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3187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17-05-1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봄볕 13
봄날 14
봄비 15
벚꽃 먼지 16
벚꽃 복지 18
벚꽃 밥 20
벚꽃 도굴 22
벚꽃 윤회 24
벚꽃 비늘 26
벚꽃 환생 28
늦봄 29
산벚꽃 30
흰 나비 한 마리 32
그늘 몇 평 34
아, 바로 그때 36
제2부
겨를 39
가을 울음 40
가을 물고기 42
가을 특별법 44
밤하늘 보위사령부 46
낮달 48
보름달 49
뒤숭숭한 맛 50
감정 재판소 52
다독다독 54
또 다른 눈 56
체질적 고집 58
1인칭 나무 시점 60
제 몫 62
내가 당신 그늘에 잠기듯 64
제3부
사글셋방 67
달개비의 전세 68
성장통 70
방향 72
그늘의 본심에 대한 단상 74
담쟁이 지름길 76
살구나무 78
감나무의 꿈 80
질투 81
실업 82
우체통 84
개망초 86
모과 목탁 88
겨울 장미 90
기다리는 동안 92
단풍 94
제4부
상속 97
깻묵 98
어탕국수 99
다림질 100
동리(凍梨) 102
반도병원 425호 104
민달팽이 107
인간의 배설에 관한 고찰 108
그대가 준 쪽지처럼 110
종적과 추적 113
좋은 사람, 나쁜 사람 114
월급 통장 116
징표 118
유복이 119
연민 120
해설 | 식물이 우리에게 던지는 여러 가지 질문들 121 마경덕(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식물이 우리에게 던지는 여러 가지 질문들
자연에서 인지한 권영부 시인의 ‘식물 사랑’은 생생한 삶에서 만들어진 산물이다. 무언가를 인식하는 것은 사회적 질서 안에 자신을 고정시키는 하나의 과정이듯이 시인은 식물과의 구체적 관계를 통해 시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대상의 관찰자인 시인은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 상상의 범위를 넓혀간다.
아직도 벚나무 가지 사이마다
도미 떼들이 진을 치고 있다
따스한 봄날이 들이닥치면
다시 하얀 비늘 옷을 챙겨 입고
분수처럼 단박에 하늘로 솟아오르기 위해서다
_「벚꽃 비늘」 부분
꽃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을 섞어 완성된 이미지가 싱싱한 비늘처럼 눈부시다. 꽃에게 비늘을 달아주는 순간, 나무는 지느러미를 달고 자유롭게 하늘을 타고 오른다. 벚나무 꽃잎에 환상을 끼어 넣는 순간 충돌하는 이미지들이 조화를 이룬 것이다.
어차피 내내 비워둔 집인데 좀 눌러 살면 어떠냐고
달개비와 함께 빈 화분을 무단 점거했던 나팔꽃이 거들었다
_「달개비의 전세」 부분
‘닭의장풀’이라고도 불리는 ‘달개비’는 뿌리째 뽑아 밭둑에 던져두어도 죽지 않고 꽃을 피우는 끈질긴 자생력을 지닌 풀이다. 같은 처지인 나팔꽃이 “어차피 내내 비워둔 집인데 좀 눌러 살면 어떠냐고” 달개비를 거들었지만 자본주의 원리는 냉정하다. 미친 듯이 치솟는 전세를 감당하지 못해 변두리로 밀려나가는 도시의 유목민들. 매년 되풀이되는 이사로 도시는 분주하다. 식물의 세계에서도 치열한 식물의 전략이 있다. 옥수수밭의 기다란 풀은 옥수수를 닮고 콩밭의 풀은 동글 넓적 콩잎을 베껴 쓴다. 모두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권영부 시인은 식물성의 피를 가진 시인이다. 하여 그의 시는 맑고 건강하다. 무엇보다 식물을 통해 삶의 본질을 파헤치는 내면의 성찰이 시집의 근간을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