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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6034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3-08-17
책 소개
목차
제1부
너는 바람이 아니라•13/OUT, 그 생물성에 관한 연구•14/아프리카 펭귄 애인처럼•17/밖은 장마입니다•18/그림자 연극은 아이들을 삼켰을까•20/As You Like It•22/카운터에 천사가 서 있었다•24/접시와 수세미•26/겨울의 계단•28/꽃잎 고르기•29/비번 열자 섹스 휘감는•32/샌드위치와 샐러드•34/가젤처럼 뛰었다•36/키스•38/홀수 52페이지•41/평범한 세계•44
제2부
공간•47/달맞이꽃의 망명•48/터키스 블루•50/그리하여 사라진다면,•52/사월의 조각•53/혜화•54/패스워드 알려드려요•56/백일몽 402호•58/아버지, 왜요•60/왠지 나른해질 수 없어•62/그래도 우울하지 않아요•64/당신은 해무가 좋다고 했어요•66/샤넬의 숲•68/기울어진 방•70/근조•72
제3부
떨어지는 것에 대하여•75/사람 목소리는 영역 표시에 불과해, 에드몽이 말한다 에드몽은 누구일까•76/빨간 망토•78/백야•80/동시•82/자오나 학교•83/혼자 남은 방•84/화분•86/비밀의 이름은 미시오•88/코스모스•90/나는 머리핀을 어디에 두었을까•92/숟가락의 얼굴•94/사과놀이•96/환청의 감각•98/다섯 개의 물의 장면•99/얘야, 양을 세야지•102
해설 아브젝시옹의 시학/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103
저자소개
책속에서
생식기 닮은 펜으로 이력서를 쓴다
샤워하다가 서서 배설하는 미묘함이랄까
세면대에 담배꽁초 비벼 끄다가
왜 남극에 사는 펭귄이 아프리카에 살지
아프리카 펭귄은 그 이유를 툭
장래 희망을 몽정하는 남자라고 쓴 이력서 때문
그림자가 달 귀퉁이에 매달리고 잔영들은 춤을 추니
깔깔대고 웃다가 제 머리에 빨간 멍울이 생겼다고
서슴지 않고 뱉는다
희미해지는 눈으로 서성거리던 내가
환청으로 꽉 찬 화장실을 잠그려는 손
그 손을 흔들었다
작은 환풍기 너머로 먼지가 날리는 걸 보았거든
여기 헐렁한 도시에는 푸른 버스가 지나가
노란 신호등 깜박, 아프리카 펭귄이 내렸다
욕조 바닥에서 흥건히 젖은 이력서
흘러내려 뜨끈하게
― 「아프리카 펭귄 애인처럼」 전문
석고상 안고. 뒤따라오고 있다.
뒷걸음친다. 그림자 밟는다. 석관 속. 표류하는/그는. 떨어지는 국화꽃 향기를. 발가락 사이 휘어든다. 모래알. 차오른다. 바닷물. 언젠가/누워 유영한다.
발견//우연하게 꿰뚫기
마론 인형. 쇄골 도드라진 아이. 두꺼비. 연탄구멍. 코피. 괘종시계. 천장. 샤프심. 비닐대나무우산. 식칼. 쥐. 화상. 상봉터미널. 눈깔사탕. 제사. 수면제 사십 알.
약국은 4분의 1미터마다 존재한다. 손바닥에/동그라미 치고 걸음 수를 확인한다.
사이사이 걸음 수만큼 실어증을 넓혀간다.
졸피뎀을 발음할 수 없다./까지
마지막//의혹. 접혀 있다.
통.
통.
발자국이 가젤 마침표 같다///
― 「가젤처럼 뛰었다」 전문
약재 냄새가 허공을 떠도는 날은
뒤꿈치를 붕대로 감고 싶었다
저편과 이편은 상처의 고리일까?
다친 문이 열렸다
양복 입은 마네킹이 걸어 나온다
방 속에 맺힌 둥근 침대는
문지방에 걸터앉아 웃는다
암컷을 낳았다
촛불이 켜져 있지 않은 케이크처럼
― 「평범한 세계」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