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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0263466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4-07-09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당신에게 권하고픈 온도
사랑해서 하는 일 21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삶을 살아내게 하는 것들 25
생일 케이크│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진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30
컵케이크│존 치버, 『기괴한 라디오』
충만한 삶, 아름다운 울림 35
캉파뉴│마틴 슐레스케, 『가문비나무의 노래』
정성으로 가꾸는 매일 40
판 콘 토마테│데이비드 디어도르프·캐서린 와즈워스, 『내 식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휴가의 끝 45
트로페지엔│베른하르트 슐링크, 『여름 거짓말』
어른이 된다는 것 50
파스트라미 샌드위치│필립 로스, 『울분』
사악한 표정의 잭 오 랜턴과 밤의 시간 56
펌킨파이│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꿈을 빌려드립니다』
이 세상에 아주 많은 마음, 마음들 62
브라우니즈 쿠키│김희경·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마음의 집』
나만의 식빵 66
하나씩 구워낸 문장들
소설 쓰는 마음 1 75
상처는 스스로 빛을 낸다 81
마카롱│앤 카슨, 『남편의 아름다움』
담담하고 부드러운 삶의 조각들 86
팬케이크│켄트 하루프, 『축복』
불확실한 세계를 읽어내는 일 90
초콜릿│훌리오 꼬르따사르, 『드러누운 밤』
흔한 빵을 나눠 먹고 싶은 사람 95
멜론빵│기시 마사히코,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밤이 깊어도 걸어갈 수 있다면 99
슈크림빵│캐서린 맨스필드, 『가든파티』
모국어 바깥으로 떠날 때 104
바움쿠헨│다와다 요코, 『여행하는 말들』
삶이 불가해한 것인 한, 소설 쓰기란 108
티라미수│제임스 설터, 『소설을 쓰고 싶다면』
소설 쓰는 마음 2 112
온기가 남은 오븐 곁에 둘러앉아
나의 개 119
가족, 가깝고도 먼 122
사과머핀│줌파 라히리, 『그저 좋은 사람』
‘나’, 그 알 수 없음에 대해서 126
침니 케이크│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서툴러 경이로운 당신 130
호빵│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상처를 응시하는 섬세한 눈길 134
바나나 케이크│윌리엄 트레버, 『비 온 뒤』
이해와 노력으로 자라는 마음 139
도넛│도리스 레싱, 『런던 스케치』
정직하고 순수한 기쁨 143
오페라│프랑수아 누델만, 『건반 위의 철학자』
언제고 다시 이 순간으로 147
델리만쥬│파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더하는 글 1: 볕을 찾는 사람?겨울의 맛 151
붕어빵│델핀 드 비강, 『고마운 마음』
달콤한, 그 밤의 기억 156
빈집처럼 쓸쓸하지만 마시멜로처럼 달콤한
다정히 건네는 말 163
자신의 과오를 대하는 자세 168
자허토르테│토마스 베른하르트, 『모자』
사랑의 자리 172
생크림 토스트│앙드레 지드, 『좁은 문』
버리지 못하고 모아둔 그리움 178
롤케이크│켄 리우, 『종이 동물원』
보온병 가득 담아 온 홍차와 함께 183
구겔호프│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무엇을 떠올릴까 188
아마레티│시바타 쇼, 『그래도 우리의 나날』
오늘도 사랑하고 사랑해야 193
웨딩 케이크│니콜 크라우스, 『사랑의 역사』
우리의 고독은 부드럽다 198
콜롬바│줌파 라히리, 『내가 있는 곳』
더하는 글 2: 지하철 단상?여름의 맛 202
포카치아│하성란, 『여름의 맛』
떠나보내는 여름 208
갓 구운 호밀빵 샌드위치를 들고 숲으로
사랑의 편 219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래 걷고 싶을 때 224
호밀빵 샌드위치│페터 볼레벤, 『나무수업』
세상에 기적이 존재한다면 228
슈톨렌│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같고도 다른 두 경계인의 편지 233
호두과자│서경식·타와다 요오꼬, 『경계에서 춤추다』
통밀빵을 굽는 온순한 즐거움 237
통밀빵│이한승, 『솔직한 식품』
‘나’의 두려움에서 ‘우리’의 연대까지 244
스페인식 샌드위치│호세 캄파나리·에블린 다비디, 『난민이 뭐예요?』
하지만 괜찮다, 그렇더라도 250
옥수수빵│존 윌리엄스, 『스토너』
친애하는 인생에게 254
단팥빵│앨리스 먼로, 『디어 라이프』
찻집 상상 260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빵집을 발견했던 때는 그런 한낮의 산책을 하던 날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곳은 제빵사의 이름 석 자를 걸고 오로지 식빵만을 파는 작은 가게였다. 요란한 간판이나 진열장도 없이, 나중에는 소보로빵을 팔기도 했던 것 같지만, 처음엔 제빵사 한 분이 우유식빵 딱 한 종류만을 만들어 팔던 그 빵집을 나는 퍽 좋아했다. 하루치 만들어둔 빵을 다 소진하면 더 이상 만들어 팔지 않는 가게라 때로는 빈손으로 돌아와야 할 때도 있었지만, 운이 좋게 갓 구운 통식빵 한 덩이를 사서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에는 귀한 것을 품고 걷는 사람처럼 마음이 기쁨으로 찰랑이기도 했다.
소설이 삶을 닮은 것이라면, 한길로 꼿꼿이 가지 못하고 휘청휘청 비틀댄다 해도 뭐 어떤가. 내가 걷는 모든 걸음걸음이 결국엔 소설 쓰기의 일부가 될 텐데. 길 잃고 접어든 더러운 골목에서 맞닥뜨리는, 누군가 허물처럼 벗어놓고 간 쓰레기들과 죽은 쥐마저도 내 빵에 필요한 이스트나 밀가루가 될 텐데. 그러므로 그림자처럼, 한낮의 시간에는 더욱 짙어지는 익숙한 열등감과 수치심이 찾아오면, 이제 나는 그것들을 양지바른 곳에 펼쳐놓고 마르길 기다리며 찬찬히 들여다본다. 오븐의 열기는 하오의 볕처럼 공평하니까 어쩌면 내가 소설을 쓰는 사람인 한, 나에게도 언젠가는 따뜻한 식빵 한 덩이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믿어보면서.
삶은 소설과 달리 다시 쓸 수 없고, 그래서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거나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은 그럼에도 “눈먼 박쥐처럼 그렇게 계속 나아”가야하는 것이 삶이라고, 다양한 색으로 물드는 해 질 녘의 하늘처럼 불완전하지만 “아름다운 변신을” 거듭하는 것이 삶이라고 알려준다. 모든 생이 감동을 준다는 루시 바턴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인간이 끝끝내 그토록 서툰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서툴고 서툴렀던 당신들. 경이로운 생生의 주인인 당신들의 이름을 나는 오늘 나직이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