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입국

서언 _ 5
상편 문화입국론 _ 15
제1장 문화입국, 중국 부흥을 위한 역사적 선택 17
제2장 2020을 향하여 ‘문화입국’전략을 확립해야 한다. 31
제3장 ‘12차 5개년 계획’: 중국문화산업의 새로운 청사진 37
제4장 문화콘텐츠산업의 봄을 알려라 49
제5장 동방 이미지: 21세기 중국의 국가문화 이미지 53
제6장 중국 문화콘텐츠산업에 나타난 인문교양 문제 및 전략 연구 61
제7장 베이징, 21세기 세계문화의 중심 77
제8장 베이징시 ‘문화입시(文化立市)’전략에 관한 대책 87
제9장 윈난 현상이 중국 저개발지역에 끼친 시사점 93
제10장 타이안(泰安) 현상:
중국 동부지역 문화산업발전의 새로운 고지 97
제11장 김대중을 기리며: 한국문화산업의 조타수 101
제12장 창의 시대에 접어들기 107
제13장 중국문화산업은 ‘10년 황금기’를 맞이할 것이다 119
제14장 ‘문화강국’ 실현을 위한 ‘문화입국’ 전략 127

중편 창의적인 경영매니지먼트 _ 141
제15장 창의적인 경영매니지먼트,
예술 가치와 상업 가치 간의 평형 전략 143
제16장 문화산업 트렌드와 창의적 리더십 개발 147
제17장 스토리의 힘, 창의력 그리고 리더십 155
제18장 동양과 서양: 문화산업의 장밋빛 미래 공동 개척 161
제19장 중화문화를 매개로 한 타이완-대륙 산업공동체 출범 165
제20장 ‘문화중국’에 대한 디즈니 상상 169
제21장 내가 보는 미래 ‘할리우드’ 상상과 영화산업의 미래 173
제22장 ‘천사’ 예찬과 ‘악마’ 배척 177
제23장 드라마 창작의 인문적 소양을 어떻게 향상시키는가? 185
제24장 문화산업시대의 대중음악 193
제25장 중국대중음악의 산업 가치사슬과 경영방식 217
제26장 철새형 기업에 대한 장기적인 문화지원정책의 필요성 239

하편 인문의 미 _ 251
제27장 모더니즘, 현대생활과 화가 253
제28장 캠퍼스 문화: 계승과 재건 261
제29장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 사고의 전환):
문화산업의 시각에서 본 대중음악 연구 265
제30장 대중음악의 예술성과 산업화 275
제31장 퓨텐(莆田) 문화 287
제32장 시인의 방랑 301
제33장 곤곡(崑曲)과 베이징 대학의 인연-샹용과의 대화 307
발문 _ 313

서언

경제수준이 국가의 힘을 결정한다고 하면 문화는 국가의 깊이를 결정한다. 군사력이 국력을 좌우하면, 문화는 나라의 깊이를 결정짓는다. 군사력은 우리 생활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는
체면치레하면서 살 수 있게 해주며, 문화는 우리의 자존심을 드높인다. 1949년, 마오쩌둥(毛澤東)은 톈안먼(天安門)에서 “중국인이 일어섰다.”고 전 세계에 선포했다. 이는 무력으로 군사정권과 각축을 벌인 끝에 국가를 세운 정의의 승리다. 그 후 사회재건과 산업혁명, 문화혁명과 정치폭동을 거치며 계급분쟁과 정치혼란을 겪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정책으로 경제건설과 산업화의 궤도에 진입한다. 이는 경제로 나라를 진흥시킨 지혜로운 선택이다. 18세기 유럽의 산업혁명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었고, 중국문화는 세계인이 동경하는 대상이었다. 백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2천 년 동안 쌓아온 중국 문화는 거의 소멸되었고, 풍요로운 세계 강대국에서 아시아의 가난하고 병든 민족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30년 안팎의 짧은 시간 내에 3백 년에 걸쳐 완성한 서방의 근대화를 이루어냈다. 또한 2011년 GDP는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세계 각국은 날로 강해지는 중국을 일러 “중국이 돌아왔다.”고 했고, “중국인이 돌아왔다.”고 하면서 전 세계인이 중국의 부흥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모든 중국인의 현실적 고향이면서 또 그들이 꿈꾸는 유토피아이기도 하다. 새천년 도래 후 10년 안에 중국은 물질적 빈곤에서 빠져나오는 동시에 낙후된 사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중국은 장차 어떠한 신앙과 태도로 더 문명적이고 행복한, 더불어 사는 국가를 만들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바로 ‘문화입국(文化立國)’ 전략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것이다. 예랑(葉朗) 교수가 말했듯이 새로운 시대는 곧 문화의 시대고, 더욱 더 고상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시대이며, 창의적 상상력 및 집행능력, 예술의 미(美), 과학의 진(眞) 및 인문학의 선(善)을 총동원해 중국문화를 재조명할 시대이기도 하다.

