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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5693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22-11-18
책 소개
목차
제1부
꽃이 피기까지 1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14/코끼리 발등을 읽다 16/시절 자화상 18/달에게 상처받은 밤 19/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20/크리넥스 티슈 22/개누므 새끼들 24/그날 나는 노브라였던 거야 26/당신은 손님인가요 28/몸시질하다 29/물억새 32/깨어진 찻잔 34/밥 전쟁 35/업둥이 36/무량한 바위책입니다 38
제2부
마른 억새가 살점을 베어 문다 41/집은 죽었다 42/죄다 가해자 44/선운사엔 사시사철 동백꽃 피더라 46/부추께서 물으신다 47/내 꼭꼭 숨었지 48/세상에서 가장 궁금한 안부 50/바다를 심는 아낙들 52/증언 53/수의 입은 나방 54/하 약국에서 조제 받은 김치 56/소가 우는 밤 58/그때 59/옥수수가 걸어간다 60/폐타이어 62
제3부
나는 엄마다 65/달도 앓는 밤 66/살갗이 먼저 그립다고 운다 68/이팝나무를 바라보며 69/대통 70/엄마의 부처 72/평생 걱정 73/내게도 만만한 길이 있다 74/감자꽃이 웃고 있어요 76/한 그루 나무가 되셨네 77/샘샘입니다 78/어머니가 살아있는 집 80/아버지의 작별을 보다 81/사라진 말씀들 82/나는 백수다 84
제4부
조금 가난할 뿐입니다 87/사랑의 표절 88/오동나무 꽃그늘 아래서 90/봄날의 기도 92/개미는 집을 잃었다 94/꽃의 장례식 95/물의 혀 96/고문 98/돌풍 앞에서 99/죽음을 돌보다 100/뱀에게 빼앗긴 행운 102/벌레 먹은 사과처럼 103/그립다는 것 104/업구렁이 106/바람이었으면 107/무지개는 사라졌다 108
해설 신상조(문학평론가) 109
저자소개
책속에서
누운 채 기저귀에 오줌똥 싸는 구순의 시어머니
종일 밭에서 일하고 돌아온 늙은 며느리에게 어딜 갔다 왔느냐고 마른입으로 거친 욕 퍼부어댄다
새벽에 일어나 엉덩이 한 번 지긋이 바닥에 붙이고 쉬어보지 못한 늙은 며느리는 고사리 꺾다가 마른 억새에 손이 베여 피가 난 것을 뒤늦게 알고
구순의 시어머니 똥내 나는 욕을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한 마디 대들지 않고 돌아앉아 마른 억새에 물려 베인 손가락 후후 불고 밴드를 붙인다
무어라고 읽어야 하나
저 늙어가는 며느리가 묵묵히 쓰고 있는 유적을
— 「마른 억새가 살점을 베어 문다」 전문
잎 하나 남지 않은 상수리나무 맨 가지에
물까치 댓 마리 앉아 그네를 탄다
위 문장 적는 사이
나무에 물까치 수가 더 늘었다
댓 마리 앉았다고 써놓고
맞는지 세어 보는 나를 미리 읽은 걸까
늦게 앉은 물까치들 능청스럽게 움직임 없다
가슴에 요동치는 문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창밖 상수리나무에 앉은 물까치 떼가 나를
어릴 적 담벼락으로 이끈다
술래가 된 나는 눈 감고 다시 문장을 읊는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아득히 들린다
골목에 숨은 아이들 거친 숨소리
꼭꼭 묶어두었던 이름들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전문
할아버지는 오늘도 정치인 싸잡아 개누므 새끼들이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오시는 할아버지 연세는 여든둘
목포에서 울산으로 고등어 운반 일을 하시는 할아버지는
일단 가게에 오시면 신문부터 읽으신다
할아버지께서 읽으시는 신문에는
행간마다 개누므 새끼들이 들어 있기라도 한 걸까
후렴구 읊듯
에라 잇 개누므 새끼들 개누므 새끼들 하시는데
그 목소리가 어찌나 거칠고 크던지
행여 이웃이 우리하고 싸우는 줄 알까 봐
개누므 새끼들이 여간 귀에 거슬린 게 아니었다
오늘도 사무실 들어오시자마자
TV 뉴스 채널 틀어놓고
여러 번 개누므 새끼들 하시더니
신문을 펼쳐 들고 앉으시고는
정치인들 싸잡아 얼굴에 똥칠이라도 하겠다는 듯
손가락 끝에 침 꾹꾹 눌러 묻히고
에라 잇 개누므 새끼들이다
촛불 집회로 정권이 바뀐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현실에 맞닥뜨리고 나니
할아버지의 개누므 새끼들이 시원하다
속으로 따라 해본다
(에라 잇 개누므 새끼들)
— 「개누므 새끼들」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