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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2202517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18-01-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07
1장…12
2장…56
3장…110
4장…204
5장…262
에필로그…301
옮긴이의 말…312
리뷰
책속에서
그녀의 머리를 가져다 놓을 작정으로 요요기하치만 역에서 내려 조금 걷기로 했다. 오전 6시, 공기는 맑고, 펜스로 둘러싸인 요요기 공원의 녹음은 새벽이슬에 젖어 싱그러웠다. 큰길에 자동차가 늘어나고 주택이나 빌딩에서 가스를 배출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사라질 귀중한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지금은 알 바 아니다. 걸음을 재촉해 높은 건물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빌딩 숲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요요기하치만 주변은 평범한 주택가지만 이노카시라 거리를 따라 우다가와초 근처까지 내려오면 그곳은 이미 시부야다. 네온사인을 뽐내는 휘황찬란한 빌딩들도 담백한 태양 빛 아래에서는 왠지 쓸쓸해 보인다. (중략)
낮은 수풀에 둘러싸인 아키타견 동상. 어려서부터 뉴스 등을 통해 잘 알고 있었고, 상경한 후에는 더 친숙해진 명소이자 명물이다. 이 동상을 설마 이런 식으로 이용하게 될 줄이야.
하치코 동상 앞에 서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편의점 봉지를 뒤적였다. 왼손에 든 가방으로 감추면서 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얼굴에 서리가 끼어 파란 비닐 시트에 붙은 탓에 양손을 사용해야만 했다. 뒤를 지나는 구둣발 소리가 등을 찌르는 듯했다. 그러나 조심하자면 끝이 없다. 나는 그녀를 봉지에서 쑥 끄집어내 양 손바닥으로 관자놀이를 집고 살며시 들어 동상 다리 사이, 받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창에 비치는 내 인상이 어두웠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사건이 일어난 이후, 아니 내가 사건을 일으키고 나서 벌써 사흘째다. 그렇게 확실한 실마리가 있는데도 아직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어디 있나. 내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 고생을 하며 그녀의 머리를 잘랐다고 생각하는가.
평판이 아깝다. 이러면 안 되지, 일본 경찰. 퇴근길 전철 안에서 휴대전화로 뉴스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가장 중요한 증거는 주어졌다. 이제 서둘러 조사하기만 하면 된다. 시부야 역 앞에 사람 머리를 유기한 엽기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나를 체포하기 위해.
복도에 들어선 순간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누구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들어가지 말라고 한 내 방에 누군가가 멋대로 들어갔을 때의 감각. 아무리 전과 다를 것 없어 보여도 묘한 위화감이 있다. 그 감각이다. (중략)
냉장고 문을 열었다. 파란 불빛과 함께 새하얀 냉기가 넘실거리는 내부를 술기운 탓에 어렴풋한 눈으로 주시했다. 특별히 이상은 없는 듯 보였다. 그야 목부터 그 위가 없는 젊은 여성의 나체가 무릎을 접고 앉아 있는 상황이 이상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그래도 시선을 계속 움직였고 이윽고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뭔가 다르다, 뭔가가……. 그녀의 전신을 필사적인 시선으로 좇다가 이변의 형태를 간신히 깨달았다. 떨리는 손을 냉장고 안으로 뻗어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라와 있는 딱딱한 손가락으로 향했다. 그러나 내 손가락은 그녀의 그 부위를 건드리지 못했다. 조그만 그루터기 같은 절단면을 남긴 채 그녀의 왼쪽 손가락이 엄지를 제외하고 전부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