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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5372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21-11-30
책 소개
목차
제1부
고라니•13/원고지의 힘•14/자화상•16/사랑•17/아무도 오지 않는 오후•18/너……라는 벼락을 맞았다•20/개꿈•21/물끄러미 칸나꽃•22/달 속에 달이 기울 때•24/칡 캐러 간다•26/파경•27/폭낭•28/배꼽이 명함이다•30/반딧불이•32
제2부
못•35/삼겹살에 대한 명상•36/황야의 건달•38/화살•40/그림자•41/평발•42/이사•44/천사보육원•46/이미지•47/떠들썩한 슬픔•48/돼지의 무기•50/건달의 슬픔•52/고욤나무집 사내들•54/상처•56
제3부
킥킥, 유채꽃•59/햇발국수나 말아볼까•60/눈물은 힘이 세다•62/큰곰자리별 어머니•64/벅수야! 벅수야!•66/음복(飮福)•68/인절미•69/망령 난 봄날•70/코스모스•72/목련여관 304호•74/꽃들은 입을 다문다•75/추석 전야•76/아버지의 안전벨트•78/확인•80
제4부
마제잠두•83/은자(隱者)•84/북청전당포•86/개구리•88/구름의 종점•89/슬픈 호사(豪奢)•90/칼날 잎사귀•92/속죄•94/팔랑팔랑•95/함부로 그늘을 엿보다•96/오직 한 갈래•98/토종닭집 감나무•99/바람의 꽁무니를 따라 걷다•100/눈사람의 귀환•102
해설 박동억(문학평론가)•103
저자소개
책속에서
마음이 술렁거리는 밤이었다
수수깡이 울고 있었다
문득, 몹쓸 짓처럼 사람이 그리워졌다
모가지 길게 빼고
설레발로 산을 내려간다
도처에 깔린 달빛 망사를 피해
오감만으로 지뢰밭 지난다
내 몸이지만 내 몸이 아닌 네 개의 발이여
방심하지 마라
눈앞에 있는 올가미가
눈 밖에 있는 올가미를 깨운다
먼 하늘 위에서 숨통을 조여 오는
그믐달 눈꼴
언제나 몸에 달고 살던 위험이여
누군가 분명 지척에 있다
문득 몹쓸 짓처럼 한 사람이 그리워졌다
수수깡이 울고 있었다
― 「고라니」 전문
원고지를 놓고 막상 책상에 앉고 보니
무엇을 쓸 것인가
그대에게 못다 한 진정의 편지를 쓸까
하늘에게 사죄의 말씀을 쓸까
달리의 늘어진 시간에게 안부나 물을까
막상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밤
지난여름 내게만 사납게 들이치던 장대비가
원고지 칸과 칸 사이를 적시고
목적지도 없는 폭풍의 기차가 지나간다
기차가 끌고 가는 기—인 강물 위
빠져 죽어도 좋을 만큼 깊고 푸른 달이 반짝
말라비틀어져 비로소 더욱 눈부신
은사시나무 잎이 떨어진다
지난 과오가 떠오르지 않아 얼굴 붉히는 밤
수천 마리 피라미 떼가
송곳처럼 머릿속을 쑤신다
눈에 보이지 않아 더 그리운 것들
원고지를 앞에 놓고 보면
분명 내 것이었으나 내 것이 아니었던
그 전부가 그립다
― 「원고지의 힘」 전문
날개가 불이라서 뜨겁니?
아님 네 한 몸 다 불살라야 닿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나라가 있니?
기어이
처음 그날처럼 기어이
홑겹의 날개 위에
평생 지울 수 없는 문신을 새기며
상처에 불을 밝히며
저 텅 빈
날갯짓으로 날아가는
너는
누구의 영혼이니?
― 「반딧불이」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