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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8604240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16-07-30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면서
만복의 근원
한 집안의 흥망성쇠
성품과 소질은 만들어진다
지나친 사랑이 초래한 결과
악순환
지옥 가지 말기를
인간이면 반드시 배워서 지켜야 할 학문
낙엽이 우는 소리
남녀칠세부동석·1
남녀칠세부동석·2
2015년 어느 날, ‘실제상황’
박문진 자서전 중에서
부유하던 혼
찢어지지 않는 종이
천사의 비수
소쇄원 대봉대를 지은 뜻은
얼굴
흙
멍에 벗은 소
그 얼굴의 그늘에서
유년시절
전쟁의 소산물
저자소개
책속에서
‘책을 내면서’
호기심이 많은 나는 어릴 때 어머니나 언니를 따라다니기 좋아했다. 오지 못하게 하여도 기를 쓰고 따라간 건 집에 항상 있는 일상보다는 새로운 놀이, 새로운 이야기들이 신기해서였다.
그런데 내가 아홉 살 때 야학에서 한글을 배운 후에는 어머니나 언니를 따라다니지 않았다. 글을 알고 책을 볼 수 있게 된 뒤부터는 어머니나 언니를 따라다니는 것보다 몇 배나 더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내내 틈만 나면 책을 보았고 결
혼 후에도 집안 살림 외에는 다른 일은 전혀 안 하고 오직 책만 읽었다.
그러던 어느 날 루소의 책을 만나게 되었고, 그도 나처럼 무학자인데 글을 써서 책을 낸 것을 보고는 나도 글을 쓸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전까지 나는 글은 학력이 높은 사람만 쓰는 줄 알았다.
그날 이후 나는 필을 들어 글을 쓰면서 광주 향교에 나가 사서삼경을 배우기 시작했고 문예창작수업을 받으며 온 힘을 다해 노력했더니, 등단이라는 영광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등단 후에도 많은 글을 썼는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잘 써지지 않는 것이었다. 필을 든 지 20년이 넘도록 내가 반드시 해야 할 말이 있는 거 같은데 생각이 나지 않는 기분이었다. 써야만 할 거 같은 그 글을 쓰기 전에는 다른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거 같았다.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했다. 글쓰기를 잠시 멈추고 국선도를 배우고 조계사 선원을 다니며 참선을 하기 시작했다. 참선한 지 일 년쯤 되었을 때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가 없어지더니 마음이 아주 편안해졌다. 「만복의 근원」, 「한 집안의 흥망성쇠」, 「악순환」, 「성품과 소질은 만들어진다」, 「지옥 가지 말기를」이 참선 후에 쓴 글이다. 이제는 내가 해야 할 말을 다 쓴 것처럼 마음이 후련하고 편안하다.
끝으로 서툰 국어 실력에, 서툰 문장이나마 그래도 책으로 펴내 주신 청어출판사 사장님과 편집부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박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