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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기타 명사에세이
· ISBN : 9791160270327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18-03-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슬픔의 끝을 향하여
CHAPTER 1 사랑은 언어다
01 복잡한 섹스
02 만지고 노 코멘트
03 섹스를 거부할 권리
04 안전한 사랑
05 당신만이 사랑의 콘텐츠
06 사랑한다면 텔 미 모어
07 사랑이 묻는다 Who are you?
08 싸움에 득이 안 되는 말, 말, 말
09 싸움의 기술
10 이유 있는 이별
CHAPTER 2 슬픔을 말해야 당신이 산다
11 슬픔을 말해도 괜찮아
12 엄마의 양말
13 애도, 사랑을 잃다
14 어린 아버지
15 정상 가족
16 경계인
17 잡담, 최고의 기술
18 킬리만자로의 표범, 꼰대
19 어서 말을 해
20 인상적인 위로
CHAPTER 3 사랑인 것과 사랑이 아닌 것
21 운명은 운명, 사랑은 사랑
22 나쁜 남자가 그리 좋더냐
23 사랑과 고통 사이
24 집착 다루기
25 부족한 재회
26 장거리 연애를 한다면
27 돈 워리 권태기
28 스스로 삼겹살이 되는 능력
29 순자 이모
CHAPTER 4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30 봄날은 갔다
31 결혼, 동화에서 실화로
32 강광희 여사
33 50 대 50
34 섹스리스, 우리들의 이야기
35 불륜에 관한 상식
36 선의의 사랑
37 기다린다는 것
CHAPTER 5 누가 뭐래도 소중한 당신
38 나를 무너뜨리는 언어
39 타인의 시선
40 예쁘다는 말
41 침묵하지 않는 한 사람
42 스트리트 파이터
43 유부남에게 끌린다면
44 가족을 떠날 시간
45 혼자의 의미
46 세월의 연인, 친구
47 당신은 인류에 꼭 필요한 사람
에필로그 흙에서 도자기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섹스의 관계란, 쾌락의 관계라기보다는 나체로 어떤 이야기라도 할 수 있으면서 서로의 존재를 받아주고 품어주는 진정한 사랑과 신뢰의 관계다.
그곳이 아니다. 이곳이다.
나는 섹스 후 당신이 바로 스마트폰을 집어들면 화가 치민다.
제발 먼저 잠들지 말아줘라.
당신은 나를 사랑하기보다는 섹스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나는 어쩐지 섹스가 두렵다. 당신이 나를 지배하려 드는 것 같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지배당하는 느낌이 좋다. 하고 싶지 않다.
이것은 여성의 질 건강에 좋지 않은 체위다. 나는 정말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못하겠다.
밝히는 여자라고 생각할까 두렵다. 임신을 원한다. 임신이 두렵다.
임신하고 싶지 않다. 고맙다. 따뜻하다. 민망하다. 웃음이 난다.
수치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가 섹스를 하면서 나누어야 하는 대화는 무궁무진하다.
보면 싸우다가 중간에 그렇게들 나가시더라. 말 안 통한다고 나가고, 말문 막히면 나가고, “이놈의 집구석, 내가 나가야지!” 화끈하게 나가버린다. 하지만 나가보신 분들은 알 것이다. 나가봤자 별 볼일 없고, 더 초라하고 서럽다. 게다가 컴백홈의 과정은 또 얼마나 모양이 빠지는지. 화려하게 박차고 나온 만큼 재입성은 민망하다.
분노가 너무 격해져 이렇게 가다가는 진짜 사고를 치겠다 싶을 때 잠깐 소강상태를 가지는 것은 좋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나가버리거나 전화를 끊는 단절 행동은 싸움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간다. 반복적으로 일방적인 단절을 시도하면 상대는 걷잡을 수 없는 거절감과 분노를 느낀다.
‘뭐야, 나갔어? 지금 나간 거야? 나 무시해?’
정말 나가지 않고 못 견디겠거든 반드시 온다는 말을 붙여야 한다.
“이러다가 우리 치겠다. 후……나 잠깐 담배 한 대만 태우고 올게.”
다시 온다는 한마디의 말이 그 와중에 상상 이상의 존중감을 전달한다. 다시 온다는 그 한마디를 안 해서 얼마나 많은 집들의 문짝이 부서져나갔는지 모른다.
“I will be back.”
평화로운 휴전을 제시하기에 좋은 말이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앞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마음을 말했다. 나는 인생이 너무 힘이 들었다고, 왜 나를 낳았느냐고. 죽음을 기다리는 엄마 앞에서 가시 같은 말들을 내뱉었다. 주사기 줄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엄마는 묵묵히 들어주었다. 진짜 이야기를 시작한 나와 엄마는 며칠간을 울고 웃었다.
“엄마, 나랑 사귈래?”
우리는 그때 처음으로 사귀었다. 그 전까지는 피상적인 관계를 맺고 살았다. 그저 엄마의 역할, 딸의 역할을 했을 뿐 서로를 알지 못했다. 진짜 생각과 감정을 나누며 살지 못했다. 안 그래도 엄마의 힘든 인생에 짐을 얹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착한 딸 콤플렉스에 중독되어 살았다. 바르고 옳게 살려고 강박적으로 애썼다.
(……)
어쩌면 엄마와 딸은 제대로 사귄 적이 없는지 모른다. 같이 산다고 사귀게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둘 사이에 이야기가 있어야 사귐은 성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