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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8773687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24-01-10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1. 받아들이다
나도 요상한 것을 쓰고 싶지만 | 어르신 느티나무님, 당신은 누구입니까? | ‘빛살엔그림책’, 빛살처럼 스며들기를 | 절반의 성공 | 비를 맞으며 춤추라 | 카페 출근 | 풀 같은 모습으로 | 닮기엔 너무 먼 당신 | 붉은토끼풀이 내게로 왔다
2. 품다
걸을 수 있을 때 걸어라 | 당신의 눈은 내게 창을 열어주었어요 | 뼈마디가 쑤셨다 | 내 봄을 축하해 | 영매, 환생 그리고 임사 체험 | 몸에 느티나무 잎들이 돋아났다 | 나날이 새로워지다 | 뿌리 깊은 나무는
3. 넘어서다
이것은 울타리가 아냐 | 고독하면서 고독하지 않는 | 내가 지나온 길이다 | 자녀라는 산을 넘어야 할 때 | 돌을 피하는 법 | 나만의 방 | 기다려라, 나의 노년이여! | 숨구멍 | 오늘도, 내일도 걸을 거예요 | 딸들아, 내 마지막 길은 유쾌하게 보내주라
맺는 글
산책자와 함께한 책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르신은 누구입니까? 그리고 오래 사셨으니 우리 인간보다 훨씬 많은 지혜를 갖고 계시지요? 그걸 제게도 나누어주세요.”
귀를 기울이며 몇 바퀴를 돌자, 드디어 느티나무가 낮은 목소리로 서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네. 내 가지들을 보게나. 햇볕이 많이 닿는 곳은 더 빨리 잎이 나오고, 그렇지 않은 곳은 아직 나오지 않은 곳도 있다네. 지금 이 모습이 아름답지 않다 해도 그게 전부 나일세. 나는 그 모든 것을 품고 사랑한다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그것까지도 받아들인다네. 그저 묵묵히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가장 나다움을 만들어가지.”
걷기와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면서 걸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 두 가지가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는 말이다. 조선 후기의 문인 이용휴가 《탄만집》에 썼다는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오늘이 있을 뿐이다.’라는 문장을 처음 보았을 때는 무슨 의미인지 잘 헤아리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다. 걸을 수 있을 때 걷고, 쓸 수 있을 때 쓰라는 말, 그러니까 미루지 않고 바로 하라는 말이겠다.
어떤 이유로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어떨까? 시간적 여유 때문에 걸을 수 없거나 글을 쓸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아예 걷지를 못하거나 글 쓰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면 말이다. 많이 슬플 것이다. 훗날의 일을 미리 끌어와서 굳이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든 누릴 수 있을 것이란 느긋함에 미루다가 그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면? 이용휴 말을 빌려 쓰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바로 해라.’이다.
사람 관계에서도 그러하다. 주변엔 상처를 주거나 에너지를 뺏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 그런 사람들을 처음부터 걸러낼 수 있는 혜안이 있다면 고민할 것도 없겠지만 천의 얼굴을 가진 사람도 있기 마련이므로 쉽지 않은 일이다. 분명 결이 맞을 것 같아 관계를 맺었는데 불편함을 안겨주는 사람들과 계속 관계를 이어간다는 것에 회의가 올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람 관계는 산길에서 돌을 밟고 안 밟는 것처럼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다. 쉽게 내칠 수 없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끊는 시기를 적절하게 찾지 못하거나, 너무 깊이 와버렸거나,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거나 하는 등 사람이나 관계마다 상황이 많이 다르다. 나이를 먹으면서 성찰의 힘이 커져 어떤 행동이나 말을 듣고서 바로 판단이 오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그런 경지에 오르지 못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