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농업 > 농업일반
· ISBN : 9791159251351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6-03-10
책 소개
목차
머리글_ 생명 그 근본에 대한 관심 과 사랑4
1부 봄 보고 또 보고
삽으로 논두렁 깎기 19
논 갈기, 보메기 그리고 논두렁 바르기 25
정성스러운 볍씨 준비 34
섬세한 낫 갈기 48
논두렁 풀베기와 야생 꽃밭 54
로타리와 써레질에 이어 곧바로 볍씨 뿌리기 59
흙탕물 흩뿌림 직파 66
직파 뒤 물빼기와 논 지도 그리기 76
뿌리를 잘 내리게 눈그누기 84
직파 일주일째, 논 고랑(배수로) 내기 89
물과 물꼬를 나와 한 몸처럼 92
무논에서 자라는 풀, 그 기세를 미리 꺾어두자 97
2부 여름_벼한테 말 걸기
직파 보름째, 왕우렁이 넣기 105
여름철 보양식, 왕우렁이 강된장 117
가지치기(분얼)에 대한 이해와 공부 124
솎아심기와 1차 김매기 133
기울어도 다시 일어서는 직파 벼 137
두 번째 논두렁 풀베기, 벌과 독사 조심 144
논물 관리: 물 떼기와 물 걸러대기 150
직파 석 달째, 벼꽃 한창, 풀꽃도 한창 158
논 지킴이: 거미, 청개구리, 사마귀, 잠자리 167
■ 벼 한살이 그림(131쪽)
3부 가을_땅 한 번, 하늘 한 번
짐승 피해와 논 말리기 175
볍씨 거두기와 갈무리 180
콤바인에서 홀태까지, 거꾸로 가는 시간여행 186
볏짚 썰어넣는 작두질 201
논 지도에 따라 논 수평 맞추기 206
쌀겨 거름 뿌리기와 논 갈아엎기 212
자연재배로 나아가는 무투입 농법 216
질의와 응답으로 살펴보는 벼 직파 농법 224
4부 겨울_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
날마다 새로운 밥을 짓자면? 235
아내(?)를 위한 ‘밥상 안식년’ 242
논두렁에서 자라는 약초 249
벼농사와 자식농사, 닮은 점과 다른 점 255
논, 벼, 쌀, 밥…… 쉽고도 근본이 되는 한 글자 우리말 261
소비보다 창조하는 문화를 266
<목숨꽃>, 노래를 딱 한 곡만 짓는다면? 277
논두렁 산책, 나만의 올레길 284
다양성을 지켜가는 토종 벼 이야기
(흙살림 토종연구소 윤성희 소장님 인터뷰) 290
야생 벼, 그 강인한 생명력 299
얼마나 지어야 자급자족이 가능할까? 307
맺는말_ “내년에는 더 잘 할 거 같아” 315
책속에서
논에 물을 잘 가두기 위해 논두렁을 다시 단장하는 일을 ‘논두렁 바르기’라고 한다. 이를 소홀히 하여 논물이 많이 새어나가면 논두렁이 터질 위험이 높다. 또 가둔 물이 많이 새면 그만큼 물꼬로는 찬물이 계속해서 새로 들어와야 해서 벼가 자라는 데 좋은 환경이 되지 못한다. 들판 논은 넓고 논두렁도 낮은 반면 산골 논은 산비탈에 서 있어 논두렁이 높고 가파르다.
논두렁을 바르는 시기는 당시 날씨에 따라 다른데, 가물 것 같으면 직파 한 달 전쯤부터 하는 게 좋다. 보통은 20일쯤 전이면 무난하다. 농수로로 흐르는 물이 넉넉하면 직파 열흘 전쯤이면 더 좋다. 일찍 하여 논물을 미리 많이 담아놓으면 논 생물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만 사람 처지에서는 계속해서 마음을 써서 관리해야 하기에 일 이 늘어난다._ <논 갈기, 보메기 그리고 논두렁 바르기>
이렇게 들쑥날쑥 논을 수평이 되도록 맞추어야 한다. 물은 수평을 유지하는 성질이 있기에 여기에 논바닥을 맞추는 거다. 논바닥이 들쑥날쑥하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 높은 곳에 맞춰 물을 대면 깊은 곳은 너무 깊어지고, 반대로 깊은 곳에 맞춰 물을 낮게 대면 높은 곳은 맨땅이 드러난다. 이렇게 논바닥을 편편하게 고르는 건 모내기를 하건, 직파를 하건 중요하다.
다만 직파에서는 한결 더 중요하다. 벼를 10센티미터 남짓 자란 모 상태에서 심는 게 아니라 씨앗 상태에서 뿌려서, 싹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물이 깊은 곳에 떨어진 볍씨는 제대로 올라오지 못하게 된다. 볍씨는 호흡 체계가 물이 있든 없든 가능하지만 그 상태가 길어질 때는 다르다. 즉 물에 오래 잠겨 있게 되면 싹이 삭아버린다. 설사 깊은 물을 뚫고 어렵사리 올라온 벼는 웃자라 약하게 된다. 뿌리를 내리면서 거기에 걸맞게 천천히 광합성을 하면서 자라야 뿌리도 건강하고 줄기도 튼튼하게 된다. 그런데 물이 깊은 곳에 떨어진 볍씨는 호흡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물 위로 올라오려 하다 보니 약할 밖에.
반대로 바닥이 높아 너무 환하게 드러난 곳은 볍씨 싹은 잘 나지만, 볍씨 못지않게 풀 역시 잘 자라게 된다. 왕우렁이를 넣어 풀을 잡는 경우에는 이러한 환경은 문제가 된다. 왕우렁이는 물속을 돌아다니며 풀을 먹기 때문에 물이 없는 논바닥에는 가지 않아 풀을 잡기 어렵다. 모내기를 하는 이앙 논에는 모내기 뒤 곧바로 왕우렁이를 넣을 수 있으니 그 정도가 심하지 않다. 하지만 직파는 볍씨를 뿌리고 바로 왕우렁이를 넣을 수 없다. 볍씨가 싹이 터, 수면 위로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한번 풀이 자라기 시작하면 설사 나중에 우렁이를 넣더라도 우렁이는 물 위로 올라온 풀은 먹지 않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풀이 수북하게 자란다._ <직파 뒤 물빼기와 논 지도 그리기>
직파 벼는 쓰러지더라도 이앙 벼처럼 묶어세우지 않는다. 벼 잎과 이삭이 물에 닿지 않게 논물만 뺀다. 그 이유는 모내기 벼는 줄기가 쓰러지는 데 반해 직파 벼는 뿌리까지 함께 눕기 때문이다. 태풍이 지나고 나면 저 스스로 다시 일어선다.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일찍이 논물을 빼둔다. 물꼬를 논바닥보다 낮추어 폭우가 쏟아지더라도 물이 논바닥에 고이지 않게 한다.
직파 벼를 보면 이따금 작물이라기보다 풀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나 자신이 모내기 재배에서 직파 재배로 바꾼 지난 8년 동안 이런저런 태풍이 와, 나락이 영글 때 일부 눕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피해다운 피해는 없었다. 우리나라보다 태풍이 더 잦은 필리핀에서도 오랫동안 직파로 벼를 재배해오고 있단다.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직파 벼는 태풍을 이겨내는 힘이 강하다. 이를 위해 물 떼기와 물 걸러대기가 필수라 하겠다._ <기울어도 다시 일어나는 직파 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