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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창밖에 사체가 보였다 (『수사연구』 편집장의 사건 수첩)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1572390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5-08-01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1572390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5-08-01
책 소개
2017년 프리랜서 기자로 『수사연구』와 인연을 맺은 박진규 작가는 지금은 편집장과 취재 기자를 겸하며 매달 새로운 사건, 새로운 형사들을 만나고 있다. 이 책에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 특수 잡지의 히스토리부터 그가 취재한 12건의 살인 및 강력 사건의 수사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 형사들의 피·땀·눈물을 생생히 담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와 〈용감한 형사들〉 이전에
『수사연구』가 있었다!
소설 쓰는 편집장이 들려주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범죄 이야기
피로 물든 현장, 범인의 흔적, 형사들의 수사 과정…
그 금기의 보고가 세상에 나온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최삼호 PD(<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경찰관과 국정원 요원들의 숨겨진 교과서
대한민국 유일의 범죄 수사 전문지
『수사연구』의 밀봉된 페이지가 열린다!
『수상한 식모들』과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로 각각 ‘문학동네소설상’과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박진규 작가에게는 소설가 말고 또 다른 직업이 있다. 바로 40년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유일의 수사 전문지 『수사연구』의 편집장이라는 것이다. 일반인 중에 월간지 『수사연구』에 대해 알고 있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비밀스러운 잡지는 수십 년간 경찰 관계자들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 내려오며 명실상부한 살인 사건 교재이자 참고 자료가 되어왔다. 이 잡지에는 안에 담긴 사체 사진과 기사의 내용이 너무나 적나라해서 아예 밀봉된 페이지도 있었다. 대중에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사연구』는 강력반 형사들과 국정원 요원들이 아끼는 잡지, 나아가 <그것이 알고 싶다>나 <용감한 형사들> 같은 프로그램의 제작진도 손에 넣고 싶어 하는 ‘범죄 수사의 보고’였다.
2017년 프리랜서 기자로 『수사연구』와 인연을 맺은 박진규 작가는 지금은 편집장과 취재 기자를 겸하며 매달 새로운 사건, 새로운 형사들을 만나고 있다. 이 책에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 특수 잡지의 히스토리부터 그가 취재한 12건의 살인 및 강력 사건의 수사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 형사들의 피·땀·눈물을 생생히 담았다.
작가는 이 책이 “과거의 사건을 다루는 동시에” 취재 당시 느낀 “감정들을 다시 복원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는 다양한 수법의 범죄와 억울한 죽음들을 마주한다. 사망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 온몸이 칼에 찔리고 불태워진 채, 이불에 매달려 바다에 뜬 채, 신체가 제멋대로 비틀린 기괴한 자세를 한 채로 발견된다. 흉기는 또 어떤가. 달달한 믹스커피 한 잔부터 니코틴 원액이 담긴 주사기, 야구 배트, 그리고 떠올리는 것만으로 아찔한 사각 모양의 중식도까지 다양하다. 작가는 이 모든 사건의 담당 형사들을 인터뷰하고 현장 사진을 볼 때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 그 뜨거운 피를 참지 못해 탐욕에 이르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인간이라고 말한다.
인간성의 밑바닥에 자리한 치졸하고 추악한 민낯, 인간 존재의 어두움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 취재기는 ‘범죄의 재구성’이자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거대한 라이브 리포트이기도 하다.
“나는 인간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연기 같은 얼굴,
감정의 진폭, 빛과 어둠을 오가는 감정들이 궁금했다.“
살인 사건의 가해자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사이코패스’와 같은 단어들을 가장 먼저 연상한다. 그것은 살인 혹은 살인자를 우리의 일상과는 분리시켜 타자화하려는 사고의 흐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살인자들은 시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다가 친해진 언니, 일하다가 만난 직장 동료, 댄스 학원에서 만난 수강생 등 우리가 평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평범한 동시에 평범하지 않다. 작가는 당시의 현장이나 범인 신문에 대해 형사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고, 사건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정리한 ‘수사결과보고서’까지 총동원하여 일상에서 살인까지 이르게 된 연결고리를 촘촘하고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럴 때마다 블랙홀과 같은, 결코 채워질 수도 실체를 알 수도 없는 부분과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은 논리적으로는 물론, 감정적으로 이해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영역이다.
