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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59922589
· 쪽수 : 188쪽
책 소개
목차
월간영웅홍양전
주폭천사괄라전
수정초인알파전
작가의 말_ 염치 불고한 일입니다만
리뷰
책속에서
“내가 좀 특이체질인데. 다른 사람들처럼 생리를 하긴 하는데 그걸 좀 특별하게 해서. 대략 한 달에 한 번 주기로 호르몬 분비로 인한 생리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 스트레스에 비례하는 슈퍼파워가 생겨. 초능력이라고 해야 할까. 응. 경각 씨가 예전에 무슨 영화 보자고 했었지?”
“맨 오브 스틸… 슈퍼맨?”
“응, 그거. 그거랑 비슷해. 힘이 무척 세지고 오감이 예민해져. 다쳐도 빨리 낫고.”
거참. 놀랍죠.
“근데 그냥 힘만 세지는 거면 상관이 없는데… 내 몸만이 아니라 내 감정도 많이 흔들리거든. 그래서 막….”
“막…?”
“막… 정의를 지키고 싶어지거든.”
“이쯤 해요. 오늘 피곤하시니까 이해할게요.”
알아요. 안다고요. 내가요. 내가 못됐어요. 말 꺼내면서도 내가 못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영자 씨의 얼굴이 홍양 때 두르고 다니는 붉은 천보다도 붉어지는 것을 보고서야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죠.
내가 엄청 진짜 무진장 되게 이루 말할 것 없이 못됐다고요.
“야!”
“어, 네?”
“야! 노경각!”
은행삼거리를 지나는 모든 행인들의 시선이 한순간에 우리 둘에게 쏠렸지요. 아니다.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도 몇몇 정도는 창밖으로 우리를 봤을 거라 생각해요. 아저씨가 폭탄 테러를 저질렀을 때도 그날의 영자 씨와 비교하면 한가한 봄날 영국 정원의 티타임과 같았을걸요.
“내가 슈퍼생리 때 날을 세우는 건 맞지만 내가 날을 세우는 때가 전부 슈퍼생리 때는 아니거든?!”
“어….”
“가! 가라고!”
“저….”
“안 가? 네가 안 가면 내가 가!”
“됐으니까 어서 여자나 불러. 여자 나오라고!”
“마! 여자다!”
네. 여자 나왔습니다. 현수 씨가 나왔습니다. 얼굴에는 수면안대. 오른손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 왼손에는 새우깡.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양주시의 유스티티아. 이제 와서 말씀드리기도 그런데 현수 씨 같은 슈퍼히어로한테 꽐라라는 호칭을 붙이신 것은 부당하지 않습니까?
알겠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어쨌든 그날 현수 씨는 숙직실에 들어가 주무시기 전까지 그렇게 취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풍기는 술 냄새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감안하면 아마 방금 소란 때문에 깨어나 재빠르게 소주로 나발을 분 것이 아닐까 짐작되었습니다.
“어디 여자가 주무시는데 사내놈이 마 시끄럽게 꺅꺅거려쌌노?! 어?!”
“이게 나이도 어린 계집애가 어?!”
“손님. 그만하십시오.”
“됐으니까 자기는 빠져.”
현수 씨는 주취자와 현수 씨 사이에 끼어드려는 저를 뒤로 물렸습니다. 주취자의 ‘어?!’에는 도대체 어떤 의미가 담긴 것인지 모르겠지만 현수 씨와 취객은 어?! 어?!거리면서 자연스럽게 편의점 밖으로 나가 한판 붙을 준비를 했습니다. 저도 어떻게든 두 사람을 중재하기 위해 그 뒤를 따랐습니다.
밖으로 나가니 다른 주취자의 무리도 자연스레 두 사람을 에워쌌습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현수 씨는 제 편의점을 난장판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취객은 바깥의 한패들과 합류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가기로 결정한 것이겠습니다. 하지만 이 결정이 두 분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내린 결론인지 아니면 일단 술을 마시고 싸우려면 밖에 나가야 한다는 사회 관례를 무의식적으로 따른 결론인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