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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7147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5-10-22
책 소개
목차
제1부
구석은 힘이 세다•13/분홍을 감추고•14/암흑•16/탑 쌓는 마음•18/나무의 주름살•20/쉼표•22/벚꽃•23/구름의 밀도•24/콩꼬투리•26/틈•28/그림자가 앓는 밤•30/보호자라는 시간•32/삼월•34
제2부
사람을 감추는 사람•37/파도를 수선하는 섬•38/머뭇거림의 질량•40/시큰거리는 맛•42/물의 옹이•44/고봉밥 바다•46/물방울 탑•48/물 냄새•50/폐선•52/손에 묻은 것들•54/여름 우울증•56/후유증•58/소낙비•60
제3부
마음이 가는 쪽•63/멀찌감치•64/테두리에 관하여•66/연기•68/계단참•70/뒤끝•72/생각에는 생강이 필요해•74/깨진 창문•76/피미엔 나카스•77/붉은 숨, 사라지지 않는 이름•78/근심의 무게•80/군락지들•82/겨우살이•84
제4부
순창, 겨울 눈•87/벽과 벽•88/어떤 계산•90/오메, 오메•92/둥우리 버섯•94/교정•96/직립보행•98/매미•100/해가 증언하는 방식•102/지척•104/우리 집, 혹은 우리 꽃•106/나팔꽃 사랑•108/새하얀 온기•110/구겨진 뒤끝들•112
해설 강동우(문학평론가·가톨릭관동대 교수)•113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람은 사람을 감춘다
내 눈빛은 대낮 부엉이 눈이다
어부의 뒤집힌 쪽배다
― 「사람을 감추는 사람」 전문
세상의 탑들을 보면 다 순서가 있다
가장 넓은 무거운 것부터
차츰차츰 부피와 무게를 줄인 것을 올려놓은 방식
그런 높이들이란 다 끝으로 갈수록 좁아진다는 것
아슬아슬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다
그건, 염원이나 소원들은 늘 좁은 곳에
넓은 부피로 올려져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높이를 애써 쫓지 말라는 것이다
기원들에는 방해하는 것들이 많지만
대부분 올려지는 것들이나 좁아지는 높이가 아니라
그곳에 무엇을 올려두려는 사람의
손과 마음이 덜덜 떠는 일이라는 것
앞서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밑이 위보다 더 무겁고 넓어서
세상의 높이들이란 무너지지 않는다고 보여주는 것 같지만
원래 무너지는 것들은, 일들은
위쪽부터 시작된다
높은 곳이 좁은 곳만은 아니다
무한한 우주가 뾰쪽한 꼭대기에 그 시작을 밟고 있고
무너질 것을 염려하는 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끌어모은 정성들이 있다
저 위로 누구를, 무엇을 올려놓는 마음으로
이 좁은 곳에다 소원을 올려놓는 일이다
갈수록 작아지다 결국엔 티끌 같은
그 무욕이 하늘에 닿는다고 탑은 알려준다
합당한 방식으로 쌓은
끝들은 다 하늘이 꼭 잡아주는 것이다
― 「탑 쌓는 마음」 전문
여름을 달리던 계절은
아침저녁으로 머뭇거린다
북향이 섞인 날씨들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한 며칠쯤 뒷날에 맡겨놓은
여러 식물들의 성장점
머뭇거리는 날씨들을 겪은 채소나 과일들에선
생장점을 넘은 헛된 맛이 나기도 한다
흐릿한 날 저녁은 허기가 빨리 온다
입속으로 달려가는 숟가락들
내 손과 입이 머뭇거리는 사이
언니의 키는 문지방을 넘보듯 자랐지만
머뭇거렸던 일들은 두려움이라는 문턱 높이가 있다
잔뜩 흐린 반나절 같은 머뭇거림
우산에게 물어도 묵묵부답 같은
그런 질량들은 약 처방전으로
혹은 장롱 속에 접어들었던
간절기의 두께로 소환된다
그런 일례로 보아 계절은
사람의 것이 아니라
식물들의 고유한 처세들 같다
― 「머뭇거림의 질량」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