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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문화연구/문화이론
· ISBN : 9791159018121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0-10-27
책 소개
목차
멜랑콜리를 위한 송시 4
서문 7
Chapter 1. 현대사회와 멜랑콜리 12
· 현대인의 멜랑콜리 15
· 4차 산업혁명과 일상의 우울 18
· 멜랑콜리는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가? 21
· 현대인의 우울증 32
Chapter 2. 멜랑콜리의 문화와 역사 40
· 광기와 고독 43
· 광기와 멜랑콜리 48
· 카프카의 『변신』과 멜랑콜리 52
· 로버트 버튼, 『우울증의 해부』 57
· 멜랑콜리와 4체액설 64
· 이성중심주의 시대의 명리학 그리고 멜랑콜리 69
· 4체액설과 동양의 천문관 75
· 멜랑콜리와 시간 96
Chapter 3. 현대인의 정신성과 멜랑콜리 106
· 만들어진 질병: 우울증 109
· 권태와 멜랑콜리 114
· 권태와 전쟁 124
· 슬픔과 멜랑콜리 129
· 멜랑콜리와 센티멘털리티 134
Chapter 4. 예술 속의 멜랑콜리 142
· 알브레히트 뒤러의 <멜랑콜리아 I>에 대한 도상학적 고찰 145
· 조르조 데 키리코, 에드워드 호퍼 그리고 멜랑콜리 154
· 상실과 부재의 멜랑콜리 162
· 식인성과 멜랑콜리 172
· T. S. 엘리엇의 『황무지』에 나타난 멜랑콜리의 도상 177
Chapter 5. 영화와 멜랑콜리 214
· 앨프리드 히치콕, <사이코> 217
: 주체를 삼켜 버린 상실의 대상
· 스티븐 스필버그, <A.I.> 222
: 상실은 대체될 수 있는가?, 포스트 휴먼의 딜레마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솔라리스> 251
: 유령처럼 되돌아오는 상실과 멜랑콜리의 환상성
· 앤드루 니콜, <가타카> 273
: 불완전함의 멜랑콜리가 만들어 낸 천재적인 열정
· 리들리 스콧, <블레이드 러너> 280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것의 의미와 멜랑콜리의 혁명성
· 루키노 비스콘티, <베니스에서의 죽음> 292
: 치명적인 자기애의 멜랑콜리
나가며 301
: 곤도 마리에의 정리의 법칙과 멜랑콜리, 그리고 애도의 형식
참고문헌·이미지 출처
저자소개
책속에서
현대인의 멜랑콜리
"사람들은 오랫동안 우리 시대의 무심함에 대해서 말해 온 바 있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멜랑콜리에 대해서 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며,
이와 연관된 모든 것이 설명되기를 희망한다.
멜랑콜리야말로 무사태평한 웃음 속에서 메아리치는 이 시대의 질병이며,
우리로부터 명령과 복종과 행동과 희망의 용기를 빼앗아 간다."
_키르케고르, 『이것이냐 저것이냐』, 364쪽
"멜랑콜리는 내향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
멜랑콜리는 한 시대의 문학적 표현의 특성에 관여한다.
그것은 문학 텍스트의 혈관 깊은 곳에서 흐르고 있다.
멜랑콜리의 에로틱한 재현과 그 변용, 그것의 문법,
질병과 통찰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들은 모두 하나의 거대한 성좌를 구성한다.
거기에는 인식론적인 것과, 리비도적인 것, 의미적 정형성들이 한데 모여 일종의 형태를 구성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크리스테바는 멜랑콜리아와 글쓰기의 내적인 연관 관계를 살핀다.
모더니즘 문학은 멜랑콜리 그 자체이다. 바꿔 말해서,
멜랑콜리적 글쓰기는 그 자신의 내부에 아주 괴롭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대성을 품고 있는 것이다."
