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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6751
· 쪽수 : 108쪽
· 출판일 : 2024-12-02
책 소개
목차
제1부
가출•13/백지•14/병원 앞•16/동질감•18/유대감•20/면역력•22/보호자•24/기시감•26/상투적•28/당신의 책•30/우리는 점점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물질이 되어갑니다•32/동반자•34/오늘의 슬픔•36/아픈 새를 위하여•38/태초의 말•40/파우치•42/병원은 너무 모던해•44/난독의 얼굴•46/치명적•48/한 사람•49/내일의 슬픔•50/우리에게•52
제2부
당신은 나의 모든 전말이다•55/상실감•56/미시감•59/무중력•60/가질 수 없는 슬픔•62/이기적•64/상식적•65/채식주의자•66/전언•68/별점•69/관여자•70/세월 택배•72/방심 1•74/방심 2•75/이타적•76/유령들•78/이방인•79/후견인•80/쓸어내린다는 말•82/귀농•83/첫, 이라는 말•84
해설 오민석(문학평론가, 단국대 명예교수)•85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주 평화롭게
식탁 위에 접시가 놓여 있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보이지 않았다
접시 속에 살던 새 한 마리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접시 속에서 혼자 살던 새마저도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
집을 나간 것이라고
도리어
미안해했다
― 「가출」 전문
큰 눈을 가진 사람과
면사무소 간다
단양에 살면서도
단양은 멀고
가는 봄비는
가는 봄비의 행방을 모른다
흰 민들레와 노란 민들레의 효능에 대한 사소한 실랑이 끝에
우리는
사실관계에 집중하기로 하고
손을 잡는다
배후(背後)를 자처했지만
배면(背面)의 슬픔만 지켜봐야 하는 무기력
전입신고를 했다
당신이 좋아하는 수선화와 함께
가는 비와 함께
그리고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멀어진다
단양에 살면서도
단양은 여전히 멀고
― 「동질감」 전문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신은 의자에 잠겨 있었다. 의자 속에 무덤을 파고 부장품이 되어버릴 시를 쓰고 있었다.
훗날의 시집이었다.
요람에서부터 이미 늙어버린 당신에게서
소녀를 꺼내야 했다. 하지만 소녀는 고집스러웠고 집요했으며 과거형이었고,
결정적으로
의자를 너무 사랑했다.
그랬다. 의자는 믿을 수 없는 세포로 이루어진 유기체였다.
우물보다 깊고
신앙보다 더 간절한 세계에서 당신을
꺼내주고 싶었다.
무언가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을 땐
나는 이미 늦어버린 것
한 번만 알아 달라는 말을
한 번만 안아 달라는 말로 오인(誤認)하며
손도 잡기도 전에 가슴을 먼저 만졌다. 차가웠다. 썩어 문드러진 소녀의 심장이 묻어났다.
우리는 끝내 관계를 맺지 못했다.
― 「면역력」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