박진규 작가는 살인자의 심리와 감정에 닿으려고 부단히 애쓴다. 그래서 인터뷰하는 형사들과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왜’라고 질문한다. 이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납득할 만한 이유를 붙이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하지만 ‘악마가 나를 독살하려고 해서’ 혹은 ‘예전부터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였기 때문에’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동기 앞에서 이 시도는 번번이 좌절되곤 한다. 감정의 긁힘, 앙심, 망상과 오해, 탐욕이 동기가 되었다 해도 “사람이 사람을 어떤 마음으로 잔혹하게, 때론 무심하게, 아니면 계획적으로 살인할 수 있는 걸까?”라는 질문에 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인간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연기 같은 얼굴, 감정의 진폭, 빛과 어둠을 오가는 감정들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인간 본성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복잡한 감정의 얽힘 속에서 살인 사건은 일어난다. 서로를 바라보던 따스하고 보드라운 감정이, 서로의 심장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변해버리는 것이다. (299~300쪽)
범인의 발자국을 쫓는 형사,
형사의 목소리를 쫓는 소설가
마치 옛날이야기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할머니에게 듣는 이야기는 아니고 덩치 큰 형사들이 둘러싸고 들려주는 대한민국의 괴담이자 진짜 현실인 범죄의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33쪽)
『창밖에 사체가 보였다』에서 놓칠 수 없는 하나의 재미는 바로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가진 형사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흔히 매체에서 접하는 보편적인 강력반 형사의 이미지를 지닌 형사 외에도, 다양한 외양과 성격을 지닌 형사를 만나볼 수 있다. 주민 센터의 푸근한 과장님 같은 형사가 있는가 하면, 젊은 시절의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형사도 있다. 이들은 피곤 섞인 푸념을 내뱉을 때도 있고, 평범한 대한민국 직장인의 애환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이 담당한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면 날카롭고 매서운 표정이 되어 마치 듣는 사람까지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박진규 작가는 『수사연구』의 취재 기자로서 경찰의 내부 수사 서류를 손에 넣기 위해 때로는 현란한 ‘밀당’의 기술을 펼치기도 하고, 때로는 형사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 공감하는 열성적인 관객이 되기도 한다.
형사들의 개성과 범인을 잡기 위해 흘린 피‧땀‧눈물에 대한 살아 있는 묘사는, 그동안 직접 발로 뛰며 수많은 형사들과 길고 긴 인터뷰 시간을 쌓아온 작가의 이력에서 나온 리얼리티일 것이다. 이러한 리얼리티에 소설가로서의 입담이 덧입혀져 이 책에 등장하는 형사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동시에 유일무이한 하나의 캐릭터로서 재탄생하게 된다.
형사들은 가끔 사체에 대해 설명할 때 그 사체와 교감한다는 인상을 줄 때가 있다. 일반인이 느끼는 동정심과는 결이 좀 다르다. 마치 특별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사체들이 형사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하는 것 같다고 설명하는 느낌. 이런 뉘앙스의 설명을 취재 때 종종 듣곤 했다. (146~147쪽)
책 속의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형사들의 목소리가 소설가의 언어로 변환되어 읽는 이들을 보다 더 생생하고 드라마틱한 사건 현장으로 끌어들인다.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세상을 놀라게 한 사건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열두 가지 범죄 이야기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독자들에게 전염시키는 동시에,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 서늘한 잔상을 남길 것이다. 한여름 서늘한 기운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수사연구』가 있었다!
소설 쓰는 편집장이 들려주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범죄 이야기
피로 물든 현장, 범인의 흔적, 형사들의 수사 과정…
그 금기의 보고가 세상에 나온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최삼호 PD(<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경찰관과 국정원 요원들의 숨겨진 교과서
대한민국 유일의 범죄 수사 전문지
『수사연구』의 밀봉된 페이지가 열린다!
