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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91162102541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5-09-05
책 소개
어른들은 어린이의 대화에 제대로 귀 기울이고 있을까?
어린이가 철학을 할 수 있을까? 어른과 어린이가 철학적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철학은 인간과 세계의 본질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유 체계로서 인문학의 기본 분과 학문 중에서도 골치 아프고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다. 어른들도 고개를 내저을 판에 나이 어린 아이들과 철학적으로 대화를 나눈다니, 과연 가능한 일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린이는 어른에 비해 열등하다고 간주되곤 한다.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수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른과 어린이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없다거나 어린이와의 대화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다. 장 피아제의 발달심리학처럼 어린이의 단계별 능력 계발에만 관심을 두는 어른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들도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원하고 그러기 위해 기꺼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문제는 어른들이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아이들과의 철학적 대화』는 대학의 철학과 교수가 직접 어린이들과 나눈 철학적 대화를 기록한 책으로, 어린이철학교육의 창시자 가렛 매튜스의 대표 저서이다. 자신의 자녀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어린이의 철학 가능성을 발견한 매튜스는 20세기 후반 아동교육에서 주류로 받아들여졌던 발달심리학에 의문을 제기하며, 어린이도 철학적 사고와 토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저자가 어느 음악학교를 찾아가 한 학기 동안 8세에서 11세까지의 아이들과 철학 토론을 벌인 기록을 담고 있다. 이 책의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도록 하는 것. 둘째, 어른 독자들이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들과의 철학적 대화』는 행복과 이야기, 지식, 단어 같은 평범한 주제를 다루는 동시에 사물의 본질에 관한 역설이나 논리적 추론을 다루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딱딱한 수업의 형태가 아니라 창의적이고 유연한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저자는 아이들에게 “꽃도 행복할 수 있을까?” 같은 간단한 질문을 건네며 대화를 시작한다. 또래 주인공이 등장하는 짧은 이야기를 통해 주의를 끌어모으고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아이들이 대화에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가상의 이야기 속에서 제기된 질문은 실제 교실에서 철학적 대화로 이어진다. 어떤 아이는 꽃도 행복할 수 있다고 대답하고 어떤 아이는 꽃이 행복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꽃이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이유는 꽃에게 마음이나 뇌가 없기 때문이라는 똘똘한 논증도 따라온다. 하지만 또다른 아이가 파리지옥의 반사작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대화는 금세 식물들끼리 의사소통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로 나아간다. 가렛 매튜스가 만나본 많은 어른들은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무가치하거나 도리어 교육적으로 해롭다고 주장한다. 어른의 사명은 아이들에게 허황된 판타지가 아니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르쳐주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어른들이 식물의 행복을 은유로 이해할 때 아이들은 훨씬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식물에게 마음이 있는지, 식물도 소원을 가질 수 있는지 곰곰이 따져보는 일은 식물의 본질과 그에 대한 우리의 앎을 좀 더 명확하게 살피는 데 도움이 된다. 저자는 성인들과 철학적 대화를 나누면서 벽에 부딪힌 경험을 토대로 어쩌면 모든 가능성에 열린 사고를 하는 어린이야말로 진짜 철학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묻는다.
어린이의 철학 가능성이 이야기하는 것
어린이를 더 잘 이해하고 싶은 어른들에게 꼭 필요한 책
이야기 속에 어떤 질문이 숨어 있을까, 하는 물음은 한 챕터의 소제목이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아놀드 로벨의 동화 『개구리와 두꺼비와 함께』를 읽고 용기가 무엇인지 생각하다 보면 용감한 사람이 되기 위한 조건과 위험을 무릅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따져보며 개념을 정리해볼 수 있다. 또 『오즈의 마법사』의 한 대목을 읽고는 “살아 있지 않은 것이 말할 수 있을까” 묻고 기계가 살아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 나아간다. 오늘날이었다면 필시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아이들과 나누는 대화는 명확한 철학적 개념을 제시하지 않아도 지극히 철학적이며, 자유롭게 이리저리 튀며 나아간다. 저자는 스스로 이야기를 짓고 아이들과 함께 결말을 짓기도 하는데 이따금 아이들은 철학 교수가 끝맺은 이야기에 불만을 제기하고 또다른 질문으로 넘어가도록 이끌기도 한다.
