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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1570105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17-08-10
책 소개
목차
이력서
헬라홀
이름 없는 병
대여품 양말
게으를 권리
비상사태
사우나 사나이
정거장
벌거숭이
독재자
운동아재
정답과 정답 아닌 남자
코털과 콧수염
일꼬의 법칙
헬라홀의 보르헤스
악착같이
의정부
살기 좋은 나라
그리고 1년 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뭐, 지금이 낮 시간이라 한가한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죠. 아침저녁으로는 직장인들이나 개인사업자들도 많이 옵니다. 하지만 평균 연령이 65세 이상이긴 해요. 이 동네 자체가 그렇다더라고. 서울에서 갑으로 살아온 노인들이 말년에 공기 좋은 신도시의 고급 아파트를 분양받아 내려온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리고 여기 오는 중장년층도 대부분 전문직이나 사업가죠. 다들 이 사회의 갑이죠. 그것도 어디 보통인가. 한국 사회 1퍼센트에 속하는 남자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1퍼센트를 위한 멤버십 피트니스가 바로 헬라홀이죠. 그러니 당연히 여기서 일할 때 중요한 건 회원님에 대한 친절입니다.”
사실 내 예상이 빗나간 게 하나 있었다. 겉보기와 달리 헬라홀 안은 자본주의의 꽃동산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1퍼센트의 남자들이 자연재해 피해자인 양 허겁지겁 운동복과 양말을 집어 드는 광경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일 따름이었다. 그마저도 셔츠는 목이 늘어난 것이고, 반바지는 허리 밴드가 헐렁했으며, 양말 바닥에는 매직으로 커다랗게 대여품이라 쓰여 있었다. 그런 걸 입고 신은 차림새면 삼성 이재용도 거지처럼 보이기 알맞았다. 그래서 그들은 그나마 덜 낡은 걸 찾아 헤매느라 눈에 불을 켜고 로커룸을 뒤지는 것이고, 그러니 아무리 수납공간을 잘 정리해도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엉망이 되었다.
이곳에서 1퍼센트 남자들은 아무리 유세를 떨어도 폼은 안 났다. 명품 셔츠에 명품 등산복을 입고 들어와도 다들 후줄근한 운동복으로 갈아입어야만 했다. 사우나 곳곳에서 마주치는 그들의 알몸 또한 그다지 명품은 아니었다.
갑의 사내들은 희한하리만큼 이곳에선 힘을 주지 않았다. 비록 권력의 꼭짓점에 있는 이들은 아니었으나 헬라홀 사우나의 대표적 갑들의 직업은 화려한 편이었다. 회원 명단에 적힌 이름으로 인터넷 인물 검색을 하면 사진까지 뜨는 사람이 꽤 되었다. (중략)
다만 그들 모두 여기 이곳에서는 도드라지려 애쓰지 않았다. 그들 모두 사우나의 규칙에 순응했다. 남자 사우나란 원래 땀을 빼고, 발기하지 않은 채 벌거벗고서 아무 생각 없이 축 늘어져 있을 수 있는 남자들의 유일한 공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