『수상한 식모들』과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로 각각 ‘문학동네소설상’과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박진규 작가에게는 소설가 말고 또 다른 직업이 있다. 바로 40년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유일의 수사 전문지 『수사연구』의 편집장이라는 것이다. 일반인 중에 월간지 『수사연구』에 대해 알고 있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비밀스러운 잡지는 수십 년간 경찰 관계자들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 내려오며 명실상부한 살인 사건 교재이자 참고 자료가 되어왔다. 이 잡지에는 안에 담긴 사체 사진과 기사의 내용이 너무나 적나라해서 아예 밀봉된 페이지도 있었다. 대중에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사연구』는 강력반 형사들과 국정원 요원들이 아끼는 잡지, 나아가 <그것이 알고 싶다>나 <용감한 형사들> 같은 프로그램의 제작진도 손에 넣고 싶어 하는 ‘범죄 수사의 보고’였다.
2017년 프리랜서 기자로 『수사연구』와 인연을 맺은 박진규 작가는 지금은 편집장과 취재 기자를 겸하며 매달 새로운 사건, 새로운 형사들을 만나고 있다. 이 책에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 특수 잡지의 히스토리부터 그가 취재한 12건의 살인 및 강력 사건의 수사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 형사들의 피·땀·눈물을 생생히 담았다.
작가는 이 책이 “과거의 사건을 다루는 동시에” 취재 당시 느낀 “감정들을 다시 복원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는 다양한 수법의 범죄와 억울한 죽음들을 마주한다. 사망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 온몸이 칼에 찔리고 불태워진 채, 이불에 매달려 바다에 뜬 채, 신체가 제멋대로 비틀린 기괴한 자세를 한 채로 발견된다. 흉기는 또 어떤가. 달달한 믹스커피 한 잔부터 니코틴 원액이 담긴 주사기, 야구 배트, 그리고 떠올리는 것만으로 아찔한 사각 모양의 중식도까지 다양하다. 작가는 이 모든 사건의 담당 형사들을 인터뷰하고 현장 사진을 볼 때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 그 뜨거운 피를 참지 못해 탐욕에 이르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인간이라고 말한다.
인간성의 밑바닥에 자리한 치졸하고 추악한 민낯, 인간 존재의 어두움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 취재기는 ‘범죄의 재구성’이자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거대한 라이브 리포트이기도 하다.
“나는 인간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연기 같은 얼굴,
감정의 진폭, 빛과 어둠을 오가는 감정들이 궁금했다.“
살인 사건의 가해자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사이코패스’와 같은 단어들을 가장 먼저 연상한다. 그것은 살인 혹은 살인자를 우리의 일상과는 분리시켜 타자화하려는 사고의 흐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살인자들은 시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다가 친해진 언니, 일하다가 만난 직장 동료, 댄스 학원에서 만난 수강생 등 우리가 평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평범한 동시에 평범하지 않다. 작가는 당시의 현장이나 범인 신문에 대해 형사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고, 사건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정리한 ‘수사결과보고서’까지 총동원하여 일상에서 살인까지 이르게 된 연결고리를 촘촘하고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럴 때마다 블랙홀과 같은, 결코 채워질 수도 실체를 알 수도 없는 부분과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은 논리적으로는 물론, 감정적으로 이해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영역이다.
