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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8543945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2-11-1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부 창밖의 여자
엄지발가락 / 타이밍 / 깨순이 아줌마 / 창밖의 여자 / 어머니와 참기름 / 꿩을 잡은 여자 / 터널에 갇히다 / 장미의 계절 / 글 쓰는 여자 / 귀여운 여인
2부 끝이 없는 길
공룡과 놀다 / 진국 / 말복末伏 / 끝이 없는 길 / 그들의 세상 / 진정한 배려 / 대기시간 5분 전 / 눈호모 / 경자년 벽두에 / 뚝배기보다 장맛이다 / 태풍시대
3부 임당리의 봄
뱃골 마을에 가다 / 임당리의 봄 / 서원의 가을 / 달빛 호수를 여행하다 / 풍각장의 봄 / 기차가 있는 카페 / 운곡 서원의 만추 / 은행나무 한 그루 / 바다로 간 여인 / 가을로 가는 기차 / 사진 한 장의 추억 / 내 이름은 철이 / 태胎 / 잊히지 않는 사람
4부 울어라 열풍아
의사와 환자 / 산삼의 분배 / 마카 커피 / 나도 소화 낭자 / 쌍바윗골의 비명 / 너도 그렇다 / 겨울 아이 / 낚시는 아무나 하나 / 큰 놈을 잡았다 / 쫌 / 울어라 열풍아 / 똥배 타령
5부 너도바람꽃
중복 / 고구마 / 묵은지 / 장미꽃 한 송이 / 군밤 타령 / 너도바람꽃 / 낚시 / 밍크 목도리 / 한옥 사랑 / 달맞이꽃
6부 봄을 가두다
팥빙수를 먹으며 / 키 작은 민들레 / 길동무 / 장미의 기억 / 빨랫줄이 있는 풍경 / 봄을 가두다 / 다방의 추억 / 병든 몸도 서러운데 / 하나, 둘, 셋 / 신의 한 수 / 동경이
저자소개
책속에서
경찰에서 차량이 속력을 많이 내는 도로 갓길에 경찰관 모형 로봇을 설치한 적이 있었다. 그 모습이 사람과 흡사하여 음주운전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는데, 당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차량도 많지 않아 과속을 하기에도 딱 좋은 도로였다. 중년의 운전자 한 사람이 자동차를 갓길에 세워 놓고 단속 경찰관과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하여 차를 세웠다. 운전자는 얼굴에 핏대를 올리며 말없는 로봇과 입씨름 중이었다. 혈색으로 보아 그는 음주를 한 것 같았다. 남자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사람도 아닌 것이 경찰관 행세를 하며 길가에 떡 버티고 서서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는 것이었다. 생긴 것도 자기보다 잘생겨서 기분 나쁘고, 사람이 옆에 와도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뻔뻔하게 표정 하나 바뀌지 않으니 다른 피해자가 또 나오기 전에 자빠뜨려야 된다고 했다.
남자는 몇 번을 그에게 주먹질을 하더니만 급기야는 로봇을 논두렁으로 밀어버렸다. 지켜보던 나는 황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여 가던 길도 잊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달리던 운전자들이 차에서 내려 하던 말이 가관이었다.
“애고, 큰일 났네! 경찰관 아저씨가 논두렁에 떨어졌네. 119 빨리 부르세요.”
2부 ‘공룡과 놀다’ 중에서
눈호모란 ‘눈이 호강하는 모임’으로 다른 모임과는 달리 특별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두 달에 한 번 만나는 시간만큼은 먹지 않고 눈으로 즐기며 물만 마실 수 있다. 그러니 식당가에도 갈 일이 거의 없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도 이 모임에서는 무색할 따름이다. 대체로 짧게 만나는 친목모임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여담을 나누는 게 태반일 터이다. 눈호모는 만나서 보내는 길지 않은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즐기자는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다.
가볍게 산행을 하던 날이다. 정상에서 발 도장을 찍고 하산하는데 뒤따르던 일행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너럭바위에 앉아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우리는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올랐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이 일을 어쩌나. 그녀가 숲속에서 무언가를 허겁지겁 먹고 있다. 회칙에 따르면 규율 위반에 해당되어 벌칙금이 발생하는 행위이다.
배고픔과 먹는 것을 못 참는 식탐쟁이가 눈호모에서 1년을 버틴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다. 그 곤욕을 겪으면서도 모임을 해야 하는 이유를 넌지시 물어보니 자신이 먹는 것을 참을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었다고 한다. 이후 그녀는 눈호모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끝까지 살아남겠다던 그녀가 1년 만에 두 손을 든 것이다.
2부 ‘눈호모’ 중에서
지난날 어머니는 일터로 나가시는 아버지의 도시락에 쌀밥을 소복하게 담고 나서는 솥 안의 밥을 주걱으로 골고루 섞었다. 쌀보다 보리쌀이 많이 섞였던 밥은 식구들이 아침을 들기도 전에 도시락이 먼저 배를 채웠다. 어머니는 밤마다 다음 날 우리들이 들고 갈 도시락 준비로 새벽잠을 설치셨다. 어머니의 고충도 헤아리지 못하고 국물이 흐르는 김치만 넣어 준다고 투정을 부린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 어머닌들 매일 똑같은 반찬을 넣고 싶었을까. 어쩌다가 도시락에 장조림과 계란말이가 들어 있던 날은 아버지의 월급봉투로 어머니의 콧노래가 유난히 큰 날이었다.
난로 옆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본다. 낡은 의자는 삐걱거리며 엉덩이 반쪽만 겨우 걸쳐질 뿐이다. 먼지가 자욱한 도시락 뚜껑을 여니 누군가가 적어 놓은 쪽지 하나가 웃음을 자아낸다.
‘영희야 어서 와, 많이 보고 싶었어. 다음에 만나면 화본역에서 기차 타고 놀러 가자.’
‘내 이름은 철이’라는 추신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내 어릴 적 친구도 철이가 있었는데.
3부 ‘내 이름은 철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