일개 학자인 필자가 ‘문화입국’이라는 커다란 타이틀을 책 제목으로 삼았다는 점에 양해를 바란다. 그러나 이 표현만이 중국의 미래에 대해 한 평범한 국민이 건 무한한 기대를 비로소 정확히 전달할 수 있고, 이 표현만이 한 연약한 국민의 중국문화 부흥에 대한 축복을 담을 수 있다. 문화는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물질문명과 정신문화로, 특정 지역의 역사적 전통, 지리적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부모를 선택하지 못하듯 문화유전자도 선택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문화유전자를 아끼고 지키며 계승하고 혁신시켜야 한다. 영국의 유명한 인류학자 말리노프스키(Bronislaw Malinowski)는 넓은 의미의 문화는 살림살이에 쓰는 그릇, 조직, 가치 세 가지로 구현될 수 있으며, 인류사회의 발전은 바로 이 세 가지가 끊임없는 조화와 결합을 이루어 얻어온 결과라고 주장했다. 세계은행 부총재 겸 경제학자 린이푸(林毅夫)는 중국경제의 지속적 발전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자발적으로 중국문화를 제창하고 인(仁) 중심의 가치관을 유지한다면 21세기 중반까지 중화민족의 부흥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보았다. 막스 베버(Max Weber)가 그토록 찬양했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특정한 역사 시기에 자본주의 발전을 전면적으로 촉진시켰듯이, 더 자발적으로 확신을 갖고 중국의 문화 가치관을 발전시킨다면 중국의 부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호주 문화경영학자 데이비드 트로스비(David Throsby)의 연구에 따르면 문화는 다음 세 가지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는 인류학 및 사회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개념이다. 어느 집단이 공통으로 지니는 독특한 정체성을 묘사하는 데에 쓰인다. 여기서 말하는 집단이란 정치적 집단, 지역적 집단, 종교적 혹은 종족적 집단일 수도 있다. 이 정의는 공통의 가치 체계, 이상, 신념, 정신력과 도덕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문화 인력은 우수한 문화를 생산하고 알리는 자이며, 도덕성과 인품을 갖춘 모범적인 인물이다. 둘째는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인간이 어떤 활동에 종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물은 인간의 지식, 도덕, 예술과 관련 있다. 이것은 계몽교육을 받은 인간이 종사하는 활동과 관계가 있는 것이지, 특정 기술이나 전문 기능을 습득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기서 문화란 형용사에 더 가깝다. ‘문화상품’, ‘문화기구’, ‘문화부’, ‘문화산업’ 등에 쓰이는 ‘문화’와 비슷하다. 셋째는 둘째와 같은 맥락이다. 인간 활동에 내포된 어떤 특징을 강조한다. 즉, 객관성을 띠고 창의적인 생산 활동을 하기를 강조한다. 따라서 창의적인 활동은 상품의 상징적 가치를 생산하고 전달한다. 그 상품은 모종의 지적 재산권을 갖는다. 오늘날 문화는 더 이상 이데올로기와 가치관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문화소비와 창작 영역으로 들어간 문화는 산업 및 경제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문화입국은 상술한 세 가지 정의에 따라 실시하는 전략적 계획이자 실천 방식이다. 이는 국민의 문화 복지, 문화의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국가의 문화 이미지를 위한 것이다. 문화입국은 문화발전을 정치건설과 경제발전 및 사회발전의 최종목표로 삼아 모든 국민이 문화적 존재로서 살게 할 것이다.

이 책은 최근 몇 년 동안 신문·잡지에 발표한 비평문과 수필로 구성되어 있다. 예술경영학과 창의적 리더십의 시각에서 문화산업의 연구과정을 기록했다. 문화와 산업, 창의와 경영, 인문학과 예술에 대한 나의 소감과 깨달음도 적혀 있다. 필자는 쓰촨四川의 동북쪽, 다빠산大巴山(Ta-pa Mountains, Ta-pa Shan, Daba Shan)골짜기에서 왔다. 이곳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별다른 것은 없지만 정신적으로나 심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유일무이한 마음의 고향이다. 변화무쌍하고 자유로운 산천은 천년 고도와 인문 정신에 자연스럽게 베어들었다. 필자는 전인들의 족적을 따라 학술논쟁과 비평, 경제적 현실과 문화적 이상이 공존하는 지식세계에서 우연히 사상의 꽃을 발견하게 되었다. 감히 독자 여러분들과 이 꽃을 감상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학문을 하면서 느낀 소회를 통해 독자여러분들의 질정을 바란다.

문화입국은 이론적 문제보다는 실천 문제에 더 가깝다. 거시적이고 전략적인 명제보다는 미시적인 민생(民生)에 관한 명제이기도 하다. 하나의 학술적 목표에서 그치지 않고, 향후 10년간 해야 할 국가의 행동강령이다. 문화입국은 국가의 발전전략일 뿐만 아니라 특히 구체적인 실천의 의미를 내포한다. 이 글로 서문을 대신한다.

샹용(向勇)
2011년 12월 베이징대 옌난원(燕南園)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