박진규 작가는 살인자의 심리와 감정에 닿으려고 부단히 애쓴다. 그래서 인터뷰하는 형사들과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왜’라고 질문한다. 이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납득할 만한 이유를 붙이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하지만 ‘악마가 나를 독살하려고 해서’ 혹은 ‘예전부터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였기 때문에’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동기 앞에서 이 시도는 번번이 좌절되곤 한다. 감정의 긁힘, 앙심, 망상과 오해, 탐욕이 동기가 되었다 해도 “사람이 사람을 어떤 마음으로 잔혹하게, 때론 무심하게, 아니면 계획적으로 살인할 수 있는 걸까?”라는 질문에 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인간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연기 같은 얼굴, 감정의 진폭, 빛과 어둠을 오가는 감정들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인간 본성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복잡한 감정의 얽힘 속에서 살인 사건은 일어난다. 서로를 바라보던 따스하고 보드라운 감정이, 서로의 심장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변해버리는 것이다. (299~300쪽)
범인의 발자국을 쫓는 형사,
형사의 목소리를 쫓는 소설가
마치 옛날이야기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할머니에게 듣는 이야기는 아니고 덩치 큰 형사들이 둘러싸고 들려주는 대한민국의 괴담이자 진짜 현실인 범죄의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33쪽)
『창밖에 사체가 보였다』에서 놓칠 수 없는 하나의 재미는 바로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가진 형사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흔히 매체에서 접하는 보편적인 강력반 형사의 이미지를 지닌 형사 외에도, 다양한 외양과 성격을 지닌 형사를 만나볼 수 있다. 주민 센터의 푸근한 과장님 같은 형사가 있는가 하면, 젊은 시절의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형사도 있다. 이들은 피곤 섞인 푸념을 내뱉을 때도 있고, 평범한 대한민국 직장인의 애환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이 담당한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면 날카롭고 매서운 표정이 되어 마치 듣는 사람까지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박진규 작가는 『수사연구』의 취재 기자로서 경찰의 내부 수사 서류를 손에 넣기 위해 때로는 현란한 ‘밀당’의 기술을 펼치기도 하고, 때로는 형사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 공감하는 열성적인 관객이 되기도 한다.
형사들의 개성과 범인을 잡기 위해 흘린 피‧땀‧눈물에 대한 살아 있는 묘사는, 그동안 직접 발로 뛰며 수많은 형사들과 길고 긴 인터뷰 시간을 쌓아온 작가의 이력에서 나온 리얼리티일 것이다. 이러한 리얼리티에 소설가로서의 입담이 덧입혀져 이 책에 등장하는 형사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동시에 유일무이한 하나의 캐릭터로서 재탄생하게 된다.
형사들은 가끔 사체에 대해 설명할 때 그 사체와 교감한다는 인상을 줄 때가 있다. 일반인이 느끼는 동정심과는 결이 좀 다르다. 마치 특별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사체들이 형사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하는 것 같다고 설명하는 느낌. 이런 뉘앙스의 설명을 취재 때 종종 듣곤 했다. (146~147쪽)
책 속의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형사들의 목소리가 소설가의 언어로 변환되어 읽는 이들을 보다 더 생생하고 드라마틱한 사건 현장으로 끌어들인다.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세상을 놀라게 한 사건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열두 가지 범죄 이야기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독자들에게 전염시키는 동시에,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 서늘한 잔상을 남길 것이다. 한여름 서늘한 기운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목차
프롤로그
1장 잿더미 우정
2장 살인과 연극
3장 내 심장을 겨눈 형사
4장 갱뱅과 라캉
5장 창밖에 사체가 보였다
6장 바다를 떠도는 이불
7장 야구 배트를 든 알바생
8장 언니가 타준 믹스커피
9장 나는 악마를 만났다
10장 그 남자의 살인 버킷리스트
11장 재테크냐, 베팅이냐, 사기냐
12장 중식도와 양파
에필로그: 『수사연구』의 한 달
책속에서
추리소설 마니아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소설가, 시인, 평론가보다 형사들의 연락처를 더 많이 알게 됐다. 그리고 사람 만나기 싫어하는 내가 『수사연구』의 편집장이자 기자로 매달 섭외, 취재, 기사 작성, 원고 독촉, 잡지 마감을 반복하고 있다. 아마 2000년대에 등단한 소설가 중에 경찰서를 나보다 더 많이 드나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사체는 변사 현장에 있는 주검이지만 사건을 재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자료 역할도 한
다. 일단 사체를 관찰해 변사와 자살, 타살을 어느 정도 구분한다. 사체의 부패 정도를 살피면 사망 시기 또한 유추할 수 있다. 만약 살인 사건이라면 사체의 상처 등을 통해서 살인의 이유는 물론 살인자의 심리 상태까지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니 형사들은 수사라는 창문을 통해 현장의 사체를 다시 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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