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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043021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1-11-01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떠도는 오감도 12
나는 행인 3이다 14
푸른 갈기의 말들을 위한 기도 16
아무것도 아니거나 눈부시거나 18
산사에서의 혼숙 20
읍소 22
상실의 배후 24
내 안엔 애매모호들이 산다 26
보고서 30
알들의 오디세이아 32
대략에 관한 담론 34
스승 36
벌레들의 승부 37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8
헛꽃 40
제2부
내일의 친구들에 고告함 42
미래의 나에게 말 걸기 44
그래도 거기 있으라 46
AI, 까마득한 날에 이미 48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50
유령의 별들 51
2040, 소크라테스와의 문답 52
김미래 님의 외출 54
누가 물레를 돌리는가 56
해일 58
톱니바퀴에 끼어 61
정원사의 애장품 62
시나리오 64
화면 엿보기 66
3부
사막의 비너스 70
사하라 72
바이칼의 딸 74
사막의 공식 76
이브의 미토콘드리아 78
사하라엔 핫산이 있다 80
트레킹화 82
길 84
사물들의 말씀을 읽다 86
명장의 시간 88
사라짐에 대한 탐구 90
모래경전 92
부메랑 94
환향 96
지나간 미래로의 여행 98
제4부
하루살이 102
노을을 인화하다 103
오류가 캡처되다 104
스피노자의 아이들 106
천명 108
종다리의 구름 노트 109
3번 방의 연인 110
폭설의 행적 112
허공의 말씀 114
공유하다 116
리허설 118
개뿔을 내다 버리다 120
눈꺼풀 122
▨ 김추인의 시세계 | 김진희 124
저자소개
책속에서
푸른 갈기의 말들을 위한 기도
― 호모 아르텍스(Homo artex)
나의 말들은 어디쯤 달려오고 있을까
뮤즈들은 협곡마다 숨어
여린 화성음의 서정으로 노래하겠지만
내 말들이 알아차리기나 할까
까불까불 덤불 속에서 놀다 낯선 야생에 접질린 다리 끌며
길 헤매지는 않을까
칼리오페의 그림자 지나치진 않았을까
이리 오래일 리 없는데 왜지? 왜지?
몸 기울여 귀 나발통 같이 열어도 뜬소문 같은 바람 소리만 와랑 와랑 내 귀에만 들릴 말발굽 소리 아직이다
오라
뮤즈의 음표들을 훔쳐 오라
억년 바위 침묵을 엿보고
빙원이 품은 바이칼 푸른 달빛에 영혼 씻어들고
백설의 순결로 오라
죽어서라도 오라
내 기다림은
신들의 언덕에 선 만년 바람의 성이다
아이야 성문을 활짝 열거라 진부한 환대는 사양하리라
신전에 내리는 어둑살 너머
서풍이 말머리성운을 밀어올리고 있지 않느냐
저 홀로 광년의 트랙을 돌아올 신신한 나의 말씀이여 시(詩)여 푸른 갈기털 휘날리며 오시라
사막의 공식
― 매혹을 소묘하다
사막, 광활이라는 다른 이름
사막인지라 바람의 구릉 없이는 사막 아니네
사막인지라 열사의 사구 없이는 사막 아니네
사막인지라 세상 모든 바람들의 꿈, 바람이란 바람은 다 사막으로 오네
사막의 모래폭풍 본 적 있으시던가 바람의 튼튼한 정강이 힘으로 일어선 견갑골이 양 날개 펄럭이며 뒤집히며 뭉게뭉게 돌진해오는 모래구름 떼를
사막의 바람이 모래산을 옮기네 사구들의 구릉지, 관능의 곡선을 키프로스의 사내처럼 제 홀로 어루는 바람의 지느러미를 아네
사막인지라 한 장의 손편지처럼 멀찍이 뜬 신기루를 읽네
내 오랜 외사랑, 닿지 않는 그리움
물 그늘로 오는 그의 필체는 빛의 산란이라는데
사막에서 다시 사막으로 만년 길 위에 서네
나, 사막이 되네
그래도 거기 있으라
― 호모 커넥서스Homo Connexus
이 대지가 은하의 초록 섬으로
두고두고 성성하려면
패랭이도 광대버섯도 거기 있어야 한다
전갈도 땅벌도 노린재도 잘 살아서
잔나비걸상도
말굽버섯도
아무 걱정 없이 거기 있어야 한다
북극 빙하는 북극에 두고
남극 대륙은 만 년 쌓은 눈 속에서
UFO도 외계인도 들락거린다는
있을법한 미지도 떠돌아야 한다
행성이 초록별의 이름으로 남아
우주의 개체로
살만한 티끌로
밤이 오고 무서리도 내려야 한다
그날이 그날이지만
“뭐야 엄마, 아침은 맨날맨날 넘 빨리 와, 졸린데”
아이들 선선한 투정도 계속되어야 한다
내일의 시간표는 내일에게 맡기고 칠십오억 생각하는 티끌들도 티끌들의 부질없는 꿈 쪼가리라도 알알이 부유하며 춤추며 골몰하는 존재의 길을 걸으라
알은 알을 낳으며 거기 있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