저자는 모든 대화를 녹음하고 기록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철학자로서 자신의 생각을 보태어 이론적 토대를 탄탄히 만드는 데도 소홀하지 않는다. 그러나 철학적 이행규칙과 도덕적 황금률 같은 논제를 다룰 때에도 어디까지나 아이들과의 대화가 중심에 놓인다. 각본 형태로 제시되는 아이들의 대화는 아이들 하나하나의 성격과 태도까지 드러내주어 독자들은 철학토론반 교실에 함께 있는 것처럼 연극적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중간에 녹음기 문제로 자세한 대화를 기록하지 못했다는 고백에 이르면 저자와 함께 안타까운 탄성을 지르게 될지도.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 중에는 테세우스 배의 역설처럼 널리 알려진 주제도 있지만 시간 여행의 논리적 불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등 흥미진진한 주제도 있어 꼭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려는 목적이 아니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하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목적은 분명히 아이들과 철학적 대화를 나누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며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다. 아이들과의 철학적 주제를 놓고 대화하는 것은 오히려 더 많은 성찰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아이들과의 철학적 대화』는 1988년 한국에 소개되었다가 27년 만에 새로운 번역을 통해 출간된다. 어린이철학교육 당사자들의 끊임없는 출간 요청에 힘입은 바 크다. 공동 번역을 맡은 김혜숙, 남진희 역시 한국어린이철학교육학회와 한국철학적탐구공동체연구회에서 활동하며 어린이철학교육 운동을 활발히 해오는 전문가들이다. 책 뒤편에는 이들이 실제 어린이들을 만나 대화를 나눈 사례가 부록으로 실려 있으며, 어린이철학교육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위해 관련 도서와 단체 목록도 제공하고 있다. 철학 전공자이기도 한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김지은은 “어린이는 철학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에 현대의 어린이를 이해하는 핵심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책을 추천하였다. 어린이를 이해하고 싶은 모든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목차
서문 15
감사 인사 20
들어가면서 23
행복 – 꽃도 행복할 수 있나요? 26
소원/욕망 – 식물도 소원이 있을까요? 34
이야기 – 이야기 속에는 어떤 질문이 숨어 있을까요? 44
치즈 – 치즈는 풀로 만들어진 게 맞나요? 54
배 – 배를 아무리 많이 고쳐도 여전히 원래 그 배일까요? 65
지식 – 진짜 상추씨라는 걸 어떻게 아나요? 79
단어 – 단어가 없어도 서로 통할 수 있을까요? 95
시간 여행 – 시간 여행이 가능한가요? 109
윤리 – 왜 한 사람보다 세 사람의 행복이 더 중요한가요? 129
미래 – 생각할 때는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141
나가면서 155
부록 : 발달심리학과 철학 161
역자의 말 169
역자 부록 1 : 진희 샘과 아이들의 철학적 대화 175
역자 부록 2 : 저자 소개 182
역자 부록 3 : 가렛 매튜스 저서 및 관련 도서 184
역자 부록 4 : 어린이철학 관련 도서 소개 186
역자 부록 5 : 어린이철학 관련 단체 소개 189
책속에서
만일 우리가 잠시 멈춰 서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아이들을 기억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아이들이 제안한 대화에 기꺼이 참여한다면, 분명 우리의 삶에 아이들의 말이 다시 들려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_로버트 콜스
“이야기는 참 멋져요. 하지만 여전히 궁금한 게 많아요. 이해가 안 되거든요. 꽃은 행복할 수 있고, 햇빛이 비칠 때 꽃들이 행복하다는 게티 이모 말씀이 맞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마음 없이 행복할 수 있어요? 마음 없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도널드는 내가 그 질문에 답해 주거나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라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대신 그 문제를 자기 것으로 여기고, 그 질문을 품고 답을 찾기 위해 애쓸 것이다. 생각에 푹 빠진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