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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 ISBN : 9791167370945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1-11-1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정서적 샴쌍둥이가 되어버린 엄마와 딸
Chapter 1 애증: 사랑이라는 이름의 상처
나쁜 년, 미친 년, 불효막심한 년
부부의 세계보다 스펙터클한 모녀의 세계
엄마, 왜 나를 돌보지 않았어?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두 얼굴의 엄마
엄마의 이중메시지
그녀와의 이별
Chapter 2 조율: 서로를 홀로 서게 하는 적정거리
엄마는 큰언니
장녀 엄마가 장남 아빠와 결혼했을 때 생기는 일
친구 같은 딸에게 강요된 희생
딸은 왜 엄마 팔자를 대물림할까?
딸은 엄마의 아바타가 아니다
좋은 엄마 신화에 사로잡힌 젖가슴
갱년기 열병을 잠재우는 딸의 한마디
엄마를 과소비하지 말 것
Chapter 3 독립: 엄마를 넘어선 나다움을 찾아
솔직히 딸이 더 만만하니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워킹맘, 모성의 신은 부재 중?
분노, 그 아래 존재하는 진짜 감정
사랑의 매 혹은 감정의 매
성性스러운 엄마
엄마 같은 엄마는 되지 않겠다는 다짐
무심코 일어나는 모녀간 가스라이팅
엄마의 유산
나가는 글 엄마와 딸, 서로를 웃으며 바라볼 수 있기를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선생님, 저는 엄마 무덤에 13년간 한 번도 가지 않았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이게 정상이에요? 그런데 전 갈 수가 없어요. 도무지 갈 수가 없어요. 너무 무서워요. 거기 가면 제가 산산이 부서져 공중에 흩어져 없어질 것만 같아요. 이건 제 남편밖에 몰라요. 아무도 몰라요. 다른 가족들도
몰라요. 상상도 못할 거예요. 13년이 되도록 엄마한테 안 갔다고 누구한테 얘길 할 수도 없어요…, 엉엉엉….”
정신을 차리니 40분이 지나 있었다. 선생님은 괜찮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으며 어머니 무덤에 13년을 안 가든, 영원히 안 가든 그건 당신의 마음이다. 다 괜찮다. 그만큼 아픈 거다. 스스로를 받아들여주어라. 꽤나 마음이 놓이는 대답이었다.
선생님은 10분이 더 남았으니 무슨 이야기든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고 했지만 도무지 그럴 수 없었다. 너무 ‘쪽팔렸다.’ 이 나이에 처음 본 사람 앞에서 화장이 다 지워지도록 엄마를 부르며 펑펑 울다니. 요즘 말로 ‘멘탈이 터졌다.’ 편집하고 싶었다. 정신을 챙겨서 선생님에게 말했다.
“선생님, 10분 남은 것, 괜찮습니다. 제가 지금 처음 본 사람 앞에서 이렇게 운 게 너무 창피하고 당황스러워서요. 일단 이 자리를 최대한 빨리 뜨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뵐게요!”
그렇게 상담실을 탈출한 뒤, 나와서 조금 걸었다. 어지러웠지만 면죄부를 받은 심정이었다. 그래, 일단 나쁜 년은 아닌 걸로. 그냥 마음 아픈 년인 걸로. 첫 상담 날 나는 아픈 년 자격을 취득하며 13년의 봉인을 해제하기 시작했다.
_ 나쁜 년, 미친 년, 불효막심한 년
딸은 엄마에게 ‘내 맘과 같은 존재’이기에 필요하다. 엄마는 영원한 자기 편, 자기의 심리적인 분신이자 지지자,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할 사람이자 쉼터다. 그래서 엄마는 딸을 원하고 필요로 한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바람은 일상생활 곳곳에서 나타나며 절대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것은 아주 섬세하며 고요한 심리전에 가깝다. 예를 들어 4인분의 만둣국을 끓이려는데 만두가 모자라는 상황이 되면 엄마들은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쩌냐~, 만두가 모자라! 일단 아빠, 오빠 먼저 주고 우리는 다른 거 먹든지, 라면 먹든지 그러자.”
왜 이런 순간 딸에게는 만둣국에 대한 지분이 없는가. 왜 엄마는 너무도 당연히 딸이 자신과 같은 것을 먹어줄 것이라 가정하는가. 왜 딸은 우선순위에 들지 못하며, 만둣국에 대한 권리를 이리도 쉽게 빼앗기는가! 엄마의 의식과 무의식이 딸은 엄마의 분신이라고, 너는 내 편이라고 언제나 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내 편이 나랑 같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니까 물어볼 필요도 없다.
만일 이때 딸이 “싫어! 만두 내가 먹을 거야, 오빠 너 먹지 마, 아빠 뱉어! 내 거야!”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딸은 또라이요, 정서적인 문제가 있는, 엄마가 집안에서 단속하지 못한 문제아가 되고, 그것은 엄마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일이다. 명예에 먹칠을 당한 엄마는 가족 안에서 신뢰감을 잃고 입지가 좁아진다. 딸은 분하지만 이런 흐름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있기에 대부분은 그저 라면 봉지를 뜯으며 불편한 심기를 다스릴 뿐이다.
_ 부부의 세계보다 스펙터클한 모녀의 세계
“엄마!! 왜 엄마는 왜 만날 엄마 맘대로 해? 내 결혼인데 왜 다 엄마 맘대로 사냐고!”
“야! 길 가는 사람 열을 붙잡고 물어봐. 누가 고른 살림살이가 더 나은가. 엄마 눈이 정확하다고 사람들이 다 그러지. 네 친구들이나 네가 고른 거 이쁘다 그러지. 살림해본 적들도 없으니 뭘 알아?”
이렇게 호텔식 침구 세트, 북유럽풍의 그릇 세트는 한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져간다. 웬만한 엄마들에게 딸들과의 경계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고 해도 희미한 점선 정도? 엄마가 꽃무늬 이불을 원하면 딸은 꽃을 덮고 잠들 수밖에 없다. 엄마의 휴대전화에 꽃 사진이 가득한 만큼이나 내 살림살이는 꽃밭이 되어간다. 꽃향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보다 보니 적응도 되고 원래 뭐, 꽃이란 예쁜 거니까. 그런데 그 예쁘다는 꽃도 누군가의 집, 북유럽풍 인테리어를 볼 때면 ‘저건데…’ 하는 마음의 소리로 돌아온다. 스트라이프, 무지, 호텔식 화이트 침구는 이제 우리 집엔 발길을 들
여놓을 수 없다. 엄마가 꽃이라면 꽃인 거다. 엄마가 잡채가 안 상했다면 안 상한 거다.
엄마의 이런 자기 확신은 ‘허위 합의 효과False-consensus effect’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자기의 생각이나 감정이 맞다고 밀어붙이기 위해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라고 믿고 착각하는 현상이다.
_ 솔직히 딸이 더 만만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