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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2202524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8-01-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 창 너머의 잊힌 거리
눈앞의 낯선 그대에게
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
막간극, 어느 길모퉁이에서의 해후
나를 둘러싸고 흘러가는 수많은 것
나는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싫지 않다
에필로그_ 사람은 모두 ‘나’라는 수수께끼를 만든다
리뷰
책속에서
나는 그녀의 얼굴, 말투, 행동이 어땠는지 필사적으로 떠올리려고 애썼다. 생각나는 것도 있지만 생각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생각나지 않는 것이 더 많았다. 이 또한 당연하다. 무엇보다 내가 머리를 잘랐던 그녀가 어디 살았던 누군지 아직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굉장한 충격과 함께 뇌리에 새겨졌을 기억이다. 좀 더 자주 떠오를 만한 기억인데.
어쩌면 나는 박정한 인간일까. 아니다. 그냥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다. 그렇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내 마음은 언제까지나 과거에 머물지 못한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마음은 왜 때때로 과거를 향해, 전에 알고 지낸 사람들과 어울리던 그 시점에 멈춰 있으려고 할까. 인간이니까, 역시 인간이니까 그렇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창밖으로 펼쳐진 대도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봐야 할 것이 너무 많고 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요즘 너무 바빠서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죽은 사람도 포함해.
그래도 그녀는 그나마 낫다. 지금 나는 그녀를 떠올렸다. 그러니 그녀는 그때 그 장소에 있을 수 있다. 그와 비교해 나는 어떤가. 지금 이 밤에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만약 지금 내가 이 사무실을 나가 그 아침의 시부야처럼, 아무도 모르는 거리로 사라져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런데 저 시체는 언제부터 숲에 있었죠?”
“아, 사망한 이후 말씀인가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대략 4~5년은 됐을 겁니다. 빌딩 옥상 물탱크에 있는 시체가 오랫동안 발견되지 못하는 사건이 가끔 있는데 이 사건은 더 씁쓸해요. 도시의 사각이니까요.”
“지금 사후 4~5년이라고 하셨나요?”
나는 형사를 향해 눈을 깜박였다.
“네, 손상 진행 정도로 보면 그쯤 됩니다.”
내가 왜 눈을 깜박이는지 알 리 없는 형사가 대답했다. 그 옆에서 실장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 나도 비슷한 표정이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형사가 한 말은 터무니없었다. 실장의 비명도 그 사실을 증명했다.
“이상해요, 그건. 어머, 죄송해요.”
높은 목소리를 억누르듯 실장은 입술에 손을 댔다.
“그래도…… 그럴 리가 없어요.”
“맞습니다.”
옆에 우뚝 선 거대한 실루엣을 바라보며 내가 말을 받았다.
“왜냐하면 이 빌딩이 2년 전에 세워졌거든요.”
“탐정을 해보지 않을래요?”
“하, 하아?”
테이블에 손을 짚고 허리를 반쯤 띄운 직원 여자아이를 놀란 얼굴로 올려다보았다. 계속 놀란다는 말만 하고 있는 것을 용서해주길 바란다. 그만큼 그녀가 꺼낸 말이 기절초풍할 이야기였으니.
“그게요, 방금 한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시라이시 씨는 회사원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늘 딴 세상에 있는 것 같고 한눈만 팔잖아요.”
일단은 성심성의껏 일하고 있는데요, 커피를 스푼으로 저으며 생각했다. 오늘도 업무를 마치고 퇴근길에 그녀와 만나서 이 카페에 왔다. 테이블 아래에는 비즈니스용 가죽 가방. 보라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실한 회사원이잖아.
“칭찬해줘서 고맙지만.”
나는 말했다.
“내게는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는 재능 같은 건 없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