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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8772437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1-06-2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_나에게로 향하는 길
1. 제주에서 ‘나’와 첫 대면하다
1111, 나와 마주하다 | 제주로 간 까닭은 | ‘나’라는 우주 속으로 | 나 자신이라는 산봉우리 | 제주여, 나의 구덩이여! | 예약하고, 취소하고 | 자몽이 뭐라고 | 묵언수행하며 걸었다
2. 숲에서 나를 만나다
40분 산책의 힘 | 나의 새 뿌리들 | 나무 그림자에도, 흠칫 | 걸음이 느려지는 봄 숲 | 내 마지막 자리 | 그럼, 여태까지 내가 본 게 얼마란 말이야? | 결국 0원이다 | 나에게 반하다 | 최초·최애·낭만 덕질 | 덕질은 어디로? | 쑥대머리만 부를 줄 안다면 | 집게를 사다 | 지는 건 잠깐 | 걱정 말아요, 그대 | 참, 아름다운 것을 보았네 | 길을 잃고, 길을 찾다 | 날마다 읽고 쓰다 | 숲을 조율하다 | 숲에서 사계절을 지나는 동안
3. 오후 세 시에 나를 만나다
오후 세 시, 뭘 해도 좋은 시간 | 오후 세 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 | 거실책방 탄생기 | 하루가 피고 지고 |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 | 오늘만 달릴 수 있는 사람처럼 | 나를 떠난 아이 | 말괄량이 삐삐를 다시 만나다 | 그려보고 나서야 | 폐강합시다 | 나이 들면 잘 못 듣는 것 | 그건 아무도 못 가르쳐요 | 지금부터, 그림책을 읽겠습니다 | 코로나19를 뚫고 온 소식 | 잘하시던데요 | 피아노를 떠나보내며
4. 내 몸에서 나를 만나다
빈둥대는 시간 | 바람난 뼈들아, 어서어서 돌아오렴 | 자나 깨나 죽음 생각 | 그만 멈춰! |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 참새방앗간 프랑스 베이커리카페 | 타인의 손에 기대어 | 인생, 참 맛있다 | 돌덩이 | 세 번의 수면 내시경 | 맨발로 걸어보았는가 | 22만 원짜리 실내화 신고 글을 쓴다 | 너무 휘둘렀네
나오며_혼자는 조금 외롭지만 많이 넉넉하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후반 인생을 맞아 이미 원하던 일을 하면서 살고 있지만 새로운 것을 찾아보니 또 있었다. 그래서 인생명함 목록에 ‘훌쩍, 제주(2019년 가을부터)’라는 것도 써 넣었다. 그랬더니 나도 모르게 제주행 항공권을 예약하고, 숙소를 찾고, 떠나기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인생명함을 만들고 난 뒤 나는 자연스럽게 제주를 검색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고, 숙소를 찾고 있었다. 마음에 쏙 드는 곳이 나타나 숙박료를 문의했지만 그때만 해도 가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것이라 마음이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중에 불쑥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숙소를 예약하고, 항공권을 알아보았다. 난 이것이 인생명함의 힘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생명함은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을 표지로 해서 4면으로 만들었는데 ‘눈이 부시게’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 인생명함은 앞으로 걸어갈 삶의 이정표로서 내 가치와 방향이 담겨 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문장을 새겨 넣었다.
- 후반 인생은, ‘나와 함께’, ‘나답게’, ‘나를 위해’
- 감동과 즐거움으로 나를 채우고, 그 가치를 세상에 알린다.
- 느리게, 풍요롭게
‘제주’는 바로 이러한 내용들을 실현시켜줄 최적의 장소였다.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첫발을 내딛는 날로서는 11월 11일 하루면 충분했다.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따로 돌아다닐 곳도 알아보지 않았다. 아니, 처음에는 ‘책방과 올레길이 있으니 됐다!’면서 떠날 동기가 생겼지만, 이때만큼은 휴식과 함께 나와 마주하는 의식을 치르자면서 다른 욕심을 내려놓았다.
큰 아이 소풍 때 쓰레기 줍던 딸 친구 엄마, 산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던 사람, 길거리에 버린 쓰레기를 주워가던 남자, 그리고 환한 얼굴로 쓰레기를 주워가며 산을 오르던 청년, 심지어 바다의 쓰레기를 줍는 광고마저 나는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난 일도 선명하게 기억되고, 최근 본 그들의 모습도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냥 마음속에 들어오기만 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부끄러움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이 충만해지고 환해지는 기분을 느끼게도 했다. 공통점은 모두 큰 감동을 주었다는 점이다. 그것들은 쉬워 보이는 일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작지만 큰 파동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나도 집게를 샀다. 덕분에 많은 즐거움을 주는 오솔길에게 조금이라도 답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이제 들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집게를 사두고 바로 들고 나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산책을 하면서 주워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면 쓰레기봉지와 함께 들고 나간다. 무슨 일이든 처음 한 번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용기내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