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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2999
· 쪽수 : 138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중의적 말의 유목에 대하여 /13
고요의 음계 /14
시간을 위한 거울 오브제 /16
오브제를 사랑한 /18
미역밭에 비 내린다 /20
FREE HUGS /22
사는 법 /24
비 오는 날의 산조散調 /26
목향木香 /28
내력 /30
재앙에 대한 낭만적 미션 /32
마당 깊은 집 그리고 비 /34
우리는 무엇으로 내일을 꿈꾸는가 /36
샘 /38
제2부
말들의 무덤 /41
말이 달린다 /42
신기루의 방정식 /43
명왕성에게 /44
헛것에 대한 명상 /47
모래의 서식지 /48
고비 가는 길 /50
멀어지는 풍경들의 시간 /51
변검 /52
망명 /53
알티폴라노 고원 /54
호모 노마드 /56
작업실 소회 /57
타클라마칸 /58
내일이라는 신기루 /60
제3부
똥 한 덩이의 오디세이 /63
회귀하는 것들 /64
우리는 지금 웜 홀을 통과하는 중 /66
호모사피엔스의 외투 /67
경계의 다른 지점을 보다 /68
쒼벵이의 어느 하루 /70
길 위에서 부활하다 /71
보법步法 /72
꼬마 거북의 시험대 /74
조개의 꿈 /76
지상의 마지막 이상주의자 /78
행복론 두 권 /80
2040, 신인류 백서 /82
소년 보라매 /83
바보 문답 /84
제4부
잠이라는 몽유의 사원 /87
새의 학명은 아이손 /88
백년 후 오늘 /90
응답하라 2014, 어릿광대들의 마당 /92
나는 전향 중이다 /94
기억의 퍼즐 한 조각 /96
돌아온 불두를 심문하다 /98
귀농 /101
빗자루를 타고 /102
지구별을 타고 우리 날아가고 있다 /104
모란 지다 /108
전생의 이력 /110
지하 생활자 /112
씨앗 /114
해설_ 부활을 향한 존재론과 시학 /115
이성혁(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더 쓸쓸하고 더 고통 받아라. 내 시의 영토는 변방, 외로움이 나를
키운다. 결핍의 고통이 창조를 낳으리니 그리하여 고통 그 너머를,
모든 경계의 바깥을 볼 수 있는 시안詩眼의 두 눈알, 움켜쥐고
홀로 달리는 거야. 유레카를 외칠 그날까지.”
- 김추인의 시론, 「시인의 유레카를 위한 리허설」 중에서
김추인 시인의 시론에 따르면, 외로움과 고독은 시인의 삶의 무게로 더욱 묵직해질 것이다. 또한 그 고통의 무게가 그를 변방으로 내몰고, 사막에 도달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이 사막이야말로 ‘유레카!‘(??찾았다!’)를 외치며 ‘아이?되기’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이다. 사막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러므로 고독한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고 사유해야 한다. ‘시간 너머’는 시간과의 긴장 속에서만 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막을 꿈꾸는 “호모 노마드”인 김추인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거의 모든 시들에서 이런 팽팽한 시적 긴장을 맛볼 수 있다.
어린 말이 처음 눈뜨던 광야가 있었다
그곳에 가면 내 말이 있을 것이다
풀을 뜯고 초원을 달릴 것이다
야생의 눈빛으로 더 먼 곳을 내다보며
믿진 않았지만 휘파람을 불었다
거짓말처럼 멀리서 흙먼지를 풀며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
모래의 길 하나를 끌고 내 말이 돌아오고 있다
세상을 짚어본 눈빛은 깊고 넉넉하리라
정강이가 튼튼해진 문장, 말의 관절이 유연해 보인다
-「중의적 말의 유목에 대하여」 부분
사막에서의 유목을 통한 ‘아이?되기’라는 김추인 시인의 의지가 표명된 시다. 그렇게 튼튼해진 말들은 “더 먼 곳을 내다보”면서 사막을 가로질러 나간다. 그리하여 시인의 상상은 사막에서 다시 저 우주 공간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그 확장은 철학적 사유를 통해 하늘 바깥의 우주 공간만이 아니라 당신과 나 사이, 몸속으로 내밀하게 열린다. 우주는 모든 ‘사이’의 공간면서 “허수와 실수 사이”의 공간이다. 시인에 따르면 이 “허수와 실수 사이”의 경계란 0, 즉 ‘헛것’이다. 시인에게 시간을 실재하지 않는 헛것으로 만드는 것은 시간과 시간 사이의 경계다(「헛것에 대한 명상」).
김추인 시인은 이 헛것의 존재에 대해 “투과자”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대가 나의 몸을 통과해나갈 때 나는 어지럽고 혼미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그렇다면 사랑이란 헛것에 들르는 상태인 것이다(「내력」). 그렇게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헛것?신기루’는 시인의 삶에 있어 본질적인 무엇으로서, 새 생명은 이 무화되는 치열함으로부터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다.
하나의 씨알이 꽃피려고
만 번을 미워하고 천 번을 사랑한다는 것
-「똥 한 덩이의 오디세이」 부분
시인에게 시쓰기는 해체되고 죽어버린 것에서 생명을 발견하고 재생으로 이끄는 작업이기에, 시인은 다시 죽음과 삶이라는 “경계의 다른 지점”에의 인식으로 나아간다. 하여, 시간의 흐름(죽음)에 거슬러 새로운 시간을 형성(부활)하도록 이끄는 오브제를 발견하는 일은 자연스레 시인의 과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