_막스 펜스키, 『멜랑콜리의 변증법』, 2쪽
키르케고르가 예언한 시대는 이미 과거가 되어 버렸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시대를 지나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시대를 넘어 가상현실은 이미 현실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다. 대부분의 문명화된 세계 속에서 스마트폰과 SNS는 개인들의 정체성을 대신한다. 텔레비전이 가지고 있었던 무자비한 중독성은 이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대체되었다. 텔레비전이 내뿜었던 공허한 화이트 노이즈는 인터넷에 남긴 내 발자국 뒤로 붙는 꼬리표 같은 댓글과 악플이 대신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와 사회는 온갖 유흥과 오락거리로 넘쳐난다. 유튜브와 인터넷을 비롯한 온갖 방송 매체는 소비와 향락에 대한 것으로 넘쳐난다. 일종의 중독과 같은 상태를 가져오는 텔레비전을 켜는 순간부터 우리는 어떤 빠져나오기 힘든 공허 속으로 이동하게 된다. 조너선 크레리의 표현처럼 이것은 "테크놀로지 중독 시대의 결정적 특징"이다(『24/7 잠의 종말』, 138쪽).
현대인은 강박적으로 우울한 것, 멜랑콜리한 것을 멀리하려고 한다. 제라르 마크롱은 현대인들이 점점 더 고독을 견디지 못해 고독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고독의 심리학』, 44쪽). 멜랑콜리가 환기시키는 것이 우울, 슬픔, 무기력, 권태, 침잠과 같은 매우 정적이고 활력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면, 현대인들은 점점 더 이러한 멜랑콜리를 받아들이고 견뎌 낼 수 있는 면역 체계를 잃어 가고 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환경과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향하는 욕망은 점점 순일해져 가고 있다. 마치 어느 지역에 가도 24시간 편의점의 내부는 똑같이 생긴 것처럼 각기 다른 개성과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동일한 욕망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그것이 미디어가 만들어 낸 조장된 욕망이고 작위적인 교육이 부추기는 헛된 비전이다.
텔레비전을 비롯한 많은 대중매체는 고독과 우울한 시간들을 마치 인간에게 치명적인 해악처럼 묘사한다. SNS,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기반의 대중매체들은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필수적인 위안이 되었다. 온라인 앞에서는 아무도 고독해서는 안 될 것처럼, 마치 개인의 행복과 자아실현의 가장 큰 장애이기라도 한 것처럼 고독은 그렇게 다뤄진다(『고독의 심리학』, 44쪽). 하지만 고독이나 멜랑콜리는 그렇게 부정적이고 피하기만 해야 할 대상은 아니다. 고독 속에서 그리고 멜랑콜리적인 정서를 통해서 인간은 자기 성찰의 진지한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에릭 윌슨의 말처럼 "현대인은 강박적으로 행복해지려고 한다. 행복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오히려 불행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멜랑콜리 즐기기』, 14쪽). 행복의 상태는 지복의 상태이고 또 그것은 인간에게 다른 그 무엇보다 바람직하다. 하지만 강박적인 수준에 이를 때까지 개인들이 추구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행복해지기 위한 공동의 확고한 목표가 있고 그 행복의 대열에 참여하지 못할 때 상대적으로 더 깊은 침잠과 고통을 맛봐야 하는 현대사회의 행복 메커니즘은 윌슨의 지적처럼 "집단적인 사기"(『멜랑콜리 즐기기』, 19쪽)일 수 있다.
이러한 현대인들의 행복은 더 이상 욕망의 충족 여부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20세기 초 에밀 뒤르켐이 지적한 것처럼 "개인은 자신의 욕망에 어떠한 한계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회"가 된 것이다. 한계 없이 증식되는 욕망 앞에서 현실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은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와 욕망의 좁힐 수 없는 간격은 현대인들을 더욱더 큰 절망과 우울 그리고 무기력함으로 몰고 간다. 뒤르켐이 말한 아노미적 자살은 이런 욕망의 간극에서 생겨난 끝없는 절망에 대한 예감으로 이뤄진 선택이다.
함께 어울리고 즐기기 위해서 개인들은 자신의 슬픔과 아픔을 감추고 웃음과 명랑함으로 일상을 포장해야 한다. 저마다가 가지고 있는 굴곡진 삶의 편린들은 화려하고 풍요롭고 사치스러운 이미지로 가득한 도시의 쾌활함과 명랑함에 어울리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