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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59922978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20-04-30
책 소개
목차
우모리 하늘신발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폭우가 내린 지 한 달은 된 것 같았다. 여전히 축축하고 냄새나는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하고 있을 때였다.
쿵!
무엇인가가 부딪히는 소리와 진동이 강하게 울렸다. 단순히 땅이 울린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우리 집이 한 번 공중에 들썩였다 내려앉는 느낌, 땅뿐만 아니라 공기까지도 단단하게 뭉쳐서 내 몸을 공깃돌처럼 던졌다 내려놓는 느낌. 나는 벌떡 일어났다. 엄마는 내가 잘 때까지만 옆에 있다가 안방으로 가버리기 때문에 자다 일어난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눈 사이가 뜨끈한 느낌이 나더니 뭐가 코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다시 그런 소리가 나면 몸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엄마, 엄마!”
나는 울면서 안방 문을 흔들었다. 한참 동안 시간이 흐른 것 같더니 엄마가 문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아니 밤중에 왜… 아이구, 이게 웬일이야! 여보,휴지 좀 줘요!”
넣고 남은 휴지로 내 옷을 문질렀다. 그제야 내가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대롱대롱 매달리다시피 엄마를 부여잡고 부들부들 떨면서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충돌을 기다렸다.
그때 나는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도저히 하늘 같지 않은 색깔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맑을 때의 파란색이 아닌 것은 당연했지만 먹구름 아래의 어두운 회색이나 검은색도 아니었다. 오히려 형형히 빛나는 노랑, 빨강, 고동, 녹색 등이 소용돌이치고 서로 충돌하며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어지러운 하늘색이 비에 녹아내려 내게 스며드는 것 같았다. 이 비를 맞고 싶지 않았지만 뒤를 돌아보자 돌아갈 마을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이는 것은 마을의 폐허뿐이었다. 아무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비명을 지르는 순간 천둥소리가 그 비명을 묻어버렸고, 이어 하늘을 가르고 발밑에 떨어지는 번개는 칠흑같이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그리고…
하늘이 열리고 있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럼 마님은… 저희를 다 잡아먹으실 건가요?”
그렇게 물어보면서 나는 이상하게도 무섭지 않았다. 마님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것이 실감도 나지 않았거니와 마님한테 잡아먹힌다고 생각하면 별로 끔찍할 것 같지 않았다. 그 질문은 겁에 질려서 던진 물음이라기보다 단순한 호기심에 가까웠다.
마님은 나를 돌아보셨다. 새하얗고 선이 또렷한 마님의 얼굴이 반쯤 내린 어둠 속에서 문득 낯설어 보였다. 마님의 눈이 이렇게 깊었던가? 입술이 이렇게 붉었던가? 마님은 한참 홀릴 듯이 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생긋 웃으셨다.
“다 옛날이야기란다. 이만 리 밖에 사람이 어떻게 살겠으며 사백 년이 넘게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니? 우리 지방에 내려오던 옛날이야기를 내가 조금 고쳐서 말해보았단다. 재미있었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