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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6348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4-03-11
책 소개
목차
제1부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13/안개꽃•14/숲•16/섬진강•18/아내와 다툰 날 밤•20/물의 노래•22/한증막에서•23/새를 기다리며•24/양파 까기•26/수인번호를 발목에 차고•28
제2부
상처에 대하여•31/겨울 숲•32/흔들림에 대하여 1•34/다친 새를 위하여•36/태풍 속에서•38/다림질을 하다가•40/전셋집 마당에 상추를 심다•42/기저귀를 빨면서•44/매화가 필 무렵•46/낙엽•47/네 푸른 자유를 위하여•48/코스모스 통일론•50/버마재비 사랑•52
제3부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는•55/씨알 속의 우주 한 그루•56/가마솥에 대한 성찰•58/개똥•59/새에 대한 반성문•60/고전적인 자전거 타기•62/소리물고기•64/등신불•65/버팀목에 대하여•66/보리를 찾아서•68/광어에게•70/스위치백•71/소리 세례•72/대한국인(大韓國人)의 손가락•74/꽃등심•76/염소와 나와의 촌수•77/폐차와 나팔꽃•78/겨울밤•80/새 발자국 화석•81/춘향의 노래•82/네 속눈썹 밑 몇천 리•84
제4부
꽃 본 죄•87/아름다운 번뇌•88/누 떼가 강을 건너는 법•90/강은 가뭄으로 깊어진다•92/어느 대나무의 고백•94/탱자•96/꽃 앞에서 바지춤을 내리고 묻다•97/물총새의 사냥법•98/만복사저포기•100/운주사에서 배운 일•102/허물•103/콩나물에 대한 예의•104/석쇠의 비유•106/소금의 노래•108/산길•110
제5부
목련꽃 브라자•113/5월의 느티나무•114/잠자리에 대한 단상•116/쟁반탑•118 /생(生)•119/연어의 나이테•120/틈, 사이•122/어느 연민의 시간 2•124/비 혹은 피•126/별•127/냉이의 뿌리는 하얗다•128/외줄 위에서•130/나무의 전모•132/배롱꽃 지는 뜻은•134/넥타이를 매면서•135/각시붓꽃을 위한 연가•136/잔디에게 덜 미안한 날•138/목련에게 미안하다•140/별 가족•141/청빈•142
해설 이강엽(대구교대 교수)•143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가 꽃피는 일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꽃은 피어 무엇하리
당신이 기쁨에 넘쳐
온누리 햇살에 둘리어 있을 때
나는 꽃피어 또 무엇하리
또한
내 그대를 사랑한다 함은
당신의 가슴 한복판에
찬란히 꽃피는 일이 아니라
눈두덩 찍어내며 그대 주저앉는
가을 산자락 후미진 곳에서
그저 수줍은 듯 잠시
그대 눈망울에 머무는 일
그렇게 나는
그대 슬픔의 산 높이에서 핀다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전문
교미가 끝나자
방금까지 사랑을 나누던
수컷을 아삭아삭 씹어먹는
암버마재비를 본 적이 있다
개개비 둥지에 알을 낳고 사라져 버리는
뻐꾸기의 나라에선 모르리라
섹스를 사랑이라 번역하는 나라에선 모르리라
한 해에도 몇백 명의 아이를
해외에 입양시키는 나라에선 모르리라
자손만대 이어갈 뱃속의
수많은 새끼들을 위하여
남편의 송장까지를 씹어먹어야 하는
아내의 별난 입덧을 위하여
기꺼이 먹혀주는 버마재비의 사랑
그 유물론적 사랑을
― 「버마재비 사랑」 전문
춥고 쓸쓸함이 몽당빗자루 같은 날
운암댐 소로길에 서서
날갯소리 가득히 내리는 청둥오리 떼 본다
혼자 보기는 아슴찬히 미안하여
그리운 그리운 이 그리며 본다
우리가 춥다고 버리고 싶은 세상에
내가 침 뱉고 오줌 내갈긴
그것도 살얼음 깔려드는 수면 위에
머언 먼 순은의 눈나라에서나 배웠음 직한 몸짓이랑
카랑카랑 별빛 속에서 익혔음 직한 목소리들을 풀어놓는
별, 별, 새, 새, 들, 을, 본다
물속에 살며 물에 젖지 않는
얼음과 더불어 살며 얼지 않는 저 어린 날개들이
건너왔을 바다와 눈보라를 생각하며
비상을 위해 뼛속까지 비워둔 고행과
한 점 기름기마저 깃털로 바꾼 새들의 가난을 생각하는데
물가의 진창에도 푹푹 빠지는
아, 나는 얼마나 무거운 것이냐
내 관절통은 또 얼마나 호사스러운 것이냐
그리운 이여,
네 가슴에 못 박혀 삭고 싶은 속된 내 그리움은 또 얼마나 얕은 것이냐
한 무리의 새 떼는 또
초승달에 결승문자 몇 개 그리며 가뭇없는
더 먼 길 떠난다 이 밤사
나는 옷을 더 벗어야겠구나
저 운암의 겨울새들의 행로를 보아버린 죄로
이 밤으로 돌아가
더 추워야겠다 나는
한껏 가난해져야겠다
― 「새에 대한 반성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