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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9332616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0-01-10
책 소개
목차
■ 차 례
2019 '베스트에세이 10' 選
문경희(작품상) | 자코메티의 계절 외 1편
고경서(경숙) | 우화를 꿈꾸다
김은주 | 다시 시작 외 1편
김인선 | 입, 주름을 말하다 외 1편
김현숙(대구) | 나의 시적인 엄마 외 1편
박금아 | 길두 아재 외 1편
윤경화 | 좋다 외 1편
정은아 | 해지 외 1편
최아란 | 자유 낙하 외 1편
황진숙 | 반죽
심사평
2020 '베스트에세이 10' 選
황진숙(작품상) | 조피볼락
고경서(경숙) | 가을도 전쟁처럼 온다
김귀선 | 고요한 우물 외 1편
김현숙(수원) | 물숨을 먹다 외 1편
김희정 | 마음 외 1편
라환희 | 꽃물 외 1편
심선경 | 멸치 똥을 따며 외 1편
장미숙 | 의자 외 1편
조문자 | 눈물 찔끔, 콧물 탱 외 1편
허정열 | 구두 난타 외 1편
심사평
저자소개
책속에서

겨울 연밭은 폐사지 같다. 스산하다 못해 괴괴하다. 여며 싸고 친친 감아도 몸보다 마음이 체감하는 기온으로 뼈마디가 시려온다. 이따금 얼어붙은 수면을 박차고 오르는 철새들의 따뜻한 인기척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이 냉기를 견딜까.
대궁만 남은 연, 아니, 대궁조차도 말라 비틀어져 버린 연이 얼음 속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수중발레를 하듯 겅중겅중 허공을 찍고 있는 저 무념의 발자국들. 물을 딛고 서 있지만 그들의 몸에서 물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삶의 끝자락에 이르러 곡기를 끊으시던 어머님처럼, 한 모금 물로 입을 다시는 일마저 부질없는 것일까. 어머님은 결국 인생의 겨울을 넘지 못하셨지만 저들은 분명 생명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잠시 휴면기에 들었을 뿐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깡마른 몸 어디에서 살아있음의 증거를 찾아야 할지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 문경희 "자코메티의 계절" 중에서
이제 빗줄기도 한풀 꺾였다. 한눈팔다 잡혔다는 듯 무지개송어가 연신 꼬리지느러미를 휘갈긴다. 강태공들도 길길이 뻗대는 송어를 강물로 돌려보낸다. 한 공간에서 오래 지내다보면 닮아지는 게 부부이다. 성격과 취향이 서로 다른 남녀가 속울음을 따로 삼키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외로움을 떨쳐낸다. 물고기를 잡고, 집을 짓는 행위에 연민 어린 시선을 주고받다 보면 상처는 화해를 모색하고, 삶은 여유를 찾지 않을까. 누에가 컴컴한 고치 속에 틀어박혀 변태의 과정을 거치듯 바둑의 승부수처럼 낚시의 묘미처럼 마음의 누수로 생긴 아픈 기억들이 치유되는 순간이 온다. 빗장뼈에서 울컥 치받히는 소소한 갈등을 허무는 이 공간과 시간이야말로 DMZ, 완충지대가 아닐까.
나와 당신, 그리고 텔레비전이 정물화처럼 놓여있는 한지붕 아래서 각자 방 하나씩에 안주하는 이 뜨뜻미지근한 무관심은 뭘까. 전화기조차도 우화偶話의 배경이다.
- 고경서 "우화를 꿈꾸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