었는지, 엄마에게서 당차고 씩씩한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은 열한 살 다인이는 또 얼마나 야무지게 집사 역할을 해내는지, 인간과 여우 누이라는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공포와 징악의 상징에서 구원과 공존의 서사로,
‘믿음’ 위에 다시 쓰는 〈여우 누이〉
《난 여우 누이와 산다》는 제목이자 오다인이 써내려 가는 이야기의 첫 문장이기도 합니다. 놀라운 사실을 고백하는 것치고 별일 아니라는 듯 참으로 담담한 말투입니다. 다인이는 첫머리에서 “좀 무섭게 생기긴 했어도 미숙 씨는 날 먹지 않고 구 년째 키우고 있다.”라며 혹시 집사가 될지도 모를 독자들에게 여우 누이와 살 때 주의할 점들을 짚어 줍니다. 야행성이라 햇빛을 싫어하고, 인간이 되기로 한 뒤로 고기는 입에도 대지 않고, 복잡한 셈 앞에서 당황할 때 슬쩍 답을 이야기해 주면 은근히 좋아한다는 꿀팁(?)까지 전수하지요.
여우 누이에 대한 오해를 떨어내는 다인이의 설명에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믿음’의 문제로 옮겨 갑니다. 미숙 씨가 다인이에게 “믿음, 소망, 사랑 중에 뭐가 가장 어려운” 줄 아느냐고 묻자, 다인이는 사랑이 맨 끝에 오니까 사랑이라고 대답하지요. 이에 미숙 씨는 가장 어려운 건 ‘믿음’이라고, 그래서 자기가 아직도 인간이 아니라 여우 누이인 거라고 말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사랑하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여우 누이의 애틋한 서사가 피어나는 순간입니다. 옛이야기 속 무시무시한 요괴는 사실 여우 고개에서 오랫동안 혼자 살며 고개를 지나다니는 인간들 틈에 어울려 살고 싶었던 외로운 여우였고, 겨우 반쪽짜리 인간이 된 뒤로는 그 어떤 인간보다 인간 사회에 적응하려 애썼는지도 모릅니다. 인간들이 지레 겁먹고 멀리하거나 여우 구슬을 훔치려고 거짓 소문을 퍼뜨리며 수백 년 동안 자신을 배반하고 고립시켰다면, 여우 누이가 인간을 믿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인간에 대한 불신만 남은 여우 누이 미숙 씨 앞에 어느 날 느닷없이 어린 다인이를 안은 수정 씨가 나타납니다.
“덜컥 여자 인간이 나타나서는 뭐든 다 해결해 줄 것처럼 굴더니…… 가장 어려운 문제만 남겨 놓고 혼자 가 버렸잖아. 이번에도 믿지 말아야 했는데 말이야.”
다인이의 엄마 오수정 씨는 미숙 씨 집에 얹혀사는 대가로 밀린 공과금부터 생활 전반에 걸친 문제들을 해결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끝내 해결하지 못했지요. 바로 미숙 씨를 ‘진정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일 말입니다. 아마도 미숙 씨는 수정 씨가 죽으면서 ‘믿음’의 불씨도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했겠지만, 결국에는 그 불씨가 수정 씨를 꼭 닮은 다인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미숙 씨가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한 것은, 아마도 인간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더는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유일한 보호자로서 다인이를 지켜야 한다는 이타적인 고민과 맞닿게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질적인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 위에 쓰였던 권선징악의 서사는 이렇듯 ‘진정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구원과 공존의 서사로 변모합니다. 진정한 믿음이란 실제 인간이 가진 특성이라기보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믿으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인간의 도덕률, 지향점에 가깝겠지요. 엄마처럼 자기를 지켜 줄 거냐는 물음에 넌 인간이고 난 여우 누이라며 미숙 씨가 선을 긋자, 다인이는 “그러니까 여우 누이하고 사람하고 서로 지켜 주면 되는 거잖아요.” 하고 당돌하게 말하지요. 이런 모습이 ‘편견을 이기는 믿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여우 구슬이 탐나서 여우 누이를 속이고 다른 이들과 이간질하며 요괴보다 더 요괴 같은 존재가 된 오라비와 인간인 다인이와 계속 함께하기 위해 ‘인간’으로 변신하는 대신 변화와 성장을 택하는 미숙 씨, 그리고 집사를 자처하며 미숙 씨 곁을 지키고 끝없는 질문으로 미숙 씨를 깨우치는 어린이 오다인. 심사 위원들의 말처럼 《난 여우 누이와 산다》는 인간이란 무엇인지, 진정한 어른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어린이는 종종 어른의 생각을 거울처럼 비추는지라 편견 또한 숨기지 않고 드러내지만, 어른보다는 훨씬 유연하고 용감하며 적응력도 뛰어나지요. 