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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이탈리아소설
· ISBN : 9791160809763
· 쪽수 : 364쪽
· 출판일 : 2023-03-06
책 소개
목차
악의 길 _007
해설 | 선과 악의 갈림길에 서다 _353
리뷰
책속에서
“고통을 알게 되었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조그만 우리 집 지붕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저는 추위와 배고픔과 온갖 병을, 버려진다는 게 뭔지를 알게 되었지요. 늙으신 숙모 두 분이 저를 도와줬지만 두 분 역시 가난했답니다! 그래서 저는 인생이 뭔지 알게 되었어요. 아, 빌어먹을. 배고픔은 훌륭한 선생입니다! 저는 남의 밑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고분고분 말 잘 듣는 법과 일을 배웠지요. 그래서 지금 일하고 있습니다.”
농부들과 마을 여자들이 무리를 지어 수다를 떨며 포도 수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뒤쪽으로 회색 산이 펼쳐져 있었다. 해 질 녘의 흐릿한 안개 속에서 말을 탄 몇몇 노인의 윤곽이 드러났다.
포도나무 이파리, 짓이겨진 포도, 축축한 풀 냄새가 공기 중에 배어 있었다. 수레에 실린 포도들은 희미한 보랏빛을 반사했다. 수레바퀴는 하얀 흙먼지가 덮인 길에 깊은 고랑을 남겼다. 골짜기에서는 벌써 불빛이 몇 개 반짝였고 바위들 위에서, 카파레다 다리 위에 우뚝 솟은 절벽들 사이에서 딸랑이는 방울 소리도 몇 번 들렸다. 길을 잃은 염소의 목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짐을 잔뜩 실은 수레의 바퀴가 단조로우면서도 귀가 먹먹할 정도로 요란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수레꾼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쓸쓸하고 차분히 가라앉은 가을 황혼에 본능적으로 깊이 빠져 있던 피에트로만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