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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를 떨어뜨려 봐

수저를 떨어뜨려 봐

(팅, 소리에 깨어나는 내 안의 우주)

이명훈 (지은이)
들녘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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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를 떨어뜨려 봐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수저를 떨어뜨려 봐 (팅, 소리에 깨어나는 내 안의 우주)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9253133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18-02-05

책 소개

소설가 이명훈 단상집. 저자는 거대 담론이 넘치는 이 인문학의 시대에 나를 둘러싼 사소하고 소박한 것들에 대한 성찰과 상상, 그로부터 관점을 새로이 한 융.복합적 통찰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그는 어느 날 아침 머리맡에 놓여 있던 볼펜을 시작으로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은 상상 여행을 떠난다.

목차

들어가며

1. 하늘과 땅
볼펜 한 자루
이 버스는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까?
어둠 속의 아리아
동그란 종이컵에 담긴 것
국회와 자전거
딱지에서 만다라로
프루스트의 마들렌, 나의 마루

2. 의식주
수저를 떨어뜨려봐
부엌에서 배우는 것들
아궁이와 가스레인지, 그리고 보일러
부뚜막의 검은 보석
가둠의 미학, 항아리
나뭇가지와 천연도구 시대
내 방이라는 성전

3. 골목
담을 넘어 집 밖으로
마중물이 없는 세상
골목이 들려주는 이야기
우산 하나를 들고

나‘아’가며

저자소개

이명훈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1년 청주 출생.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2000년 〈현대시〉 시 부문으로 등단했다. 2003년 장편소설 『꼭두의 사랑』으로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장편소설 『Q』, 단편집 『수평선 여기 있어요』, 산문집 『수저를 떨어뜨려 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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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어느 날, 볼펜을 분해했다.
우연한 일이었다. 분해한 조각들을 가지고 놀다가 상상이 꿈틀거렸다. 상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갔다. 다다른 곳에서 돌아보니 ‘하늘과 땅’이 있었다.
흔하고 사소한 볼펜에서 비롯된 상상 여행이 하늘과 땅, 곧 우주로 향했다가 삶의 초석인 의식주에 관련된 다채로운 것들을 통과해 골목으로 나아갔다. 이 책에서는 거기까지만이다. _‘들어가며’ 중에서


눈을 떴지만 울적한 마음이 들어 선뜻 일어나지지가 않았다. 어젯밤까지 나를 괴롭히던 문제가 침대 위에 먹구름처럼 떠서 내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머리맡엔 노트와 볼펜이 놓여 있다. 꿈결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기 위한 것이다. 엎드려 볼펜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장난기가 동했다.
볼펜을 손에 들고 요모조모 뜯어보다가 상단부를 잡고 하단부를 돌려나갔다. 위아래가 분리되었다. 볼펜심을 빼냈다. 그것들을 노트 위에 놓고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그러다 보니 이런 모양이 되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생각이 떠올랐다. _‘볼펜 한 자루’ 중에서


“떨어뜨려봐.”

작곡을 하는 친구가 말했다. 순간 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숟가락을 쥔 녀석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그가 다시 말했다.

“숟가락을 바닥에 떨어뜨려봐.
그리고 소리를 들어봐.”

숟가락을 쥐고 있는 녀석이나 다른 녀석들이나 그 의미를 파고들 감수성이 그다지 없어 보였지만 나는 느끼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마음속에 어떤 강렬함이 수런거리고 있는지. 숟가락을 받아 쥔 녀석이 어색하게 웃고만 있자 그는 숟가락을 도로 가져갔다. 그러곤 허공에 들고 있던 숟가락을 살짝 놓았다.

팅,

청아함이 퍼져나갔다.
황홀함과 행복감이 너무도 커 나는 어쩔 줄 모를 지경이었다. _‘수저를 떨어뜨려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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