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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60260427
· 쪽수 : 124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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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 아니, 아직 끝나지 않았네, 그가 말했다. 그게 문제의 전부가 아니었네, 또한 나는 셔츠는 바지 속으로 넣을까, 바지 밖으로 내놓을까를 놓고 오랜 숙고와 번복을 되풀이해야만 했네, 결국 나는 이다지도 자질구레한 일에 광분하고 있는 자신에게 측은한 마음과 적개심을 동시에 느끼며, 그 와중에도 그 옷 모두를,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나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그 모든 것을 단념하고, 그에 더해 나 자신의 인생까지도 단념하고 싶은 고질적인 끈덕진 욕망을 가까스로 눌러야 했고, 또한 나 외에 누가 그 어려움의 적은 일부라도 알겠는가, 하는 서글픈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네. 나는, 어떤 경우에도 이성을 잃어서는 안 돼, 일단 이성을 잃게 되면 넌 그것으로 끝장이야, 그 말을 되뇌며, 나를 타이르기도, 내게 윽박을 지르기도 하며 그 일을 했네…….
나의 삶은 어느 한순간 작은 충격에도, 아니 아무런 충격이 없어도 완전히 무너져 내일 수도 있는 허술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처럼 여겨져, 내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그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이, 다시 말해,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명백한 사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 옳을, 이 삶, 그것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인지도 모르겠어. 그 시작에서부터 무산된 이 삶은 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인지도 모르지. 내게 있어 삶이 의미 있었던 것은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한에서였을 뿐이야. 그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