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멘티아 연대기 3-1

스탠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것은 논리적인 판단에 의한 행동이 아니었다. 상식이 있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스탠은 올리아의 가게 문을 박차고 거리로 뛰쳐나간 뒤 몸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그는 이 도시에서 잔인무도한 녹템 연합을 내몰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스탠은 DZ의 검을 움켜쥔 채 양 팔을 치켜들고 목청껏 외쳤다. “야! 스파이로! 이리 와서 날 잡아봐!”

솔직히 캣은 조금 놀랐다. 그녀는 녹템 연합의 창립자이자 최고 지도자인 테네브리스 군주의 모습이 어떨지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예상하지는 않았다. 누가 이 플레이어를 킹 케브의 몰락 이후 엘레멘티아에서 가장 사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사실 눈을 제외하면 그는 스탠과 똑같은 외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은……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그래서…… 히로브린인가 뭔가 하는 자에 대해 뭘 알고 있는데요?”
잠시 쥐죽은 듯 침묵이 흐른 뒤 카산드릭스가 대답했다. “히로브린은 악마야.”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를 수습하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마인크래프트 역사상 가장 사악하고 강력한 독립체지.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단지 떠도는 소문 정도로만 알고 있어. 테네브리스 군주를 내 두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내가 설명해주마.” 크런치 사령관이 나지막이 말했다. 횃불에 비친 그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