본모습을 감추는 데만 익숙하여 겉으로 티를 내지 않을 뿐, 다르고 낯선 것을 꺼리는 마음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어른일 겁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 책은 어른의 마음에 마디마디 맺혀 울림을 주는, 어른에게 필요한 동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과 여우 누이, 우리는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난 여우 누이와 산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혹은 사람들이 똑바로 마주하지 않는 존재)가 하나 더 나옵니다. 산호시 별내로 37길 1230번째 무덤에 누워 있는 오수정 씨입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다인이를 혼자 낳아 키웠을 수정 씨는 살아 있는 동안은 “몸에 진흙이 잔뜩 묻은 것처럼” 보는 사람들의 냉대를 견뎌야 했고, 지금은 다인이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정말로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지요. 하지만 다인이에게 엄마는 언제까지나 ‘챔피언’ 같은 사람입니다. 9년 전 그날 밤 용기를 쥐어짜 미숙 씨 집 대문에 발을 끼워 넣은 것처럼 엄마는 언제든 누구 앞에서든 비굴하지 않고 당당했습니다. 그런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오롯이 다인이 마음에 남아 미숙 씨에 대한 생각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끊임없이 영향을 줍니다. 인간들에게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면 인생이 정말 시시하고 재미없어진다는 것도, 그리고 인간들에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는 것도 모두 엄마가 가르쳐 준 것들이지요.
‘함께 살기로 계약한 여우 누이와 여자 인간과 인간 아이’라는 조합은 이미 가부장적인 가족 구조를 깨뜨리는 파격적인 공동체입니다. 그리고 다인이의 유일한 혈연인 엄마가 세상을 떠나면서, 혈연과 종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완성되지요. 엄마의 죽음은 다인이에게 ‘결핍’이 아닙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미숙 씨와 다인이가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지요. 다인이도, 미숙 씨도 계속해서 “엄마가 아니라 미숙 씨”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대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미숙 씨는 미숙 씨인 채로, 다인이는 다인이인 채로 함께 지내는 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독자에게 도리어 반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은 미숙 씨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수정 씨가 다인이를 안고 들이닥쳤지요. 그리고 꺼져 가는 믿음의 불씨를 되살려 놓습니다. 그런데 여우든 인간이든 어른보다 조금 나은 어린이는 스스로 용감한 친구를 찾아냅니다. 다인이가 효미에게 먼저 다가가 친구가 되기로 한 것입니다. 미숙 씨와 수정 씨가 믿음과 책임을 바탕으로 계약을 맺고 다인이를 함께 키운 것처럼 두 사람은 남자아이들에게 괴롭힘당하던 고양이 사탕이를 구해 내고 함께 돌봐 줍니다. 수정 씨처럼 심장이 약하지만 수정 씨처럼 용기 있고 반듯한 효미는 다인이를 세상과 이어 주며 다인이를 믿고 지지하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어쩌면 두 어른이 계약이라는 이름 아래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 우정을 다인이와 효미가 어린이답게, 조금 더 솔직하고 용감하게 보여 주며 어른들에게도 용기를 내라고 말하는 것 아닐까요?
책을 읽고 나면, 진취적인 표지 그림처럼 ‘무섭고 해로운 요괴’였던 옛이야기 속 여우 누이가 인간 아이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도록 틀을 깨고 꺼내어 준 작가들에게 엄지를 들어 올리게 될 것입니다.
목차
1. 난 여우 누이와 산다 - 7
2. 엄마와 나 그리고 태권도 - 17
3. 난 매일 소시지만 먹어 - 25
4. 소시지도 햄도 아닌 효미 - 32
5. 구 년 전 여우 고개 - 41
6. 인간들은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해 - 50
7. 여우 사탕 - 57
8. 집사와 보호자 - 72
9. 오라비 한 끼 말 한 끼 - 84
10. 오다인은 이상해 - 97
11. 레오 vs 고미숙 - 109
12. 눈에 보이지 않아도 믿는다는 것 - 121
13. 투 비 컨티뉴드 - 136
14. 어른 여우가 필요한 순간 - 146
15. 여우 고개의 미숙 씨 - 156
16. 혀 아래에 도끼가 들어 있대 - 165
17. 오다인, 변신?! - 170
18. 그래, 난 여우 누이랑 산다 - 181
19. 삼백 번째 생일 파티 - 189
20. 미숙 씨와 나 그리고 레오 - 198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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