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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0260854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8-06-04
책 소개
목차
장기호랑이
산후조리
『범골사』 해설
범골달인 열전
김사또
놀러 가자고요
봇도랑 치기
만병통치욕조기
아홉 살배기의 한숨
작품 해설 / 무방비로 방심하게 만드는_노태훈(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모가 자라는 한 달여 동안, 막내 윤 씨는 지구를 떠나고 싶었다.
모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늙은이들의 질문이 귀찮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길에서 마주치면 기계를 세우게 해놓고는 묻고, 밤에 잠도 못 자게 전화로 물었다, 밤에 못 한 거 새벽에 하려고 아내랑 안았는데 휴대폰으로 또 묻고, “내가 아주 미쳐!” 하고 괴성 없이 살기가 힘들었다.
“걔들도 살라고 났는디, 알아서 잘 크겄지요! 지발, 좀 마음 푹 놓고 거시기 하시랑께유.”
“일 않고 술만 처먹냐? 인저 두 다랑이 하고 무슨 염치로 새참을 자시냐. 똑바로 심고 있는 겨?” 자전거를 타고 온 시골박사가 열부
에게 다짜고짜 지청구다. 두 사람은 죽마고우였다.
박사는 판돈이 종이컵에 따라준 막걸리를 들이켜고는 열부에게 시비 걸듯 쏘아댔다. “이게 니 조카가 한다는 그 막걸리냐? 시금
털털한 게 개갈 안 나는구먼. 막걸리 사장이 조카인께 너는 공짜로 먹겄다?”
“그럼, 공짜지. 유통기한 지난 건 다 내 거여. 저녁마다 들러서 유통기한 두 병씩 조져.”
… …하여간 회장 되니까 생각도 못 한 재미가 있어. 찾아와서 인사하는 사람도 많고, 꼭 오시라고 초대해서는 밥 사주는 사람도 많아. 찾아오는 이나 불러가는 이나 회장님, 회장님 해가면서 높이 대접해주니, 참말로 내가 뭐라도 된 듯하더군. 그 많은 회장들이 무슨 맛에 회장을 하는 건지 알겠더라니까. 내가 맡은 게 노인회장 자리니 망정이지, 다른 회장 자리면 큰일 날 뻔하지 않았어? 노인회장 자리도 이 좋은 맛에 취하다 보면 계속하고 싶어질 것 같더라고. 그게 독재의 시작 아니겠어? 노인회장 자리야 독재해도 되지만, 다른 회장 자리는 독재를 하면 꼭 이승만 꼴 난다니까. 뭐, 하겠다는 늙은이가 있다면 안 달래도 주겠지만, 하겠다는 늙은이가 없으면 내가 또 맡아야지 어쩌겠어? 이것 봐? 나도 이승만 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