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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8542733
· 쪽수 : 270쪽
· 출판일 : 2020-11-25
책 소개
목차
가난했던 시절
태생지! 알과 전쟁
6.25 전쟁
가난했던 시절
등잔
잡초
원두막과 수박서리
첫사랑
나무 같은 삶
나무 같은 삶
뿌리
시집살이
시할머니의 치매
차마 말씀 못 하시고
갈치 한 토막
부부 여행
수의
자녀 교육
맏아들
이팝나무 웨딩드레스
막내아들
손주들
새로 지은 작은 집
아버지 기일
생일상
눈썰미
도전하는 삶
나의 꿈
검정고시 도전
대학을 졸업하다
세월은 휘익~!
사진과 여행
빛과 그림자
우포늪 출사
새처럼
난타반의 해프닝
내 나이가 어때서
수필과 나
도전하는 삶
문성의 길
삶과 죽음
신명과 흥
토막 낮잠
황혼의 사춘기
삶의 여정
나를 찾아서
나를 찾아서
100인의 영정사진
독거노인
수지침
요구르트 한 병
작은 보람
라면 한 그릇
세 할머니
나를 찾아줘
장삼
순천만의 가을
산과 나
자장암에서
코로나와 남이섬
쁘띠 프랑스
법기수원지에서
한밤마을 돌담길
백록담을 오르다
지리산 노고단
함백산 동행
마이산
순천만의 가을
대청봉에 오르다
캐스케이드 야경
점입가경 예원
사막의 밤
그랜드 모스크
언어 소통
침대열차
볼펜
터키를 가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랜 시간 불을 켜놓으면 기름이 닳는다.“얼른 불 끄고 자거라!” 안방에서 석유가 닳는 것을 아까워하는 어머니의 걱정이 들리기도 했다. 지금이야 옛날의 등잔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전깃불을 켜고 있지만 전기 돌아간다고 불 끄기를 채근하는 말은 그때만큼 듣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엔 석유도 귀해 오일장 장 장날이면 십 리 길을 걸어 대두 한 병씩 사다 놓고 어둠을 밝히는 데만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아끼라는 얘기가 저절로 나왔다. 석유를 먼 장에까지 가서 사들고 오기가 번거로워서 새벽에 석유통을 등에 메고 다니며 파는 석유 장사에게 사서 쓸 때도 있었다.
등잔은 나의 아련한 추억이다. 내 어릴 적엔 낮에 미처 못 한 학교 숙제도 호롱불 밑에서 해야 했고 공부한다고 밤늦게까지 앉은뱅이책상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앞머리를 호롱불에 태워먹는 일도 있었다. 재미있는 옛 추억이 새롭다.
-가난했던 시절, ‘등잔’
층층시하에 갓 시집와서 고개도 못 들고 시집살이하고 있을 때였다. 5일장에 다녀온 시어머님께서 갈치를 넉넉히 사 왔으니 저녁 밥상에 식구 수대로 갈치 한 토막씩 구워 상에 올리라고 말씀하셨다.
대가족이라 무쇠가마솥에 저녁밥을 지었다. 솔잎 낙엽과 갈비로 태운 빨간 불에 구운 석쇠 갈치구이는 수분이 줄고 특유의 향기와 고소함이 더해져서 식감이 일품이었다. 나는 정성껏 식구 수대로 갈치를 구워 부뚜막에 놓았다. 온 집안에 갈치 냄새가 그득했다. 그런데 아뿔싸, 내가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강아지가 생선 한 토막을 물고 달아났다. 이 일을 어쩌나 하고 당황하는 사이에 외출했던 신랑이 왔다. 뭐 때문에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냐고 묻기에
“저녁 밥상에 갈치구이 한 토막씩 놓기로 했는데 강아지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랑이 얼른 밥상을 차려 빈 접시를 하나 놓으라 했다. 신랑이 허겁지겁 밥을 먹고 상을 물리는데 들에 나갔던 식구들이 돌아왔다. 어머님이 큰애 갈치 한 토막 줬냐고 하시니 신랑이 얼른 오늘 갈치는 참 맛있었다고 둘러대었다. 신랑 덕분에 꾸지람은 모면했지만 참으로 민망한 노릇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꼬막 단지에서 갈치 한 토막 더 꺼내어 구웠으면 될 것을. 그때는 거기까지는 생각이 못 미쳤다.
-나무 같은 삶, ‘갈치 한 토막’
황망 중에 며느리를 앞세워 재래시장을 찾았다. 내 손으로 남편에게 수의를 만들어 입히고 싶었다. 자식들이 나의 건강을 염려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수의 재료상에서 삼베를 넉넉히 구입했다. 그러나 그렇게 손수 재단하고 만드는 중에 남편은 운명했다. 야속한 사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지. 나는 밤새 눈 한번 안 붙이고 재봉틀을 돌렸다. 한 땀 한 땀 사랑과 정성으로 남편의 수의를 장만했다. 박음질에 손이 바늘자국투성이가 되었지만 마음은 편안했다. 일생을 같이한 사람이 아니던가.
사람이 한평생 살며 여러 종류의 옷들을 입지만 죽어서 세상을 하직할 때는 염색하지 않은 소색消色 수의를 입는다. 지방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이승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지막으로 입고 가는 옷이 바로 하늘 옷, 수의이기 때문이다.
-나무 같은 삶, ‘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