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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0200027
· 쪽수 : 156쪽
· 출판일 : 2016-09-20
목차
1부
불량 과일 / 비의 안채 / 박대묵 / 바 / 자전거는 푸르다 / 귀신 / 돗돔에게 / 토끼풀의 세상 / 방생 / 무의의 바람 / 미라 / 줄 / 꿩 사냥
2부
모래 / 장화 / 달항아리 / 장항선 / 노도에 가다 / 무화과의 법칙 / 씨앗 / 마늘밭 / 소만小滿 / 나는 섬을 떠났다 / 속옷 빨래 / 구석 / 새 / 분실 / 그리운 영목 / 오래된 향교
3부
해후 / 정금 / 사람들이 좋아하는 열 가지 말에 관한 단상 / 구름 밖의 주소 / 간이역 / 열무 / 추적자 / 새조개의 나라 / 마른다는 것 / 날개면 / 조구망터 꽃 / 견고한 방 / 어물전 나비 / 소낙비 / 통영
4부
외투 / 흰 옷 / 와송瓦松 / 솜틀집 / 동네 한 바퀴 / 철새 / 네 이름은 땡꼴 / 낙지의 꿈 / 찰박 / 다락방은 우주선처럼 날아갈 수 없을까 / 우물 제사 / 모자 / 내 몸의 헛간 / 카나리아 / 주름
해설: ‘사랑’과 ‘시’를 향한 치열하고도 고독한 자의식-하재일의 시세계_ 유성호
저자소개
책속에서
동네 한 바퀴
따끈따끈하고 쫀득쫀득한 강원도 찰옥수수가 왔어요. 맛있는 술빵이 왔어요. 동네 한 바퀴,부지런히 도는 트럭 한 대. 꽁무니 따라가며 동네 한 바퀴 천천히 도는 내 발걸음. 사람들은 한 명도 모이지 않고 봄밤에 꽃망울 부푸는 벚나무들만 쳐다보고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네.
꽃나무 아래엔 온종일 홀로 거리를 지킨 빨간 우체통. 오늘 입에 넣은 건 어느 불량한 길손이 던져 준, 피다 버린 꽁초 한 대뿐. 그래도 이웃이 좋아 주소를 옮길 수 없네.
환하게 꽃 핀 알전구 매달고 열심히 돌아다니는 동네 한 바퀴, 두 바퀴로 이어지는 트럭 한 대. 벚꽃보다 지름길을 알고 먼저 왔네. 목련보다 먼저 달려왔네. 아직 일러 꽃은 불을 켜지 않았고 봄이 오는 밤길을 환하게 비추며 지나가는 트럭 한 대. 오늘 판 거라곤 겨우 해질녘 꼬부랑 할머니가 팔아 준 술빵 한 봉지. 누구나 편안한 물컹대는 밤인데.
나 홀로 천천히 걸어보는 동네 한 바퀴, 서서히 길들이 어둠 속에 잠겨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