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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7048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5-08-20
책 소개
목차
제1부
망토•13/어항•14/푸른 셔츠•16/가방들•18/손톱•20/달아난 사슴•22/사랑의 도그마•24/건조주의보•25/하드보일드•26/물고기자리•28/덤불•30/두 번•32/첫사랑•34/우리의 르완다•36/계단과 목도리•38/밤•40/기다리는 류에게•41/환생•44
제2부
피리•47/조력자•48/한파•50/휴양지•52/흰 티셔츠•54/부서지는 집•56/옷장•58/얼룩말 사이에 있습니다•60/이곳이 밤이었을 때•62/시네마테크•64/엄마와 열기구•66/메리고라운드•68/정지 화면•70/빈집•72/홈리스•74/난간에 앉은 사람•78/세미나실•80
제3부
덩굴기계•85/가만한 세계•86/검은 원피스•88/종말론•90/욕조•92/좀 전까지 불꽃이 피어올랐다•94/도끼•96/사라지는 가계•98/피뢰침•100/블라인드•102/유리 포말•104/돔•105/일기•106/유리창의 세계•108/얼룩•110
해설 고봉준(문학평론가)•11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나의 행방, 나의 종교, 나의 식성.
무엇이 문제일까. 답변이 길어지고 있다. 소화에 전념하던 대장이 대장을 벗어나려 할 때. 눈동자가 사라지는 윙크가 반복될 때. 감정이 들끓는다. 쫓기는 토끼의 두 귀처럼.
두려운 등을 감싸기 위해 얼마나 많은 천이 필요했을까.
나는 나의 예법을 지키고 싶다. 악기로든 망치로든. 때론 기다란 두 귀를 한 손에 쥐고 들어 올려야 보이는 진심이 있다고. 거기에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면. 손톱처럼 길어지고, 구토처럼 세상을 향하는. 불타는,
나의 망토가 시작되었다.
― 「망토」 전문
한쪽 문만 열린 트럭 화물칸을 보면
들어가고 싶었다
죽고 싶다는 친구에게
부패하는 사체의 이미지들을 전송했다
이곳에서는 얼마의 빚이 줄지 않았다 어제의 베개에 어제의 냄새가 가시지 않았고 필요한 건 내일의 칫솔과 돌아올 계절에 신을 구두라 믿으며
가끔씩 갇힌 사람을 떠올렸다
잠긴 화물칸 속
어둠에서 어둠으로 실려 다니는
지하철을 기다렸다 연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육중한 트렁크를 끌고 가는 자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죽고 싶다는
친구에게서 오랫동안 답이 없었다
이상한 실체와 이상한
믿음의 간격으로
삶은 끊김 없이 계속되었다
― 「하드보일드」 전문
기다릴게, 말하면
앵무새가 되고
기다려, 말하면
물어뜯는
류에게서 류가 오면 더는 류가 아닌 것 같아
이런 고백도 괜찮다며 류는 기다릴까?
웃으며 말하는 게 어려워
울며 말하는 것보다
흠뻑 젖어야 빛나니까
길에 떨어진 동전처럼
오직 반짝이는 일에 온통 마음이 뺏겨
이곳에 와서야 도착하고 싶어졌어
눈을 감고 맞추기 게임을 하고 싶고
류에게 보랏빛 입술을 주고 싶고
매일매일이 생길 테니까
매일매일이 죽을 테니까
아주 작은 소리를 내며 연달아 발생하는 기포들
류에게서 류가 생기고 류가 망치고 류가 배신하고 류가 달아나
이런 고백도 괜찮다며 류가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 웃으면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아닌
바닥이 드러나고 내 옆에는 끌어당겨 덮을 담요가 생기고 같이 끌려오는 버터 향 가득한 어둠과 어둠의 긴 꼬리가 있어 꼬리에서 꼬리가 돋아나는 무생물의 긴 밤이 아주 천천히 우리 머리 위로 무너져 내려서
류의 노래에는 류가 없고
류의 책에는 류가 한가득
목에 두른 흰 레이스의 구멍들처럼
류는 자유자재로 류를 빠져나가서는
돌아갈 곳 없어 류가 되고 마는 그런 돌림 노래로
기다리는,
길어지는 류
먼 훗날 만났던
― 「기다리는 류에게」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