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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9058509
· 쪽수 : 230쪽
· 출판일 : 2025-02-25
책 소개
목차
Prologue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
Epilogue
저자소개
책속에서
강물과 배와 바람, 그리고 폐허조차도 아름다웠던 포르투여, 이제 잠시 안녕. 나는 다시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 간다. 발걸음마다 그리움이다.
- 「Epilogue」 중에서
히베이라 광장의 노천 카페에서 아내와 레드 상그리아를 천천히 오래 마시다. 도루강의 붉은 노을과 강아지처럼 울어대는 갈매기들과 군밤 굽는 연기가 한데 어울려 이곳을 떠난 후에 닥쳐올 그리움의 지독한 풍경을 만들고 있다. 포르투 한복판에서 나는 혼자 중얼거린다. ‘아, 그리운 포르투’.
-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 중에서
뒷골목엔 폐가들도 눈에 자주 띄고, 집들은 대로변의 집들보다 대부분 어둡고 칙칙해 쇠락의 기운이 역력하다. 폐가와 사람이 거주 중인 주택이 나란히 붙어 있는 풍경도 흔히 만난다. 발코니의 난간에 걸린 색색의 빨래들은 가난하고 고단한 생활의 풍경을 더해준다. 돌로 된 길바닥은 수백 년 지나다닌 사람들의 흔적으로 검다 못해 빤질빤질 윤기가 난다. 초점 잃은 눈빛에 술병을 든, 제멋대로 자란 수염의 매우 지쳐 보이는 노인들. 골목에서 때로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밤에만 문을 여는 파두 전문 주점도 있다. 골목 풍경을 찍고 있는데 청년 하나가 현관문을 열고 나와 담배에 불을 붙인다. 다른 손엔 흰색의 작은 에스프레소 잔이 들려 있다. 우리에게 잔을 들어 보이며 오늘 커피 마셨냐고 묻는다. 문득 저런 골목의 어느 다락방에서 누군가 매일 밤 흐린 등불 아래 시를 쓰고 있을 거라는 뜬금없는 생각.
-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